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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 27대 519년 만에 결딴나다
합병 비화, 이완용의 ‘대공’ 제안에 ‘왕’으로 수정해 준 데라우치
김갑수 | 2017-01-09 13:04:2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조선왕조, 27대 519년 만에 결딴나다
합병 비화, 이완용의 ‘대공’ 제안에 ‘왕’으로 수정해 준 데라우치
[김갑수의 조선역사 에세이] - 53


이인직을 돌려보낸 고마쓰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완용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고마쓰는 그 이유를 아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송병준보다는 이완용이 한 수 위였을 뿐이었다. 이완용은 병합의 주도권을 송병준이나 일진회에게 주지 않으려 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일단 반대하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서 송병준에 비해 더 유리한 여론을 얻으려 했던 것이다.

데라우치가 육군대신 겸 통감으로 부임한 것은 불과 한 달 전인 7월 2일이었다. 그는 조선 이 왕가를 예방해 경의를 표하고 내외 관료들에게도 인사를 했지만 병합 문제를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침묵을 지키고 있으면 조선 내각은 더 긴장하며 초초해 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8월이 되어 날이 무더워졌을 때까지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람이 부는 가을 전에는 분명히 조선 측에서 먼저 추파를 보내리라고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선 내각은 가을이 되기 전에 사람을 보낸 것이었다. ‘이 여름이 유달리 더워서 견디기 어려웠던 건가?’

데라우치는 여유작작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문신들은 온건하게, 무신들은 강경하게 하자고 주장했다. 일본 내에서도 두 기류가 있었다. 데라우치는 때가 되었다고 확신했다. 물론 고마쓰에게 모든 보고를 받고 난 이후였다. 며칠 후 예상대로 이인직은 다시 찾아왔다.

“일전에 말씀하신 조건은 제가 보기에 관대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라면 이 총리께서도 사퇴하지 않으리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오는 찾아 뵌 것은 다름이 아니라 지난 번 말씀하신 바를 총리께 전해도 되는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절대 비밀이지만 책임 있는 대신인 이 총리에게만은 말해도 되겠습니다. 만약 다른 곳에 누설되면 저는 배를 갈라야 할 일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찾아와서 총리의 심중을 이 은사에게 알려 주시면 고맙겠소.”

이완용은 3일 후 다시 이인직을 고마쓰에게 보냈다.

“관대한 조건에 사의를 표하라고 하셨습니다. 다만 아는 이가 생기면 시끄러워질 수도 있는 일이니 비밀리에 그리고 조속히 시행하자고 하셨습니다.”
“데라우치 통감은 이토와 달리 무사 출신이므로 복잡한 계산이나 임기응변을 하지 않는 분이오. 공연히 감정을 사서 소탐대실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바라오.”

그들의 최종 면담은 10분 만에 끝이 났다. 고마쓰의 3차 보고를 받은 데라우치는 20년 간이나 조선어 통역관을 지낸 온후한 인물을 뽑아 이완용의 집에 보냈다.

“통감 각하께서 병합의 취지를 전하고 싶으니 한 번 내왕해 주시라는 전갈을 갖고 왔습니다. 다만 세간에서 쓸데없는 오해를 할 수 있으니 밤에 오셨으면 하십니다.”

이완용은 고개를 끄덕였다. 때마침 일본에서 호우 피해가 크게 발생하였다. 이완용은 통감 관저에 연락했다. 피해 위로 차 농상무 대신 조중응과 함께 오전에 방문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불과 30분 후 이완용은 조중응과 함께 이두마차를 타고 통감의 관저로 들어갔다.

내외신 기자들이 병합 담판이라며 취재 경쟁을 벌였지만 이완용과 조중응은 불과 25분 만에 관저에서 나왔다. 그 시간 동안에 이완용은 통감부에서 작성해 놓은 병합각서를 일독하고는 조중응에게 소지하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조선 국왕을 배려나 한다는 듯이, “한국 원수의 칭호를 대공(大公: 소국의 군주)으로 하자는 건의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데라우치가, “예로부터의 칭호인 왕이 더 낳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는데 이완용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완용은 단 6일 만에 데라우치의 조인 요구에 협조하였다. 황제의 재가를 받아낸 것이었다. 이완용과 데라우치는 이 사실을 비밀에 붙이고, 정치 단체의 결성과 집회를 일절 허락하지 않는 가운데, 원로대신들을 모두 연금했다. 그러고는 마지막으로 순종으로 하여금 나라 양도의 조칙을 내리도록 하였다.

8개조로 된 이 조약은, 제 1조에서, 조선 정부의 모든 통치권을 완전히 그리고 영구히 일본 정부에 이양한다고 규정해 놓았다. 이로써 1910년 8월 29일부로 조선왕조는 건국 27대 519년 만에 완전히 망하고 말았다.

# 다음 회부터는 건너뛰었던 17, 18세기 숙경종대와 영정조대로 돌아갑니다. 김갑수의 조선역사 에세이는 올해 봄 약 500페이지 정도 되는 두꺼운 단행본으로 출간할 예정입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4&table=c_booking&uid=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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