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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국정운영 원칙은 ‘순실 독대’?
수석-장관은 독대 한 번 못하는데 최순실은 수시로 들락날락
육근성 | 2016-11-04 14:49:3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배석한 장관과 수석들을 향해 크게 웃으며) 대면 보고를 좀더 늘려가는 방향으로 하겠습니다만,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질문한 기자를 향해) 이렇게 말씀을 드려야만 그렇다고 아시지. 청와대 출입하시면서 내용을 전혀 모르시네요.” (2015년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대통령의 불통을 지적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한 기자가 대통령에게 대면보고가 부족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반문했다. 이어 질문한 기자에는 ‘내용을 전혀 모른다’며 면박까지 줬다. 박 대통령이 대면보고를 원하지도 않을뿐더러, 지나칠 정도로 꺼리는 성향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독대-대면 못한 수석과 장관들

‘독대나 대면보고는 필요 없다’는 박 대통령의 입장은 실제 업무에 충실히 반영돼 온 모양이다. 대통령 핵심 참모들 입에서 독대는커녕 대면보고조차 단 한 번도 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국회에 나와 ‘수석 재임 11개월 동안 대통령 독대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틈만 나면 대통령과 대면해야 할 자리가 정무수석이다. 독대 한번 못했다니 놀랄 일이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마찬가지. 야당 의원이 ‘대통령을 독대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한 번도 없었다”고 답했다. 1년이 넘도록 대통령과 단 한 차례도 머리를 맞댈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는 얘기다.

심각한 위기 국면에서도 ‘독대-대면’ 기피 성향은 여전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세월호 7시간’이 논란이 되자 “(7시간 동안) 대통령에게 서면보고만 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급박한 상황에서도 참모들을 직접 만나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 ‘조선해운 경제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역시 국회에 나와 “(조선해운 위기 1달 동안) 대통령에게 대면보고를 못했다”고 시인했다.

국정을 책임진 핵심 참모들이 대통령을 독대할 수도 대면할 수도 없던 그 때, 어떤 한 사람은 청와대를 수시로 들락날락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바로 국정농단의 핵심 최순실씨다.


수시로 독대한 단 한 사람

최씨는 청와대 출입과 관련해 대단한 특혜를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비서관들이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모셔오고 바래다줬던 모양이다. 신분 확인절차도 없이 청와대를 출입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신분 확인을 위해 최씨를 잡아 세운 경비책임자가 인사 조치가 된 경우도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장관과 수석들과는 직접 대면해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꺼리는 반면, 최순실씨와는 독대나 직접 대화 같은 방법으로 국정 전반을 상의해 왔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정부부처와 공기업 인사계획을 사전에 파악해 인사에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노컷뉴스>는 K스포츠 관계자의 말을 빌어 “ ‘최씨가 올해 초쯤부터 감사위원과 조달청장, 인천공항공사 사장으로 적합한 인물을 추천해 달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보도했다. 최씨가 이런 말을 한지 얼마 안 있어 최씨가 거론한 자리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조치가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통령이 최씨에게 전화로 시시콜콜 의견을 구했다는 얘기도 있다. ‘최씨가 어디로부터인가 걸려온 전화를 받더니 해외까지 나가서도 (박 대통령이) 전화를 한다며 귀찮아했다’는 최씨 측근의 전언까지 나온 상태다.

오래전부터 최씨가 박 대통령의 ‘의지처’ 역할을 했다는 증언도 있다. 전여옥 전 의원은 2005년 열린우리당이 수도 이전 문제를 강행처리했을 당시를 회상하며 박 대통령과 최씨와의 관계에 대해 언급했다.

전 전 의원은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이 크게 당황했다”고 말하면서 “그래서 너무 답답해 ‘전화 좀 해보라’고 했더니 진짜 구석에 가서 (최씨에게) 전화를 하더라”고 전했다.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더라도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떠했는지 추측해 볼 수 있는 대목이긴 하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원칙은 ‘순실 독대’?

박 대통령과 수시로 대면하고 독대할 수 있었던 최씨는 이를 적극 활용해 '대통령의 권력'을 빼내 제 것인 양 행세해온 것으로 짐작된다. 문화·체육 분야는 최씨 일가와 측근들에 의해 장악돼 왔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최씨는 이를 거점 삼아 외교, 인사, 국정홍보 등 전반에 걸쳐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했다.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왜 박 대통령이 참모들과의 독대와 대면을 기피해왔는지 그 이유가 대략 그려진다. 최씨라는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과 국정을 상의하고 있는데 무엇 때문에 참모들과 독대하고 대면할 필요가 있겠는가.

박 대통령의 ‘독대-대면 기피증’과 관련해 전여옥 전 의원의 얘기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럴 듯한 주장이기 때문이다. “질문을 하려면 사안을 완전히 파악해야 하는데 특히 대면보고는 서로 주고 받는 것이다”라는 전 전 의원의 말은 ‘박 대통령이 참모들의 보고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대면을 기피했다’라고 풀이될 수 있다.

‘독대-대면 기피증’의 원인이야 어떻든 간에, 박근혜 정부 3년 8개월 동안 국정의 상당부분이 ‘최씨와의 독대’에서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 ‘순실 독대’로 4년을 버텨온 정권이다. 그러니 나라꼴이 온전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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