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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뺄개이들은 늘 불평분자한테 접근한다꼬”
[보수선생전(傳)-15] 역시 친구를 만나면 반갑고, 얻는 것이 있다
뒷북의 달인 | 2012-09-02 09:55:2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자네는 그라믄 그... 뺄개이들하고 만났다 이 말이가?”

지하철 서면역, 보수선생은 오랜만에 친구인 박노인을 만났다. 부산도시철도의 1,2호선 환승역인 서면역은, 부산의 중심이라는 지리적 이점과,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지하철의 환승역이라는 교통의 이점 때문에, 선생 같은 노인들의 집결지 비슷한 것이 되어 있었다. 오늘도 길다란 돌벤치에 접이식 바둑판을 끼워놓고 바둑을 두는 노인들이 많았다. 관전을 하고 있던 선생은 연신 바둑판에 눈길을 주며 박노인의 물음에 답했다.

▲ 두 노인이 한가롭게 바둑을 두고 있다.(사진은 본문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완전히 혼(:진짜) 뺄개이는 아잉그 긑고, 쪼매 뽈고무리... 한 거 같드라.”

그런 기 어데 있노, 뺄개이믄 뺄개이고 아이믄 아이지

박노인도 눈앞의 바둑판을 흘깃 보았다. 검은 뿔테 안경을 낀 흰 머리의 노인과, 하얀 중절모를 쓴 노인의 대국이었다. 바둑은 중반 정도였는데, 백의 우세였다. 백은 우하귀에서 크게 집을 내어 실리를 챙기고, 발이 느린 행마로 아주 두텁게 두어가고 있었다. 흑은 중앙과 좌변을 유리하게 만들어 놓았지만, 아직 확실한 집이 아닌지라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승패의 관건은 백이 흑의 중앙세력을 얼마나 삭감하느냐에 달려 있었는데, 내 집도 네 집도 아닌 공배로만 만들어도 이기는 판이기에 백이 우세하다고 볼 수 있었다.

볼 것도 없다, 백이 이깄네.”

박노인이 보수선생에게 귓속말로 얘기했다. 선생도 가볍게 끄덕였다 

그래, 친구 니는 그 머시고 손지다테(손자한테) 배완 투위타(트위터)로 해가 그 자슥들을 만났단 말이재?”

, 총선 끝나고 나이 함 만나자꼬 연락이 왔드라꼬.”

만나가 무슨 말로 하드노?”

, 처머이는(처음에는) 우째 살아왔는고 얘기해달라카드마는 트위터는 우째 하게 됐는가 물어보데. 그래가, 내가 늙었지마는 종북좌파 때리잡을라꼬 손지다테 배와가 하게 됐다켔지.”

똑바로 말 잘했네. 그라이 머라드노?”

종북좌파가 어떤 사람들이냐 카길래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놈, 미군 물러가라카는 놈, 노조 파업하는 놈, 촛불집회 하는 놈들이라켔지.”

와이고마, 속시원하이 말 잘했네! ~ 친구 니 대단하네!”

박노인은 박수를 쳤다. 선생은 자기도 모르게 목에 힘을 주었다. 우리와 얘기할 때보다 어조가 더 강하고, 공격적이었지만, 그 자리에 없었던 박노인은 알 리가 없었고, 선생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래, 그라이 그놈들이 뭐라카데? 막 달라들지는 안하드나?”

그기 이상한 기, 그냥 허허 웃고 말드라꼬. 벨로 화를 안내드라카이.”

그래? 와 그렇지?”

몰라, 그래가 내가 김정일이 개새끼함 해봐라 캤그든. 그라이 또 순순히 잘 따라해.”

박노인이 무릎을 탁 쳤다.

아하! 고놈들이 참 교활한 놈들이네. 우리가 그런걸로 물어볼끼다... 카는 거를 알고 딱 준비를 핸 기다.”

그렇나? 쪼매도 망설임이 없이 막 웃으믄서 그라든데?”

그라이끼네! 고놈들이 고도로 훈련을 받은 놈들이다. 어데 보통 놈들인 중 아나.”

박노인의 말을 듣고 보니 그랬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비판하는 놈들이 빨갱이가 아닐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그런 놈들이 순간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눈 딱 감고 김정일 개새끼를 외치는 것쯤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보수선생은 새삼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내가 호랑이 굴에 들어갔다 나왔구나 싶었다. 

그라고? 그라고는 또 무슨 말을 하드노?”

촛불집회나 학생들 데모하는 거, 노조 파업하고 인권운동하는 거 이런 기 뺄개이 활동이 아이라케. 좀 잘 살아보자 카는 기지 그기 이북놈들하고 무슨 상관이 있느냐 카드라꼬.”

하하~! 고놈들 참!”

그래 내가, 자네들이 그래 인권이 중하다 생각하모 와 탈북자 문제나 북한 인권법은 가마 있노 했드마, 탈북자는 즈그도 돌리보내모 안된다 카고, 북한 인권법은 우리나라에서 그런 법 만들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나 카데.”

고놈들 무슨 꿍꿍이속인 중 모리겠네.”

그래 얘기하다가 밥 사준다케가 밥을 무러 갔거든. 자갈치 가가 생선회를 사주는데 제붑 잘 대접을 해서 맛있구로 묵으찌.”

뺄개이가 사주는 회 묵으가 어지가이 배불렀겠다.”

뭐 생선이 무슨 죄가 있노.”

하이튼, 회만 묵고 그라믄 헤어짔나?”

아이지, 밥 묵으믄서 말 끝에, 그때 언제고, 와 안 있나, 6.29 선언 할때 데모 엄청시럽구로 할 때 얘기가 나왔어. 그래가 그 이야기도 좀 하다가... 그 친구들 말은, 그때는 다같이 들고 일어나지 않았느냐...”

그때캉 지금이 같나! 그라고, 지금 생각해보모 그때도 뺄개이들이 들어가 선동을 했지 싶으다.”

그랬으까?”

그랬지! 안 그라고 그랬을 택이 있나.”

, 여학생 성고문도 하고 물고문 해가 대학생 아도 하나 죽고, 좀 심하기는 안 심했나.”

보래, 친구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제 어데든지 희생자는 있기 돼가 있다. 아 안할 말로, 전두환이 한테 덕 본 사람은 좋다칼끼고 피해 본 놈은 싫다칼끼고 안 그렇나? 그때 당한 사람들은 억울하다케도 그거사 그 사람들 일이지.”

우리의 보수선생과 그 친구 박노인이 전두환정권때에 무슨 덕을 얼마나 보았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다시금 흔들렸던 생각이 다시 자리를 잡고, 더욱 굳건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라고는 우째 됐노? 마 같이 데모하던 얘기 하면서 완전 포섭돼뿟는가베?”

아이지! 그래 될 뻔했는데, 거서 그때 와 김영삼이하고 김대중이하고 단일화 안돼가 노태우가 됐잖아? 그 얘기 하다가 김대중이하고 전라도 하와이 얘기가 나왔어. 그란데 요놈들이 김대중이를 윽수로 떠받드는 거라. 그래가 내가 딱 정신을 채리고, 아하, 요놈들이 뺄개이 근성이 나오는구나, 싶어가 디기 머라카고 괌(고함)을 지르고 그라고 왔지.”

잘했다. 잘했다. 그놈들이 그라이 자네보고 막 달라들기나 해꼬지하지는 안하드나?”

그라지는 안하데. 택시 태와가 집으로 보내주드라.”

아주 본데 없는 놈들은 아인가베.”

, 그렇드라.”

하기사 그것도 무슨 꿍수가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지. 아이고, 하이튼 고생했네.”

박노인이 손에 든 쥘부채로 보수선생을 툭 치며 말했다. 선생도 빙그레 웃음으로 화답했다. 

그란데, 요새 젊은 놈들은 와 그래 그런 데에 빠지가 있을꼬?”

보수선생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선생의 말대로 예의바르고 제법 똑똑해 보이는 청년들이 왜 그런 불온한 좌경사상에 경도되어 있을까. 그놈들이 북에서 지령을 받고 내려온 놈들이라 겉모양만 그럴싸 하지 속은 온통 새빨간 빨갱이일까. 아니면 어딘가에서 세뇌공작을 받고 포섭된 것일까. 옆에 있던 박노인이 나름의 답을 내놓았다.

그거는 이런 기다. 요새 젊은 놈들이 부모들이 쌔가 빠지게 벌어가 대학 보내 놓으이 배가 처불러가, 공부는 하기 싫고, 그라다 보이 취직은 안되고, ? 그라이 세상을 탓을 한단 말이다. 정부가 잘몬해가 이렇다! ? 그라이 오만 불평 불만이 많을 거 아이가? 옛날부터 뺄개이들은 이런 불평분자들한테 접근을 한다꼬요. 그래가 엉? 모두 평등하이 잘 묵고 잘 사는 세상이 온다~ 카모 들을 때는 아주 마 솔깃하거든. 그라믄서 정부가 머 쪼매 실수 하는 거 있으모 그거로 꼬투리를 잡아가꼬 막 개지랄로 떠는 기라. 그거는 딱 그런 기다. 더 말할 것도 없지.”

박노인의 명쾌한, 지극히 논리정연한 대답이었다. 보수선생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자네 말 듣고 보이 글타. 그거 참 큰일이네.”

큰일이고 자시고, 내 보이 친구 니도 회 한 사라 얻어묵고 좀 갈팡질팡 하는 그 긑은데, 그라지 말고, 내캉 내일 저 쫌 가자.”

어데? 뭐 하나?”

저 어데고, 초량에 부산일보사 안 있나? 거서 내일 강연 있다카는데 그거나 들으러 가자.”

강연? 무슨 강연?”

거 왜, 조갑제라꼬 안 있나, 옛날에 조선일보 기자 하던 사람. 그 사람이 내일 부산일보 10층에서 강연회를 한다 카네. 가가 들으모 재미도 있고, 아주 유익할끼다. 마 군소리 말고 내캉 내일 가자.”

, 조갑제. 조갑제 유명한 사람 아이가. 가봐야겠네. 같이 가자.”

역시 친구를 만나면 반갑고, 얻는 것이 있다. 보수선생은 조갑제 같은 유명인사의 강연을 듣게 되어 아주 기분이 좋아졌다. 

이때,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 아까 박노인과 함께 보던 바둑판의 대국자가 말다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 한 수도 안 물리 주는 기 어데 있노!”

못 보고 넘어갔으모 그만이지 뭐, 한 수도 아니고 몇 수 전에꺼를 물리달라 카믄 우짜는데요?”

아니 완전 이긴 판을 그거 하나로.. 아 참 내.”

박노인과 보수선생은 일제히 바둑판을 내려보았다. 믿을 수 없게도 필승의 기세였던 백의 대역전패였다. 처음에 가볍게 흑의 중앙세력을 지워나가던 백의 행마는, 예상외로 단단한 흑의 저항에 부딪혀, 조금씩 조금씩 무리를 거듭하다가, 급기야 우하귀와의 연결이 끊어져, 바둑판 전체에 거대한 시체를 남기고 쓰러지고 말았다.

그 바둑을 질 수도 있네 그래.”

그라이 말이야. 바둑 참 알 수 없네.”

세상에 알 수 없는 일은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계속)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9&table=back_book&uid=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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