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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꿀 수 있는 100권의 책, 23
김갑수 | 2017-11-30 13:04:34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마오가 17.5번 읽었다는 『자치통감』은…(1)

1434년 12월 11일 세종이 대제학 윤회 등에게 말하기를, "근일에 내가 자치통감을 보면서 독서하는 것이 얼마나 유익한지를 알았다. 총명이 날마다 더해지고 잠이 아주 줄어들었다."고 하였다. 이보다 앞서 재위 1년 차인 1418년 11월 13일 세종은 경연에서 자기가 자치통감을 강의하겠노라고 했다.

“자치통감(資治通鑑)을 강(講)하고자 하는데, 어떠한가?”
“책의 수효가 너무 많으니, 두루 다 보지 못할 듯합니다.”

『자치통감』은 중국 송나라 역사가 사마광(1019~1086)이 저술하여 294권으로 편찬한 편년체 역사서다. 전국시대(기원전 403) 부터 시작해 진·한나라를 거쳐 삼국시대와 위·진·남북조, 수·당나라, 그리고 다시 분열의 시기로 들어간 오대십국(959년)까지 1362년 동안의 역사를 다룬 책인데 특히 당나라 시대의 역사를 가장 풍부히 다루었다.

제목 ‘자치통감’은 ‘지난 일을 거울로 삼아 치도에 도움을 받는다’는 말에서 유래했다. 편년체라고는 하지만 집필자의 독자적인 가치판단이 크게 개입한 역사서이다. 역사서는 일단 사료의 취사선택에서 가치판단이 개입하는데 사마광은 이 책에서 파격에 가까울 정도의 취사선택을 대범하게 구사했다. 이런 기술방법론은 일단 집필자인 사마광의 말에서 잘 드러난다. 사마광은 이 방대한 역사서에 단지 네 가지 것만을 담았다고 말했다.

사마광은, “오로지 1)국가의 흥망성쇠에 관한 일, 2)백성의 생사고락에 관계되는 일, 3)법도로 삼을 만한 선한 일, 4)경계로 삼을 만한 악한 일만을 취한다”라고 했다.

사마광은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기사에는 ‘신광왈(臣光曰)’이라고 하여 자신의 논평을 거침없이 피력해 놓았다. 또한 3국의 경우에는 위(魏)나라의 연호를, 남북조의 경우에는 남조의 연호를 각각 써서 그것이 정통(正統)임을 명시하는 독자성을 보였다.

2010년 『자치통감』을 세계 최초 비중국어로 완역해 낸 한국의 역사학자 권중달 교수는, “자치통감 속에는 건조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역사를 읽어내려는 유기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이 있다”고 말한다. 원 저자 사마광은 대여섯 명의 조교 그룹과 함께 20년에 걸쳐 완성했는데 이것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데 14년이 걸렸다고 한다. 한국어 번역본은 총 32권으로 되어 있다.

이 글 앞에서 세종에게 자치통감은 너무 많으니 두루 읽지 못한다고 실토한 사람은 당대의 학자 유관과 김익정이었다. 물론 나도 자치통감을 아직 통독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에 발간된 중국인 자치통감 전문가 장펑이 쓴 『자치통감을 읽다』(도서출판 378, 2016년)는 이 방대한 자치통감의 압축파일과 같은 책인데 대단히 흥미롭고 유익하게 읽었다.

마오쩌둥이 자치통감을 17번 읽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런데 장펑은 정확히 하자면 17번이 아니라 ‘17번 반’이라고 한다. 대장정 중에도 자치통감을 수불석권(手不釋卷)했던 마오는 이 책을 반쯤 읽은 상태로 둔 채 임종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마오는 죽을 때까지 이 책을 읽고 있었다는 뜻이다. 나도 언젠가 한가해질 때 『자치통감』 전권의 완독 작전에 돌입해 볼 생각이다.


사마천의 『사기』와 사마광의 『자치통감』, 어떻게 다른가(2)

상산사호(商山四皓)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상산사호란 말 그대로 상산에 은거하는 네 현인을 뜻한다. 그들은 진나라 박사 출신으로서 동원공(東園公), 기리계(綺里季), 하황공(夏黃公), 녹리선생(甪里先生)이다. 네 노인 다 눈썹과 수염이 하얗고 자세와 의관이 위풍당당했다.

한나라 고조 유방(기원전 256~195)은 만년에 척부인을 총애하여 태자 유영을 폐출하고 후계를 척부인 소생인 유여의로 대체하려고 했다. 척부인은 미색을 갖춘 만능 ‘엔터테이너(entertainer)’였다. 이에 두려움을 느낀 황후 여치는 장량(張良)에가 달려가 지원을 요청했다. 장량은 우리가 알듯이 한 고조를 도와 통일과업을 주도한 중국 최고의 명재상이다. 그러나 장량은 이제 자기에게는 힘이 없다고 했다.

“천하가 어지러워 곤란을 겪을 때 주상은 제 말을 잘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천하가 안정을 찾았는데 주상이 필요로 하는 사람은 모든 면에서 주상을 기쁘게 해주는 척부인입니다.”

장량은 그래도 소외된 황후와 태자에 대한 연민으로 한 가지 계책을 알려 주었다. 그것은 상산사호를 간곡히 초빙해 보라는 것이었다.

“돌아보면 주상께서 끝내 불러올 수 없었던 사람이 천하에 넷 있습니다.”

유방은 모든 일을 이루었고 모든 사람을 휘하에 두었지만 이 네 노인만은 유방의 고빙에 응하지 않았다. 네 노인은 하나같이 유방을 교양 없는 불량배요, 행동이 거친 무뢰배로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장량은 그들을 정성을 다하여 간곡히 초빙하여 하산하도록 하여 황제의 주연에 태자와 함께 자리를 하도록 하면 무언가 달라질 수도 있으리라고 했다.

황후는 장량의 제안대로 정성을 다하여 마침내 상산사호를 초청해 올 수 있었다. 마침 유방이 영포를 격파하고 돌아와 주연을 마련했다. 태자는 네 노인을 대동하고 주연장에 들어갔다. 유방은 수염과 눈썹이 백발이고 자세와 의관이 위풍당당한 노인들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태자에게 물었다.

“노인장들은 뭐하시는 분들인가?”
“상산사호입니다.”
“아니, 내가 공들을 모시려고 한 지가 벌써 여러 해인데 공들은 번번이 나를 피했소. 그런데 지금은 어찌하여 내 아이를 따라 놀고 있는 것이오?”
“폐하께서는 선비를 경시하셨습니다. 욕도 잘하시고, 신들은 모욕 받는 게 두려워 폐하를 멀리 했습니다. 그런데 소문을 들으니 태자는 폐하와 달리 사람됨이 어질고 효성스러우며 공경한 태도로 선비를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지금 천하에 태자를 위해 죽으려고 하는 사람이 줄을 섰습니다. 이 때문에 신들이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유방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번거롭겠지만 공들께서 태자를 잘 보호해 주시오.” 네 사람은 유방을 위해 축수를 마치고 퇴장했다. 유방은 그들을 전송하고서 척부인을 불러 말했다. “내가 태자를 바꾸려 했으나 지금 저 네 사람이 태자를 돕고 있다. 태자는 우익(羽翼)을 이루었으니 움직이기가 어렵다.” 이에 척부인이 당혹해하자 유방은, “너는 초나라의 춤을 춰다오, 나는 초나라의 노래를 부르리라”라고 말하고는 노래를 불렀다.

큰 기러기와 고니가
높이 날아 천리를 가네.
날개를 드넓게 펼쳐
사해를 횡단하네.

주연이 끝났다. 고조는 태자를 바꾸지 않았다.

이상은 사마천의 『사기』, 「유후세가」에 수록되어 있는 일화이다. 참으로 멋진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정말 멋진 이야기일까? 멋진 이야기 맞나? 멋지기는 해도 왠지 구라 같지는 않은가? 허구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사마광의 『자치통감』에는 상산사호 이야기가 일언반구도 나오지 않는다. 역사가이기에 앞서 우수한 재상이었던 사마광은 이런 이야기가 정식 사료로서는 부적합하다고 본 것이다. 이쯤 되면 『자치통감』의 성격이 어떤지 짐작이 갈 것이다. ‘『사기』는 문학가가 쓴 역사이지만 『자치통감』은 정치가가 쓴 역사’라는 중국인 학자 장펑의 말은 절묘하다.


‘격식’과 ‘품격’이라는 것에 대하여(3)

『자치통감』은 일단 제왕과 사대부를 위해 집필된 역사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방대한 역사서는 첫째, 시종일관 사람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다. 요컨대 인간의 소질을 국가의 간부를 양성하고 국가정치의 고매성을 보장하는 기반으로 삼고자 하는 사상이 반영되어 있다.

둘째로는 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른바 법에 의하여 나라를 다스린다는 ‘의법치국(依法治國)’ 사상을 강조한다. 물론 여기서 법의 목적은 금지와 징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조화와 민생 복지의 실현에 있다.

나는 『자치통감』이 현대의 보통 사람들에게도 아주 긴요한 역사서임을 의심치 않는다. 이 역사서는 수신과 제가를 우선적으로 강조하며, 이를 이룬 다음에라야 치도를 행할 수가 있다는 지극히 보편타당하면서도 사실은 실천하기가 어려운 윤리관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자치통감』은 현대인이 잃어가고 있는 ‘격식과 품격’이 높은 수준으로 구현된 역사서이다. 우리는 이 역사서가 어떤 사람들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앎으로써 과연 격식과 품격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새삼 사색해 볼 수가 있다.

사마광은 『자치통감』 편찬 사업에 19년 동안 매진했는데, 매일 처리해야 할 업무량이 과다하여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날이 거의 없었다. 『자치통감』이 완성된 후 사마광이 뤄양(洛陽)에 남겨 놓은 초고만 해도 큰 집 두 채 분량이나 되었다. 당시 이 초고를 본 황정견(1045~1105)의 술회에 따르면 필적이 한 글자도 초서로 날려 쓴 것이 없을 정도로 예외 없이 반듯반듯했다고 한다. 나는 이런 것을 ‘격식’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고 본다.

사마광에게는 유서(1032~1078)라는 조수가 있었다. 그는 사마광이 주관한 과거시험에 합격한 인재로서 유달리 역사의식이 투철한 학자 형 젊은이였다. 두 사람의 사이는 사제관계로 발전했다. 유서는 장서가의 집에 가서 자료를 수집해 오는 일을 맡았다. 그는 자료들을 육안으로 일일이 점검하면서 필요한 자료가 나오면 하나하나 손으로 필사했다. 되도록 많이, 가능한 한 신속히 자료를 가지기 위해 그는 밤을 새워 일하다가 눈이 상해 실명의 위기까지 맞았을 정도였다.

사마광이 뤄양(洛陽)에 있을 때였다. 유서는 저작 중인 자치통감의 원고 토론을 위해 간저우(韓州)에서 사마광을 만나러 왔다. 날씨가 이미 추워졌는데도 유서는 얇은 홑옷을 걸치고 있었다. 박봉으로 가족을 부양하느라 따뜻한 겨울옷을 살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마광은 얇은 옷을 입은 유서에게 또 하나의 일을 맡기는 것이 미안했다. 그래서 자기의 가죽옷을 주면서 입고 가라고 했다. 유서는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은사의 정을 물리치기가 어려웠던지 가죽옷을 입고 떠났다.

이후 사마광은 가죽옷 건을 잊어버리고 지냈다. 그런데 얼마 후 사마광은 누군가가 부쳐 온 짐 보따리를 받았다. 펼쳐보니 유서가 되돌려 보낸 가죽옷이었다. 유서는 가난했지만 사사로운 물건을 받지 않는다는 삶의 원칙을 지켜온 사람이었다. 그래서 스승이 각별한 정으로 준 선물조차 거절했던 것이다.

그때 사마광에게도 가죽옷이 두 벌뿐이었는데 하나는 다 낡아 떨어져 못 입고 그나마 성한 옷을 제자에게 주었던 것이다. 『자치통감』은 이토록 청빈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역사서이다. 그들은 도덕적 설교자가 아니라 실천자였다. 나는 이런 것을 ‘품격’이라는 말로 대체할 수가 있다고 본다.

『자치통감』을 통해 새삼 ‘격식과 품격’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현대인은 실용주의라는 명목으로 격식과 품격을 따지지 않는다. 격식과 품격이 우리의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그렇기에 이 두 가지야말로 현대인들이 급격히 상실해 가고 있는 가치 덕목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격식과 품격을 중시하는 사람이 좋고 그런 사람들에 의해 지어진 『자치통감』에 매력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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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qlt  2017년12월3일 02시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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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지는 메세지는 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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