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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익명의 어둠’에서 ‘기명의 밝음’으로
권력형 갑질 성폭력의 원조, 정인숙과 장자연
김갑수 | 2018-02-28 15:45:1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세상에는 뭇사람의 추모를 받는 죽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죽음도 있다. 죽음에도 삶과 마찬가지로 불평등이 존재하는 것이다. 2008년 가을, 사람들은 톱 탤런트 최진실의 죽음을 애도하고 한마음으로 추모해 주었다. 2009년 2월에는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을 온 국민이 애도하고 추모했다. 결과 그들의 죽음 행로는 범상한 사람들의 것과 확연히 달라 보였다.

그들과 비교할 때 2009년 2월, 무명에 가까웠던 탤런트 장자연씨의 죽음은 너무나 고독해 보였다. 소위 ‘장자연 문건’이라는 것이 터지자 장자연이라는 이름 석 자는 세인의 입에 부단히 오르내렸지만, 거기에 그의 삶을 기리는 추모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야비한 풍문만 부유했다. 장자연의 죽음에서는 냉엄한 인간소외만 목격되었다.

ⓒ Pixabay

그때 나는 장자연씨를 생각하면서 1970년에 죽은 정인숙 여인을 떠올렸다. 장자연씨는 자살했고 정인숙 여인은 살해되었다. 하지만 두 죽음에는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공통점이 있었다. 일단 두 여인의 죽음은 한국의 권력 남성들을 예기치 않은 곤경에 빠뜨렸다는 점에서 닮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죽음으로 내몬 권력 남성들이 한 여성의 죽음 뒤에서 여전히 익명으로 건재하고 있었다는 점에서도 비슷했다.

1970년은 박정희의 이른바 ‘조국근대화’ 시대였다. 그해 3월 17일 꽃샘추위로 눈발이 희끗거리던 밤, 서울 마포구 강변3로에 멈춰서 있던 검정색 코로나 승용차에서 머리와 가슴에 총을 맞아 숨을 거둔 여인과 다리에 총을 맞아 신음하고 있는 한 남자가 발견되었다. 살해된 여인은 정인숙(당시 26세)이고 다친 남자는 여인의 오빠로서 매니저와 운전수를 겸하고 있던 정종욱(당시 34세)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치정사건 정도인 줄 알았다. 그런데 여인은 당대 최고급 요정 ‘선운각’의 호스티스였고, 세 살 난 아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후 여인의 집에서는 권력 최고위층의 명함 26개가 나왔다. 게다가 여인은 당시 국가원수급이 아니면 발급 받을 수 없는 미국 특수 복수여권을 가지고 있었다.

이례적이게도 사건을 맡은 것은 검찰 공안부였다. 검찰은 일주일 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 내용인즉슨 범인은 오빠 정종욱인데, 동생의 행실이 나빠 ‘가문의 명예’를 위해 동생을 죽이고 강도를 당한 것처럼 위장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일한 증거는 정종욱의 자백뿐이었다. 총상을 입은 채 한강으로 던졌다는 범행용 권총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정종욱은 기소되어 무기징역을 언도받았다.

이것뿐이었다. 당시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은 이것 이외에는 없다. 다만 숱한 풍문만 떠돌았다. 아이의 아버지는 대통령 박정희입네 아니면 국무총리 정일권입네 하는 등의 입소문만 무성했다. 아울러 정 여인의 범상치 않은 행실도 덩달아 회자되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죽음은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추모되지 않았던 것이다.

새로운 증언이 나온 것은 그로부터 무려 19년 후인 1989년 5월, 모범수로 감형되어 석탄일에 석방된 오빠 정종욱씨에 의해서였다.

“당일 밤 11시 40분쯤 타워호텔에서 동생을 태우고 서교동 동생 집 골목을 들어서는 순간 남자 두 명이 ‘정 총리의 심부름’이라며 차를 세워 차문을 여는 순간 갑자기 범인이 뒷좌석의 동생을 향해 권총 두 발을 쏘았습니다. 그러고는 앞뒤로 탄 범인들이 절두산 쪽으로 차를 몰라고 했어요. 절두산성지 앞 공터에 지프가 세워져 있어 직감적으로 나를 죽이려는 것으로 판단, 허리춤에 대 있던 범인의 권총을 밀치고 차 문을 여는 순간 총을 쏘더군요. 범인들은 지프를 타고 달아났고요.” (<경향신문> 인터뷰)

그리고 다시 2년이 지난 후인 1991년 미국에서 온 정성일이라는 청년이 당시 한국자유총연맹 총재 정일권을 상대로 친자확인소송을 하다가 돌연 취소하고 돌아간 적이 있다. 정일권은 사건 이후에도 국무총리를 계속하다가 민주공화당 의장서리를 거쳐 국회의장을 하기도 했다.

친자확인소송이 걸렸을 때 정일권은 정성일과 한 통화에서 “나는 당신의 아버지가 아니다. 내가 모시고 있었던 분의 혈육이기 때문에 내가 침묵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성일, SBS TV 출연 발언)

그러나 정 여인의 오빠 정종욱씨는, 조카의 아버지는 정일권이라고 자신 있게 증언한 바 있다. 또한 그는 자기가 자백한 것은 “성일이 아버지가 뒤를 봐 줄 테니 사건을 덮자”는 자기 아버지의 회유 때문이었다고 증언했다. 한편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은 미국에서 비공식적으로 낸 회고록에서 당시 최고위 권력층 부지기수가 정 여인과 관계했는데 정 여인이 그것을 한국과 미국에서 소문내고 다닌 것이 죽음의 원인이라고 했다.

아무튼 정 여인은 억울하게 살해되었고 그를 죽인 사람은 아무도 처벌 받지 않았다(오빠만 처벌 받았다). 처벌은커녕 그녀의 죽음에 직간접으로 연관된 어느 누구의 이름조차 발설되지 않았다. 그것은 정 여인 뒤의 권력 남성들이 철저히 익명으로 숨을 수 있는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으로서 우리는 당시 우리가 살았던 시대가 그토록 야만적이었음을 새삼 생각하게 할 따름이다.

2009년 장자연씨의 죽음은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추모되지 않았다. 추모는커녕 이미 그녀의 행실을 문제 삼는 발언들만 공식적으로 보도되었다. 사람들은 장자연을 죽음으로 내몬 권력 남성들의 술 접대, 성 접대 강요에 관해서는 일언반구도 말하지 않았다. 또한 그녀의 죽음 뒤에 숨은 익명의 권력 남성들에 대한 문제의식도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사람들은 애써 장자연 뒤에 익명으로 숨은 남성들, 예컨대 ‘유력한 신문사 사장’ 같은 사람에 대해서는 모르는 체했다. 요컨대 사람들은 ‘유력 신문사 사장’과 공범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장자연씨는 죽기 이틀 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받아줄 만한 여러 기획사를 수소문했다고 한다. 그는 자살 당일에도 함께 제주도에 가기로 한 지인에게 갈지 말지 망설이는 태도를 비쳤다. 이로 보아 그의 죽음은 그가 진정 원한 것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장자연씨를 죽음으로 내몬 요인은 기획사 대표와 권력 남성들의 욕망과 횡포였다. 게다가 성 상납 문제는 한국 연예계의 고질적인 비리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경찰은 거의 한 달 동안 본질적인 수사는 하지 않고 ‘장자연 문건’ 작성과 입수 경위 등의 피상적인 부분을 오히려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건 해결의 핵심과 관건은 그녀의 죽음 뒤에 익명으로 숨은 남성들을 기명화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데에 있었다.

요즘 한국사회는 미투로 인해 심각한 불신과 균열을 앓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불신과 균열은 미래를 위해 겪지 않으면 안 되는 홍역과 같은 것이다. 이것을 제대로 겪어낼 때 비로소 한국 사회는 한 단계 밝아질 수가 있다. 미투는 기본적으로 ‘인류의 유구한 전통(?)에 빛나는’ 젠더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 본질은 한국 식 ‘권력형 갑질’에 가깝다. 한 가지 위안이라면 가해자들이 죄다 익명으로 처리되던 과거보다는 기명화되고 있는 지금이 그나마 나아 보인다는 점이다.

[참고] 이른바 ‘장자연 문건’에 <조선일보>의 ‘유력 임원’이 올라 있다는 의혹이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당시 강희락 경찰청장도 시인한 바 있다. 장씨 자살에는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아 있다. 사건이 불거지도록 만든 이른바 ‘장자연 문건’이라는 것은 과연 장씨 자신의 의지에 의해 쓰인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썼다가 그것이 유포되면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 두려운 나머지 장씨가 자살로 도피한 것인지 등등 의문점이 수두룩했다. 당시 <조선일보>는 장자연 문건에 대하여 ‘누구의 사주를 받고 썼는지’ 그리고 ‘배후가 누군지’ 등의 의혹을 주로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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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수갑김  2018년3월6일 12시13분    
예전 갑이다 방송에서
누군가가
당신이 인정한 희대의 예술가가 성추행 했다고 제보했지만
김갑수씨 댓글 클리닉 인가에서 대교수가 언급하려하자
아아 그런이야긴 할 필요없고 하며 뭉게고 넘어간적 있지요.
(70)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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