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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갓집 개’였다고? 흥선대원군에 대한 오해와 편견
[김갑수의 조선역사 에세이] - 44
김갑수 | 2016-12-26 08:37:1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상갓집 개’였다고? 흥선대원군에 대한 오해와 편견
[김갑수의 조선역사 에세이] -44


“혈통적으로는 왕의 자리와 멀지만 편입된 가계 상 왕권과 제법 가까운 자리에 있던 이하응이 택한 목숨을 부지하는 방법은 건달처럼 행세하는 것이었다. 야심 없는 파락호를 자처하고 궁도령, 혹은 상갓집 개라는 치욕적인 별명까지 얻으며 세도가들의 눈을 피한 이하응은 아무도 모르게 조대비와 연줄을 대어 자신의 야망을 이룰 기반을 마련했다.” (이상 ‘네이버 캐스트’ 역사 저술가 이정미의 글)

위 글처럼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흥선대원군 하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파락호 생활을 했고 비천한 시정잡배처럼 구는 삶을 살다가 일약 권력을 잡은 풍운아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이것은 사실일까?

1863년 철종이 후사 없이 승하했을 때 왕실의 최고 어른은 조대비였다. 조대비는 순조 때 7년 동안 대리청정을 한 효명세자의 비 신정왕후이다. 조대비는 흥선군 이하응의 둘째 아들 명복(고종)을 효명세자 즉 익종의 아들로 입적하여 대통을 잇게 한다는 명을 내렸다. 조대비의 이런 결정은 흥선군과의 사전 교감이 있은 후에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조대비는 풍양조씨로서 안동김씨의 권력독점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며, 이에 따라 안동김씨를 견제해 줄 인물로 흥선군을 적임자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흥선군은 만만치 않은 인물이었다. 그는 당시 종친을 대표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흥선군은 영조의 현손 남연군의 4남으로서 이미 15세 때인 1834년(순조 34) 관직생활을 시작하여 27세 때인 1846년에는 정1품에 올랐다. 이듬해 그는 유사당상이 되었는데 이 자리는 당상관 가운데 종친부를 실제로 운영하는 직책이었다.

흥선군은 종친으로서 매우 모범이 되는 생활을 했다. 1852년(철종 3)에 부교리 김영수는 종친들이 본받아야 할 세 사람으로 남연군(흥선군의 아버지), 흥인군(흥선군의 형), 흥선군을 칭예하는 상소를 올리기도 했을 정도였다.

조대비가 흥선군과 제휴하고자 했던 데에는 이런 배경이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따라서 흥선군의 아들을 임금으로 추대한 조대비의 결정에 안동김씨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할 명분이 없었던 것이다.

고종이 왕위에 오르자 흥선군은 왕의 생부 자격으로 대원군 칭호를 받았다. 살아서 대원군 칭호를 받은 것은 조선왕조를 통틀어 흥선군이 유일한 케이스였다. 궁지에 몰린 안동김씨들은 대원군을 견제하고자 재빨리 조대비의 수렴청정을 건의했고, 이 건의는 수락되었지만 그것은 형식일 따름이었고 대원군이 실권을 행사하게 된 것은 일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내가 천리(千里)를 끌어들여 지척으로 삼고, 태산을 깎아 평지를 만들고, 남대문을 3층으로 높이려고 하는데 여러분의 뜻은 어떻습니까?”

이것은 황현이 <매천야록>에서 전하는 대원군의 어록이다. 사실 여부는 분명치 않지만, 여기서 천리는 종친을, 태산은 안동김씨를, 남대문은 소외세력이었던 남인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대원군은 왕권과 종친세력을 강화했고 안동김씨의 세를 약화시켰으며 인재를 탕평하게 등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대원군은 47개의 중요한 서원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서원을 철폐했다. 그는 법전 간행을 통해 19세기 변화된 사회에 적합한 법률 제도를 확립하였다. 또한 비변사를 폐지하고 양반에게도 세금을 징수하였으며 사치를 근절하기 위해 의복제도를 고치고 사창제도 실시로 지방관리의 부정 소지를 제거함으로써 민생을 안정시켰다.

대원군의 개혁정치는 양반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양반들은 반발했지만, 대원군의 개혁으로 국가에 대한 의무와 부담을 회피한 채 기득권의 특혜만 누렸던 양반층은 위축되었다. 결과 국고는 풍족해졌고 양인의 부담은 줄어들었다. 대원군이 집권기에 서양 침략군을 격파한 두 번의 양요(1866년 병인양요, 1871년 신미양요)는 민족을 수호하기 위한 자주정신의 발현이자 개혁정치로 인해 강화된 국방력의 성과였다.

대원군에 대한 평가는 양면적이지만 전반적으로 왜곡, 폄하되어 있다는 것이 나의 관점이다. 대원군은 추사 김정희의 문하생으로서 서도의 수제자였고 특히 난초그림에서는 청출어람을 이룬 조선 정상급 수준의 예술가이기도 했다.

대원군은 19세기 조선에서 ‘순조-헌종-철종-대원군-고종(민비)’으로 이어진 통치자 중에서 현저히 두드러진 인물이었으며 발군의 자주적인 개혁 정치가로 평가되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평가가 심하게 폄하, 왜곡되어 있는 것은 개화파를 득세시킨 조선총독부의 입김 때문이었다. 여기에다 김동인의 <운현궁의 봄>, 유주현의 <대원군> 따위 소설 등의 영향도 크게 미쳤는데, 이 두 편의 소설은 완전 허구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하겠다.

[사진] 흥선대원군 작, 통도사 일주문 편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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