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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순간까지 지하철 안전문을 고쳤던 청년
김욱 | 2015-09-03 09:22:3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사진 출처 : 한겨레신문 - ’지하철 참변’ 정비직원 친구들 “몇번이나 혼자 수리하러 나갔다고 말했다”

지하철 안전문 보수업체 직원이 열차와 안전문 사이에 끼어 숨졌다. 혼자서 선로에 내려가 안전문을 고치다 역으로 진입하는 열차를 피하지 못하고 사고를 당한 것이다.

서울메트로는 사고 후 보수업체 직원이 2인1조 메뉴얼을 따르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원래 한 사람은 점검이나 수리를 하고 다른 한 사람은 열차 등 주위를 살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고 단독으로 수리를 했다는 것이다. 사고의 원인이 점검 중 숨진 직원의 과실에 있다는 말이다.

숨진 노동자는 공적 업무를 수행하다 죽었다. 그는 열차가 등을 덮치는 순간까지 서울시민과 서울메트로를 위해 안전문을 수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회사는 그의 차가운 시신에 대고 메뉴얼을 지키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가 죽는 순간까지 바친 노동과 희생은 사라지고 혼자서 수리했다는 사실이 과실로 커다랗게 남아버렸다.

지하철에서 2인1조 점검은 철칙이다. 이 철칙은 지하철 노동자들의 희생 위에 세워졌다. 엄청난 무게의 열차를 세울 수 없고 피할 공간도 없는 어두운 선로에서 한순간 주의를 잃어 생명을 잃는 지하철 노동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하철에서의 근무철칙이 왜 숨진 보수업체 직원에겐 빗겨나 있었던 것일까? 몇 가지 추정을 해보면 이렇다.

일단 숨진 노동자가 비정규직이라는 점을 봐야 한다. 지하철의 정규직 직원들은 상사나 선배들로부터 2인1조로 움직이라는 안전수칙을 귀가 따갑도록 듣는다. 그러나 파견 현장인 지하철을 언제든 떠날 수 있는 보수업체 직원들에게 철칙은 그렇게 깊이 새겨질 수 없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2인1조 메뉴얼에 대한 체감은 다를 수밖에 없다.

업무 압박도 원인이었을 것이다. 안전문은 승객들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지하철 측에선 아무래도 신속한 수리를 원하게 된다. 신속함은 보수업체에 대한 평가로 이어졌을 것이고 다시 직원에 대한 압박으로 흘렀을 것이다. 신고된 업무를 처리하란 지시엔 긴장이 가득한 반면 2인1조 메뉴얼엔 영혼이 실리지 않으면서 직원들이 신속한 수리를 위해 단독으로 점검과 수리를 했을 수 있다.

숨진 노동자는 28세로 지난해 회사에 입사한 막내다. 이제 1년 된 신입직원이 철칙 같은 메뉴얼을 어겼는데 그게 순전히 혼자만의 결정으로 이루어진 것일까?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이것은 업무의 압박, 내부의 관행, 지하철의 관리감독 미비 등이 결합되어 이루어졌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2년 전에도 안전문 보수업체 직원이 사고로 숨진 일이 있었다. 중대한 사고가 빈번하다면 이건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구조적 문제가 내부에 있다는 얘기다. 만약 사고의 원인을 개인의 부주의로만 돌리고 이런 구조적 문제를 규명하고 해소하지 않으면 사고는 또 발생할 수 있다.

혼자 출동하란 말을 거부할 힘이 없었던, 어리면서 책임감이 강한 28살 청년이 자신의 일에 몰두하다 사고를 당해 죽었다. 이런 청년이 위험을 감수하고 희생한 노동 속에서 지탱되는 이 세상은 파렴치하게도 사고의 책임을 죽은 청년에게 돌리면서 열차와 승강장 사이에 끼여 짓이겨진 청년의 시신을 다시 갈기갈기 찢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작동을 수리하겠다고 죽는 순간까지 안전문을 잡고 있었을 28살 청년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지하철 참변’ 정비직원 친구들 “몇 번이나 혼자 수리하러 나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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