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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국내각은 정말 야당에 유리할까
보수층 사라진 게 아냐, 야당에겐 ‘위험한 시험대’
육근성 | 2016-11-08 15:08:2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야당은 수습책으로 네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김병준 총리 내정자 지명철회, 박 대통령의 2선 후퇴 및 국회 추천 총리 인선, 별도 특별법에 의한 특검과 국정조사, 박 대통령의 탈당 등이다.


거국내각은 거칠고 위험한 ‘지형’

현 사태가 워낙 엄중하고,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상태라서 야당의 제안을 청와대가 수용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소야대 국회다. 박 대통령이 이 요구들 받아들일 경우 국무총리는 야권인사 중에서 인선될 가능성이 높다. 또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도 이뤄진다면 내각 조각권은 사실상 국회가 갖게 된다. 조각 과정에서도 야당의 요구가 많이 반영될 것이다.

‘식물 대통령’에 야당출신의 ‘실권 총리’. 이런 구도가 야당에게 마냥 유리하기만 하고, 여당에게는 전적으로 불리한 걸까? 그렇지 않아 보인다. 거국내각은 야당의 요구조건이 관철된 결과물인 셈이다. 그렇다고 해도 야당으로서는 콧노래를 부를 일이 결코 아니라는 얘기다.

거국내각은 암초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한 지형이 될 가능성이 크다. 조각 과정에서 ‘여당 몫’을 인정해줘야 한다. 노른자위 부처를 가져가기 위한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다. 야당이 과욕을 부린다고 비쳐질 경우 여당 지지층을 자극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는 곧 ‘보수결집’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보수층이 궤멸돼서 박 대통령 지지율이 한자리 수까지 떨어진 게 아니다. 최순실에게 농락당한 대통령에 대한 실망의 표출일 뿐, 보수층은 여전히 그대로 있다. 이들이 결집하게 되면 새누리당은 예전의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보수층? 사라진 게 아니다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사안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보자. 대통령 권한을 어디까지 제한할 것인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헌법 제74조(대통령의 군 통수권)를 놓고 격한 논쟁이 벌어진다고 치자. 보수진영에서는 일제히 안보 위기 국면이니만큼, 군 통수권은 대통령이 행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게 뻔하다. 야권 지지층 태반은 ‘74조의 권한 역시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거국내각이라는 ‘멍석’은 여야 지지층 간 ‘대결의 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일시 이탈했던 여당 지지자들이 이 ‘대결의 장’으로 대거 몰려오게 되면 여야 지지층 사이에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국민의 시선도 ‘박근혜 게이트’에서 조금씩 멀어지게 될 것이다.

야당은 혹독한 견제에 시달릴 수 있다. 거국내각이 실현되면 야당의 위상이 바뀌게 된다. 정권을 견제하는 야당에서 ‘사실상의 집권당’으로 신분이 달라진다. 권력을 내놓은 여당과 청와대는 야당을 공격할 빌미를 찾으려 혈안이 될 것이다. 가용한 수단과 방법을 모두 동원해 ‘권력 탈환’에 나설 게 확실하다.

혹여 야당 진영에서 권력형 비리나 여론을 자극하는 추문이라도 발생한다면, 여야의 처지는 순식간에 뒤집어질 수도 있다. 여론이 안 좋아져 ‘박근혜 정권이나 야당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야당 입장에서는 다 잡아놓은 차기 대선이라는 대어를 놓치고 말지도 모른다.


야당에게 거국내각은 ‘무서운 시험대’

언론의 태도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지금은 보수언론까지 국정농단 사태 때문에 박근혜 정권을 강하며 비판한다. 하지만 야당이 ‘사실상 집권당’의 신분이 된다면 보수언론들이 비판의 수위를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 차기 대선까지 1년 이상 남아있다. 빠르게 움직이는 정치판에서 1년이면 짧은 시간이 아니다.

보수언론들이 ‘집권당이 된 야당’을 주시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갈 거라는 예상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켜보다가 야당이 실책을 범할 경우 보수언론은 그 본색을 드러내며 야당 공격에 총력을 기울일 확률도 작지는 않아 보인다.

야당이 ‘식물 대통령’에게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탄핵소추로 인한 권한정지 상태도 아니다. 건강상 아무런 문제도 없다. 이런 대통령이 언제까지 ‘식물’ 노릇을 하고만 있겠는가. 야당이 허점을 보이거나 ‘실책’을 범할 할 경우 대통령은 태도를 바꿔 헌법에 보장된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나설 수 있다. 나서겠다면 법적으로는 막을 방법이 없다.

거국내각이 야당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매우 힘들고 난해한 과제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무서운 시험대’라고 인식해야 한다. 자칫 차기 대선을 망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국내각, 야당에게는 ‘살얼음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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