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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투병 아내와 촛불을 들었습니다
육근성 | 2016-11-29 11:02:3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오늘 춥대. 비나 눈이 올 것 같아. 옷 단단히 챙겨 입어!”

외출하자는 아내. 날씨가 차가워 걱정이 된다. 사실 아내는 암 투병 중이다. 망설이다가 말했다.

“그럼, 한 시간만 있다가 오자. 그냥 분위기만 보고 오는 거야.”

아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힘들지요? 파이팅!” 캔커피 건네는 시민들

오후 7시.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대전 갤러리아 타임월드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대전 시청 부근에서 ‘박근혜 퇴진’과 ‘새누리당 해체’를 외치는 촛불 대오와 만났다. 행진 중이었다. '국민의 명령이다. 박근혜는 퇴진하라'라는 대형 플래카드가 앞장서고, 그 뒤로 시민들과 방송차가 늘어섰다.

행렬은 교차로에서 멈췄다. 한쪽 차로를 열어주기 위해서다. 경찰이 차로를 막고, 촛불 행렬을 향해 진행해도 좋다고 사인을 보냈다. 그래도 시민들은 멈춘 채 움직이지 않는다. 가급적 교통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배려다. 자발적인 행동이다. 촛불 대오 앞을 가로지르는 차량의 탑승자들 중엔 손을 흔들거나, 주먹을 불끈 쥐는 이들도 보인다.  

질서정연했다. 경찰은 촛불 행렬 양쪽에서 걸었다. 촛불만 안 들었을 뿐 걸음걸이는 시민들과 다를 게 없었다. 대오 속으로 들어갔다. 꽹과리와 북을 치는 풍물패에 시민들이 다가간다. 북을 치는 중년의 남자의 이마가 땀으로 번들거린다. “힘들지요? 파이팅” 격려의 말을 건네는 시민들. 중학생 몇 명은 풍물패에 다가가 캔커피를 건넨다.


“줄 섭시다… 모금함 없어요?”

천막이 보인다. ‘양초와 전단 무료 지급’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다가갔다. 행진 도중 대오에 합류한 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지급 받으려고 몰려온다. 천막 앞 수백 명의 시민들. 그 중 한 사람이 소리친다.

“이렇게 무질서하면 안 됩니다. 우리 줄을 섭시다.”

웅성거리던 시민들이 열을 만든다. 양초과 종이컵을 받고 돌아서면 옆에 있는 촛불이 자연스럽게 다가와 불을 붙여준다. 계속 몰려드는 시민들. 양초가 금세 동이 났다. 어? 벌써 양초가 떨어졌네. 아쉽게 돌아서는 시민 여럿이 묻는다.

“여기 모금함 없어요?”

그러자 누군가 대답한다. 낮에는 있었는데… 없는 것 같네요. 꺼냈던 돈을 다시 호주머니에 넣으며 중년 부부가 말한다. 이 많은 양초 사려면 돈이 필요할 텐데, 양초나 종이컵 등 물품 기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 대전 시청 옆 행진하는 촛불시민 대오 ⓒ 육근성

“욕하지 마! 욕하지 마!”

자유발언이 시작됐다. 무대에 오른 고등학생. 서구에 사는 18세 고2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대통령이 너무 어처구니없어 오늘 공부 빼먹고 나왔노라고 했다.

“저, 여기 나오면 안 되는데. 공부 안 하고 이러고 있는 거 부모님이 보시면 전 죽은 목숨입니다. 광화문 가겠다고 했다가 엄청 혼났어요. 내년 수능 끝날 때까지도 박근혜가 청와대에 있으면 그땐 광화문 가서 살 겁니다.”

그러더니 “박근혜 XXX” 욕설 한 마디를 내지르고 무대에서 내려온다. 그러자 시민들이 소리친다.

“욕하지 마! 욕하지 마!”

오후 9시. 중앙 무대 앞에 모여든 촛불 행렬. 기온이 뚝 떨어져 추운데도 인원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중고등 학생뿐 아니라 초등학생도 눈에 띈다. 20대 대학생부터 60대 노인 부부까지 촛불을 들고 “박근혜 물러가라”를 외친다. 우리처럼 부부동반 ‘촛불시민’도 적지 않았다.

촛불을 들고 있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매인 듯 했다. 중년 남녀가 그들에게 다가간다.

“얘들아, 손 시리지 않니?”

그러면서 뭔가를 건넨다.

“이거 쥐고 있으면 따뜻할 거야. 핫팩이야.”


“그날 또 오자”

중앙무대 바로 앞 네거리 모퉁이에 서 있던 의경. 몸을 흔들며 손을 연신 입으로 가져간다. 추운 모양이다. 그때 한 아주머니가 그에게 다가간다. 손에 테이크아웃 커피가 들려있다. 바로 옆 커피숍에서 사온 모양이다. 커피를 건네고 돌아서는 아주머니의 얼굴이 환하다.

아내의 표정도 환했다. 이제 돌아가자. 감기 걸리겠어. 괜찮으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렇게 나와서 함께 소리치니 속이 후련하다며 한 마디 더 던진다.

“12월 4일에 김제동이 대전에 온대. 그날 또 오자.”

돌아가는 길. 떨어진 휴지와 쓰레기를 큰 봉투에 담는 시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바닥엔 종이컵 하나, 양초 한 토막 버려진 게 없다. 놀라운 시민의식이다. 시민들은 정말 건강했다.

신이 난 아내가 말한다.

“저렇게 착하고 성실한 국민들조차 보듬지 못하는 정부, 정말 못나고 무능해. 권력은 푹푹 썩었는데, 시민은 팔팔 싱싱하잖아. 대통령이 시민의 반의 반만 돼도 나라가 이 꼴은 아닐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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