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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선생전(傳)-5] ‘탈북자’ 김만철과 황장엽
권력투쟁에 밀려 탈북한 ‘주체사상’ 황장엽, ‘김정일 타도’ 공로로 현충원 안장
뒷북의 달인 | 2012-06-12 21:27:4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대강 이렇게 되리라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북한 얘기만 하다 보니 슬슬 지겨워졌다.

앞서 말했듯이, 이 나라 사회의 진보적 가치에 북한이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보수선생이 이 나라 보수를 대표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 나라 보수가 사회문제를 대하는 방식이 이와 비슷하다면, 이것 참 우스운 일이 아닌가.

반공 만화영화 '똘이장군' 보던 시절도 아니고, 걸핏하면 북한 타령이라니, 이거 뭐 누가 종북, 친북 세력인지 알 수가 없다.

▲ 반공 만화영화 '똘이장군' (1978년 작)

 

 

 

 

 

 

 

 

이런 내 마음과는 달리 보수선생은 북한 얘기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좋다. 자네들이 내다테(나한테) 질문을 했으이끼네 내도 하나 물어보자. 보래, 아까전에 북한인권법 이바구로 쪼매 하다가 말았다 아이가. 자네들은 탈북자를 이북으로 도로 돌리보낸다카는 거에 대해서 우째 생각하노?”

내가 대답하기 전에 다른 사람이 먼저 말했다.

“돌려보내면 안 되죠. 북한이 싫어서 나온 사람들인데.”
“그래, 그기 맞는 소리다 말이다.”
“탈북자는 북송을 하면 안 되고, 탈남자도 남송을 하면 안 되죠.”

엉뚱한 대답에 보수선생이 그 사람을 돌아보았다. 나도 그를 흘겨보았다.

“아니, 왜, 북에서 넘어온 사람도 있지만 남에서 북으로 넘어간 사람도 있을 거 아냐.”

선생은 말 같지 않은 소리는 듣지도 않겠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보래, 자네들은 어떻는지 모르지만서도, 요새 우리나라에 뻐뜩하믄 촛불로 들고 집회를 한다, 단식 농성을 한다, 생 난리를 안 피우나 말이다. 그런 거로 하는 이유도 보믄 벨 꺼 아이라요. 미국 소고기 수입하지 마라카는 기나, 산에 턴널 뚫는데 도롱뇽이가 다 죽는다 카고 머 이 지랄로 안 하나 말이다. 그란데, 와 탈북자 돌리보내지 마라카는 집회는 안하노 말이다. 탈북자가 도로 이북에 끌리가믄 우째되는지 모르나? 바로 총살이다 총살! 아 소고기가 사람 목심보다 중하나! 엉? 도롱뇽이가 사람 목심보다 중하냐 말이다!”

선생은 침을 튀기고 탁자를 두드리며 열변을 토했다.

탈북자(脫北者).

법률적 용어로는 '북한이탈주민(北韓離脫住民)'.

북한이탈주민은 대한민국 법률상 용어로, 북한에 주소ㆍ직계가족ㆍ배우자ㆍ직장 등을 두고 있는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북한을 벗어난 후 대한민국 이외의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사람을 뜻한다.

그러한 사람을 가리키는 용어는 애초에 귀순자(歸順者), 귀순용사(歸順勇士)로 불리다가 1994년부터 ‘탈북자’라는 말로 불리웠는데, 이 말의 어감이 좋지 않다고 하여 2005년 당시 통일부 정동영 장관의 주도로 ‘새터민’이라는 순화용어로 불렀던 적이 있다. 그런데 2008년부터 이 ‘새터민’이라는 말은 쓰이지 않고 다시 ‘탈북자’로 부른다.

▲ '따뜻한 남쪽나라'를 찾아서 탈북한 김만철 씨 일가가 김포공항에 도착한 모습

 

 

 

 

 

 

 

 

 

 

탈북이 정치적 망명의 성격을 띠었던 ‘귀순자’ 시절, 가장 유명한 탈북자는 아마도 김만철과 그의 일가족일 것이다. 1987년 1월 15일, 박종철이 고문으로 목숨을 잃은 바로 그 다음날, 노인과 아이들을 포함한 김만철 일가족은 청진항을 떠나 표류 끝에 일본 쓰루가항에 도착한다.

이들은 일본 해상 보안청 요원들을 만나자 마자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고 싶다며 정치적 망명을 요청한다. 재밌는 것은 이때의 “따뜻한 남쪽나라”가 이후 대대적으로 선전된 것처럼 남한을 의미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김만철 스스로 뭐 인도네시아나 어디 동남아쪽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한 바가 있다.

아무튼 남과 북, 양쪽의 눈치를 다 봐야 하는 일본으로서는 골칫거리를 안게 된 셈이라, 이들을 대만으로 보내버린다. 당시 불안한 행보를 보이던 전두환 정권은, 이들을 어떻게든 데려온다면 체제 경쟁에서의 승전고를 울림은 물론, ‘생지옥 북한’의 살아 있는 증거가 될 것이었기에, 거기다 결정적으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덮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에 낼름 입국시키고 대대적으로 언론에 연일 대서특필해 마구마구 보도를 때린다.

탈북, 아니 귀순의 본보기가 되어야 했기에 김만철에게는 막대한 정착금을 비롯한 최고급의 대우가 주어졌고, 각급 학교 학생들은 김만철의 아들이 쓴 ‘광호의 일기’ 독후감을 써야 했으며, ‘따뜻한 남쪽나라’를 주제로 한 웅변대회도 곳곳에서 열렸다.

▲ 사기를 당해 어렵게 살고 있는 김만철 씨

 

 

 

 

 

 

 


지금 그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현실은 때론 참으로 씁쓸하다. 20년이 지난 2007년, 어느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만철은 그 부인과 함께 경기도 광주 야산의 컨테이너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한때 정착금과 강연으로 모은 10억의 재산은 몇 번의 사기로 날아갔고 일당 1만원의 사탕봉지 묶기로 돈을 벌고 있다고 했다. 탈북자들이 당하는 사기범죄 피해율은 남한 사람들에 비해 40배 이상 높다. 다섯 명 중 하나는 사기를 당한다. 북한에서 의사로 나름 엘리트였던 김만철도 별 수 없는 그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더 씁쓸한 얘기가 있다. 그가 탈북하던 날, 백령도 인근에서 고기잡이를 하던 동진27호가 북한 경비정에 끌려갔다. 그리 드물게 벌어지는 일은 아니어서 적십자사 간의 교섭으로 풀려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만철 사건이 터지면서 사태는 급변했다. 북한은 김만철과의 맞교환을 요구했지만 일이 저렇게 흘러간 이상 어림없는 이야기였다. 이에 북한은 송환을 거부했고 동진27호를 간첩선으로 몰았다. 끌려간 12명의 선원 중 6명은 언젠가의 이산가족 상봉에서 모습을 드러냈지만, 나머지 6명은 여태 생사도 모른다.

이렇게 내려오는 사람이나 받아주는 쪽이나 정치적이었던 시기를 지나, 북한의 경제난이 가속화되고, 설상가상으로 대규모 자연재해로 인한 식량난이 발생하자 탈북은 경제난민의 성격을 띠게 되면서 그 수가 엄청나게 불어난다. 통일부에 따르면, 분단 이후 1993년까지 누계 641명이었던 탈북자의 수는, 1994년부터 그 수가 꾸준히 증가하여 2000년에는 누계 1,406명이었고, 2010년에는 누계가 20,000명을 넘어섰다. 굶어죽을 수 없어서, 먹고 살기 위해서,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똑같다는 심정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 시기의 가장 유명한 탈북자는 북한 노동당 비서를 지낸 바 있는 황장엽일 것이다. 물론 이 사람은 먹고 살기 위해 탈북한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의 탈북자 중 최고위급 인사로, 북한이 줄곧 내세우는 - 그리고 우리 정부가 빨간 색을 칠할 때 잘 사용하는 - '주체사상'의 체계를 확립한 대표적인 이론가였는데, 1994년 당내 권력투쟁에서 패배하여 영향력을 잃게 되자 1997년 망명하였다. 망명 후에는 각종 강연을 통해 김정일 정권의 타도를 주장하였으나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진행된 햇볕정책의 영향으로 그의 주장은 정부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북한 노동당 비서 출신의 탈북자 황장엽 씨

 

 

 

 

 

 

이후 10년간 정부에 의해 활동 제한조치를 당해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에 놓였다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해제되었다. 사망할 때 까지 미국의 보수인사들과 함께 김정일 정권 타도와 북한의 인권상황을 폭로하는 활동을 전개했다. 87세가 된 2010년, 자택에서 노환으로 사망하였는데, 남한에서 만난 사실혼관계의 40대 아내가 있고(!) 11세의 아들이 있다. 황장엽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빌딩 등 상당한 유산을 남긴 것으로 전해지는데, 공식적인 딸인 68세의 김숙향씨와, 새로 얻은 또 하나의 가족^^간에 유산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들었다.

웃지 못 할 일은 그것뿐이 아니다. 황장엽이 죽자 일부 보수주의자들이 그의 업적을 인정하여 현충원에 안장하자고 주장했다. 훈장을 받은 것도, 한국전쟁에 참전한 것도 아닌 그를, 게다가 주체사상을 창시하여 독재정권의 기틀을 마련하고 북한 인권 악화를 초래한 장본인, 그야말로 글자 그대로 완전 주사파^^인 그를 다만 탈북하여 김정일을 비판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현충원에 안장하자는 거였다. 여기까지는 그냥 웃어넘길 일이었다.

▲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치러진 고 황장엽 씨 안장식(2010.10.14)

 

 

 

 

 

 

 

 

 


그런데, 정부에서 1등급 훈장인 무궁화장 추서를 하게 되었다. 그것도 훈장을 먼저 받은 후에 현충원에 안장되는 것이 아니라, 현충원에 안장되기 위해 훈장을 추서한, 이상한 모양새였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물론, 보수논객이라는 지만원이나 뉴라이트 등 다른 보수단체에서도 반대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훈장은 추서되었고 10월 14일 황장엽의 안장식이 거행되어 대전국립현충원에 안장되었다.

황장엽의 영결식 위원장은 김영삼이 맡았는데, 영결식과 장례식장에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비롯한 정, 관계 인사들이 참석하였으나,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의 관계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계속)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9&table=back_book&uid=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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