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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선생전(傳)-3] “이게 다 빨갱이들 때문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이나 이명박 대통령은 ‘김정일 개새끼’라고 말한 적 있나
뒷북의 달인 | 2012-06-03 19:34:0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이 사람들이 정말로 빨갱이들일까요?”
“지금 그거를 말이라꼬 하나! 이것들이 다 김정일이 사진 걸어놓고 아침마다 절하고, 김일성이 죽었을 때 울고불고 처자빠졌던 놈들이라 안 하나! 이런 뺄개이들은 말카(전부) 이북으로 보내삐야 돼!”

어디선가 자주 듣던 소리였다.

“얼마 전에도 신문에 났잖나 말이다. 이북에서 간첩을 내라 보내가꼬 남한에 진보정당을 만들고, 그거를 키와가 체제를 전복할라칸다드라 안 하든가베. 이것들이요, 대학교에 데모하는 거, 뭐고, 그래 운동권! 운동권하고, 천날만날 파업한다 하는 노조하고, 툭하몬 촛불 들고 기 나오는 것들 하고, 전부 한 통이라요.”

어디서부터 얘기를 시작해야 하나.

왜 사회에 관한 모든 것이 북한과 연관되어 가야 하는 걸까.

우린 그저, 

먹기 싫은 것을 먹기 싫다고 하고 싶을 뿐이고,

잘못된 일에 대해 잘못됐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며,

내 집을, 내 마을을 떠나기 싫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고,

피땀흘려 노동한 데 대한 정당한 댓가를 받고, 그저 생존할 권리를 보장받겠다는 것이고,

살인적인 등록금을 좀 내려달라고, 그것도 당신들이 내려주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라는 얘기이며,

국민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국가경제를 아주 오랫동안 좌우할 중대한 결정을, 좀 더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해달라고 할 뿐이다.

이런 것들에 북한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선생님은 그러니까,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 촛불시위를 하는 사람들과, 진보정당 정치인들, 이 사람들이 모두 빨갱이, 그러니까 공산주의자로서 북한의 지령을 받고 활동하는 거라고 생각하시는군요?”
“그렇지, 맞아요. 그기 정답이라.”
“하지만 학생운동은 실제로 우리나라의 민주화에 크게 기여를 했구요, 노동운동의 경우,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측면이 강하고, 더구나 촛불시위는, 광우병 촛불시위나 반값등록금, FTA반대 같은 경우에 보면,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지키려는 행위라고 생각되는데, 이게 북한에서 시킨 일이라고 보긴 좀 어렵지 않을까요?”
“그기 순진한 생각이라. 젊은이, 젊은이도 대학을 나왔지요? 그런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 우째 그래 머리가 안 돌아가노. 이북에서 그런 식으로 사회를 혼란시키가꼬 남한을 잡아묵을라칸다는 거를 이 무식한 할배도 아는데 와 여러분은 몰라요? 촛불이 곧 친북이고 친북이 곧 종북이고 종북은 곧 뺄개이라!”

명쾌하다. 촛불을 들면 빨갱이구나.

“좋습니다. 진보정당 얘기는 거기까지 하구요, 그럼 다른 정당은 왜 부산에서 쉽게 자리를 잡지 못할까요? ”
“다른 정당? 다른 정당 무슨 당 말이고?”
“뭐 새누리당, 통합진보당 말고 다른 당이면 민주통합당이겠죠?”
“민주당은 김대중이 당 아이가. 김대중이는 어디 뺄개이 아잉가? 김대중이맨치 큰 뺄개이가 어데 있노? 김대중이가 뺄개이 두목이라요.”

또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나.

“김대중 노무현이 뺄개이 아이가. 이북에 햇볕정책인가 지랄인가 한다고 막 안 퍼준나 말이다. 지끔 이북이 로케트며 핵개발이며 하는 돈이 다 어디서 났겠노? 다 김대중이가 준 돈이라카이.”
“그러면,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이 빨갱이인 이유는, 햇볕정책으로 대북지원을 해준 것 때문인가요? 오직 그것 때문에?”
“아니지, 그 퍼주기 한 거는 뺄개이라카는 증거고, 김대중이는 옛날부터 뺄개이라요. 이북에서 김일성이가 6.25 이전부터 키왔다케. 김대중이가 이북에 가서 정상회담했을 때 이북놈들이 그랬다 안하나, ‘역시 우리 수령님은 앞을 내다 보신다. 우째 김대중이가 대통령 될 줄 알고 미리 키왔노’ 하고 말이다.”
“근거 있는 얘긴가요?”
“그라모! 신문에도 나고 월간 조선에도 났다.”

역시 북조선 소식은 조선일보에서 아는 것이 제격이다.

“그럼 노무현 대통령은요? 노무현 대통령도 빨갱이인가요?”
“히야... 봐라. 노무현이는 아부지도 빨치산이고 장인도 빨치산이다. 그런 거를 모르고 참말로...”
“그럼 본인이 빨갱이라는 증거는요?”
“보면 모르나? 보면 몰라? 그 피가 어디로 가겠노?”

이때 모임에서 엉뚱한 소리를 잘하는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제가 형제가 다 빨갱이인 사람을 아는데요.”
“그기 눈데?”
“있습니다. 유명한 사람. 그 사람도 빨갱이겠군요?”
“그라모. 한번 빨간 물이 들면 영영 안 진다.”


 
그 사람이 과연 누굴까.

“선생님 말씀대로라면 북한은 못하는 게 없군요, 남한 대통령도 당선시키고 말입니다.”
“아, 간첩들이 곳곳에 숨어가 암약하고 있다꼬.”
“천안함은 당연히 북한 소행이라고 생각하실 거고.”
“그걸 말이라고 하나? 그런 걸 의심하는 사람이 어데 있노?”
“의심스러운 구석은 많다고 하지 않습니까.”
“아 국가에서 조사를 그래 정밀하이 해가 발표를 하는데 그거로 안 믿어? 떡~하이 증거가 나와 있잖아 증거가! 정부를 그래 불신해가 되나.”



“하지만 그것을 뒤엎을 만한 증거도 많이 나왔다는데요.”

보수선생은 그 말을 한 사람의 눈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봐라, 니는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기고? 아니 그라믄 우리 군함이 작전중에 침몰했는데 그기 그라믄 미국 배가 공격했겠나, 중국 배가 공격했겠나, 아니모 우리 아군이 공격했겠나? 이북놈들 밖에 더 있나! 자네는 그라모 천안함이 와 침몰했다고 생각하노?”
“그냥 현재시점의 제 개인적인 견해를 물으신다면, ‘정확히 모른다’입니다만...”

보수선생은 테이블을 주먹으로 꽝 내리쳤다.

“몰라? 몰라? 모른다고? 응? 그 어린 해군 장병들이 참혹하게 희생이 됐는데 모른다는 게 지금 말이라고 하고 앉았나!”

그랬죠. 아까운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그 젊은이들을 희생시킨 책임이 있는 상관들은, 전투화에 물 한 방울 안 묻힌 채 잘도 진급을 했더군요.

그 안타까운 일이 사고라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졌어야 하고, 적에게 공격을 받은 거라면, 경계를 소홀히 하고 패전을 한 데 대한 책임을 졌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저는 북한이 착해서 우리 군함을 공격했을 리가 없다는 소리를 하려는 게 아니구요, 과연 북한이 그 정도로 어려운 공격을 성공시킬 능력이 있느냐 하는 겁니다.”

한미 양국의 해군전력이 대거 동원된 합동작전 중에 몰래 잠입해와서, 음향탐지기에도 잡히지 않는 가공할 어뢰를 발사, 한 방에 군함을 격침시키고 몰래 빠져나가는 데 성공할 만한 능력이라면... 과연 어느 나라 해군이 그 정도의 능력이 있단 말인가.


“이북놈들을 몰라서 그런다. 저놈들은 모든 경제, 과학, 기술 능력이 전부 군사에 집중돼 있다꼬. 충분히 하고도 남지.”
“저번에 농협 전산망 장애도 그럼 북한의 소행인가요?”
“말할 것도 없다.”
“작년에 있었던 대규모 정전도?”
“당연하지.”

정말 북한은 못하는 게 없단 말인가.

더 이상 이 주제로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화제를 돌리려고 했다. 그러나 보수선생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던 모양이다.

“보래, 그럼 내 자네한테 함 물어보자. 북한을 우째 생각하노?”
“가난한 이웃나라죠.”
“그래? 3대 세습은?”
“말도 안되죠.”
“북한 인권문제는 우째 생각하노?”
“사람이 살고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인권문제도 그렇구요.”
“그래? 나는 자네도 뺄개이 사상이 좀 들었다고 생각하는데, 자네 ‘김정일이 개새끼’ 함 해봐라.”

아아 이말을 여기서 들을 줄이야.

“김정일 개새끼.”

웃음을 참으며 진지하게 대답하자, 보수선생은 약간 당황한 것 같았다. 그럼에도 그 자리에 앉은 모두에게 그 말을 시켰다. 모두가 대답하고 나자, 누군가가 선생에게 물었다.

“그런데, 박근혜 위원장이나 이명박 대통령은 ‘김정일 개새끼’라고 한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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