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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권주자 2위를 보는 단상
임두만 | 2020-02-03 09:48:2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1992년 당시 42세였던 이탈리아의 젊은 검사 피에트로는 그해 2월17일 밀라노의 한 요양원 건립 편의를 봐주고 700만 리라(약 425만 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사회당의 하급관리를 전격 체포한다. 이른바 이탈리아의 ‘마니 폴리테(깨끗한 손)’ 운동 시작이다.

그리고 이렇게 막이 오른 이 ‘부패와의 전쟁’은 당시 사회당 당수였던 이탈리아의 거물정치인 베티노 크락시 전 총리가 관련된 것을 밝혀내는데 까지 이른다. 그리고 크락시는 이 사건으로 정치적으로 사망한 것은 물론 검찰의 기소를 피해 튀니지로 도주했으나 귀국하지 못하고 생을 마쳤다.

나아가 이 사건으로 이탈리아는 국회의원(상하원 포함) 945명 가운데 321명이 검찰 조사를 받았고, 법무부장관 등 3명의 장관이 사임했으며, 4개의 정당이 해산되기도 했다.

이에 이탈리아 국민들은 피에트로를 연호했으며 그는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당시 피에트로 검사의 인기는 대단하여 티셔츠나 맥주컵에 까지 그의 사진이 등장했고, 이탈리아 통일의 기틀을 다진 주세페 가리발디 이후 최고 영웅이라는 칭송이 자자했다.

그러나 그 같은 대대적인 사정 바람으로 일어난 ‘마니 폴리테’ 운동은 2년이 지나면서 경제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는 부패와의 전쟁을 벌인 검찰이 약 2년여 동안 3,175명을 기소했는데 1,233명만이 유죄판결을 받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특히 기소된 고위직이나 경제인들 중 약 60%가 무죄를 받았는데, 이 기간 실업률이 높아지고 기업들이 부도가 나는 등으로 경제가 나빠졌다. 이에 여론은 검사들이 나라를 망친다로 흘렀다.

피에트로에게 사임 압력이 가해졌으며, 급기야 국민영웅이었던 피에트로 검사는 결국 1994년말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국제적 유명인사가 되었고, 힘내라는 지지층의 환호도 있었으나 법원에서 내리 쏟아지는 무죄판결에 피에트로 스스로 견디지 못했다.

그런데 검찰을 떠난 뒤 그 또한 부정 비리 혐의를 받았다. 검사 재직 당시의 부패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은 그는 그러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청렴 결백’ 이미지는 깨졌다.

이후 피에트로는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의 카스텔란자대 교수를 거쳐 로마노 프로디 총리 내각의 공공사업부 장관직에 발탁되었으나 얼마 후 사임했다. 직설적이고 다혈질인 성격으로 동료 장관들과 불협화음을 보였고, 정치인에 대한 경멸적인 언행 때문에 숱하게 구설에 올랐기 때문이다.

짧은 장관직을 그만둔 피에트로는 토스카나 지역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며 정치에 나섰다. 그리고 1998년 ‘이탈리아 정신당’을 창당, 자신 스스로 대권에 나설 꿈을 키웠다.

그러나 2001년 하원 선거에서 낙선하므로 대권의 뜻은 펴보지도 못했으며, 그 이후 하원의원에 당선되고 유럽의회 의원도 역임했으나 만년 야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피에트로 검사와 윤석열 총장

지금 우리나라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인기가 특정정파에겐 피에트로에 버금갈 정도로 대단하다. 한 여론조사 기관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2위에 랭크될 정도다.

31일 세계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6∼28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천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세계일보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에서 윤 총장은 10.8%의 지지율을 얻어 1위 이낙연 전 국무총리(32.2%)에 이은 2위로 나타났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10.1%를 얻어 오차범위 박빙 차이지만 윤 총장에 밀린 3위에 랭크되어 있고, 뒤를 이어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4.4%), 안철수 전 의원(4.3%) 등의 이름이 보인다.

이처럼 윤 총장은 지금 우리나라의 핫이슈 인물이다. 이는 이른바 살아있는 권력에 강력한 검찰권을 행사하고 있는 최초의 검찰총장이라서다. 특히 자신을 발탁할 때 반대파의 강력한 저항에도 굴하지 않고 임명했음에도, 임명장을 받은 뒤 곧바로 자신에게 임명장을 준 대통령의 총애를 받은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포함, 그 일원인 보좌진에까지 날선 검을 휘두르고 있다.

이에 대통령을 지지하는 층은 윤 총장에게 극도의 반감을 보이고 있으며, 반대편에서는 애초 그의 임명을 극한 반대로 일관했음에도 지금은 가장 강력한 지지층으로 돌변해 있다.

따라서 이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하면, 윤 총장의 지지층이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중도 보수층으로 국한됨을 알 수 있다. 이는 윤 총장이 지휘하는 검찰이 문재인 정권의 핵심부를 수사하면서 정권 무너뜨리기에 앞장을 선다고 정권 반대자들이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윤 총장의 이 같은 국민적 지지에 대해 집권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 지지층은 윤석열 총장이 정치검사임을 여론이 말해주고 있다고 분석, 보이지 않는 미소를 짓고 있다. 즉 지금껏 진행된 윤석열 검찰의 사정수사가 결국은 윤석열의 정치적 행보였으며, 자신들의 주장인 검찰개혁이 맞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이 정부에 맞서서 철저히 싸워주는 윤 총장의 모습이 향후 극우보수를 대표하는 대권후보로 추대될 수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박근혜 탄핵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한국당의 중심이므로 그쪽에 계신 분들에게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대척점에 설 수 있는 좋은 후보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안신당 김정현 대변인은 “어떤 이유에서건 윤 총장을 차기 대선후보군 여론조사에 포함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그가 대선후보군으로 굳어진다면 정치적 혼란은 물론이고 ‘정치검찰’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하는 논평을 냈다.

나는 이 논평에 동의한다. 검찰은 국가의 소추권을 행사한다. 따라서 어떤 의미로든 국가 소추권이 정치적으로 움직이거나 특히 검찰을 지휘하는 총장이 이를 사유화 한다면 이는 국가적으로 비극이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윤 총장 본인이 어떤 특정한 뜻을 품고 있다면 이는 더더욱 비극이다.

한 때 하늘을 찌르던 인기를 구가했던 피에트로는 이탈리아 대권을 넘봤으나 결국 그저 그런 야당 정치인으로 역사 속에 쓰여 있다. 이는 그가 검사 이상의 자리에서 대권을 꿈꾸는 도구로 국가 소추권을 행사한 때문은 아닌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이 피에트로의 길을 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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