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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계속 찍었는데 뭔 소용 있더나?”
[보수선생전(傳)-14] ‘애국보수 청년’ 창훈이가 대학 쉽게 가는 법
뒷북의 달인 | 2012-08-05 13:30:0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우리가 보수선생을 다시 만났을 때, 선생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선생은 얼근히 취한 채 택시 뒷좌석에 푹 기대어 앉았다. 50쯤 되어 보이는 운전사가 선생에게 말을 걸었다.

어르신, 기분 좋게 약주 한잔 하셨나보네요?
, 그래요. 오늘 어데 잘 모르는 젊은 사람들한테 대접을 잘 받았으요.”
그렇습니까? 기분 좋으시겠습니다.”
.. 그렇기는 한데... 그렇네...”

선생은 말꼬리를 흐렸다 

차 안의 라디오에서는 부산 지역방송의 야구중계가 나오고 있었다. 이 지역 야구팀인 롯데의 전경기를 홈-원정 가리지 않고 중계한다는 그 방송이다. 여과 없는 사투리와 편파적인 해설로 지역 주민들, 특히 택시 기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중계방송이었다.

오늘 야구 우째 됐능교?”
오늘은 졌습니다. 지금 삼성하고 하는데 7회에 3점 지고 있으이...”
빙시셰키들 졌네 오늘은.”
요즘 쪼매 잘하드만 오늘은 그렇네요.”

캐스터와 해설자의 목소리가 착 가라앉아 있는 것으로도 오늘 경기는 패색이 짙어보였다. 선생은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선생이 탄 차 옆으로 다른 택시가 한 대 스쳐지나갔다. 그 차의 뒷유리에는 ‘100만 택시가족 생존 위협하는 LPG 가격 인상 결사 반대라는 문구의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선생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까스값이 또 올랐는가베.”

그 말을 어떻게 들었는지 운전사가 바로 튕기듯 대답했다.

아이고 마 죽겠심니다. 요금은 그대론데 가스값은 오르고 사납금도 같이 오르고, 이래가 우째 살아라카는긴지 모르겠다꼬요.”
월급은? 기본급 받는 거 있을 거 아이요?”
세상천지 오만 물가 중에 제일 늦게 오르는 기 월급 아입니까! 그것도 사납금 못 채우면 월급에서 깝니다.”
참 살기 힘든 세상이네.”
살기 힘든 세상이지요.”

반복되는 말이지만, 살기 힘든 세상이다. 

저번에 총선 때, 손님들 무슨 말들 안 합디까?”

선생의 말에 운전사는 룸미러로 흘끔 선생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무슨 말요?”
뭐 살기 힘들다는 말이나, 이번에는 누구 찍어야 된다는 말이나...”
살기 힘든 거야 다 매한가지지요. 이때까지 한나라당 계속 찍어줐는데 무슨 소용이 있더나 이런 말도 듣기는 들었습니더.”
하기사, 부산이 점점 발전되는 거 같지도 않고...”
발전은요, 완전 망했지요. 인구도 줄고 돈도 다 빠지 나가고.”
그라믄, 그 사람들은 민주당 찍는다 카든가베?”
그기 또 그런 거는 아인 기... 그래도 한나라당 찍어야 안되겠나 캅디다.”
하기사 민주당 찍어봐야 별 수 있겠나.”
그렇지요 다 똑같은 놈들인데.”
그래, 다 똑같은 놈들이지.”

보수선생은 다시 창밖의 불빛을 바라보았다. 차는 부둣길을 달리고 있었다. 젊은 날 그가 땀 흘려 일하며 오갔던 북항은 대교 공사로 폐쇄되어 불빛 하나 없이 캄캄했다. 선생은 다시 뇌까렸다.

“... 다 똑같은 놈들이지.” 

집으로 돌아오니, 선생을 맞이하는 것은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던 아내뿐이었다.

, 젊은 사람들 만나서 인터부한다카드만 술 묵고 왔능교?”
마치고 한잔 했다.”
인터부고 머고 고마 술 무러 갔구만.”
마치고 무그따니까.”
아이고, 내가 평생을 그노무 술 때문에 내가 몬살겠다. 나이가 칠십 넘어가 팔십이 다돼가모 좀 절주를 해가 안 묵으믄 안 좋나. 지금 청춘인 줄 아요, 그래 천날만날 술로 묵고 다니구로?”
어허! 남자가 밖에 나가서 술도 좀 묵고 들어올 수 있는기지 뭐 말이 많아. 애비랑 에미는?”
애비는 오늘 물량이 많아가 늦게 온다켔고, 에미는 사무실에 회식이라 캅디다.”
손지들은?”
민지는 안즉 안 들왔고, 창훈이는 지 방에서 공부하요.”
가스나가 일찍 일찍 안 다니고 어디 싸돌아댕기노. 요즘 세상이 어떻는데.”

선생은 계단을 올라가 손자의 방으로 갔다. 이제 고1이 된 손자 창훈은 요즘 선생의 거의 유일한 낙이었다 

창훈아, 공부하나? 할아부지 왔다.”

문을 열고 방에 들어가니 손자 창훈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생이 들어오기 전에 뭔가 다급하게 움직이는 것 같았는데 그게 뭔지는 알 수 없었다. 선생이 방으로 들어오자 창훈은 슬며시 컴퓨터 책상 앞에 있던 두루마리 휴지를 옆으로 치웠다.

방이 와 이래 덥노? 안 덥나 니는?”
괜찮아요, 할아버지.”
공부는 잘 되나?”
그냥 그렇지요.”
고등학교 들어가니까 중학교 때하고 다르재? 더 열심히 해야될 끼다.”
알아요, 할아버지.”
보자, 지금 무슨 공부하고 있었노? 영어공부했나? 컴퓨터 하는 거 같던데.”
, 잠깐 제가 운영하는 카페 게시판 관리하고 있었어요.”
카페? 무슨 카페? 카페가 뭐라 켓니라?”
아이 참, 전에 말씀 드렸잖아요 종북 좌빨 척결하는 청소년 카페라고, 할아버지도 보셨으면서.”
, 그거. 니 그란데 고등학교 올라가면서 안하기로 했잖아.”
그전만큼 거기 매달리는 건 아니고 기본적인 관리만 하는 거예요.”
그래? 그러면 뭐...”

공부를 안하더라도 틈틈이 이런 걸 하는건 괜찮겠지. 게임이나 야동에 빠져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은가. 아니 불온한 사상에 물들어 학생이 촛불집회나 드나드는 것에 견주어보아도 손자의 여가선용은 참으로 알차고 훌륭하지 않은가. 선생은 절로 흐뭇한 생각이 들었다.

선생의 손자인 창훈은 중학교 때부터 무슨 일베인가 디시인가 하는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정치와 사회에 관심을 가져왔다. 급기야는 인터넷에 카페를 만들어 운영한다고 하더니 뭐 회원 천명을 거느린 카페지기가 되었다. 생각해 보면, 선생에게 트위터를 가르쳐 준 것도 창훈이었다.

창훈의 활약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얼마전에는 트위터에서 활동하는 간첩을 잡았다는 게 아닌가. 박 무슨 근인가 하는 이름을 가진 그 간첩은 트위터 상에 북한의 선전사이트 우리민족끼리의 글을 리트윗해서 북한 체제를 고무찬양했고, 창훈과 다른 사람 몇 명이 그를 고발, 결국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수감시켰다고 한다. 창훈은 국정원에서 나온 직원에게 감사의 표시로 국정원 마크가 찍힌 시계를 선물로 받았고, 창훈이 그 시계를 사진으로 찍어 카페에 올리자, 수많은 사람들이 존경과 찬탄을 금할 수 없었다고 한다.

 절대시계의 위용

 

 

 

 





이에 고무된 창훈은
, 언젠가 식탁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저는 대학 가는 문제가 해결됐어요.”
그게 무슨 소리냐.”
굳이 죽어라 공부하지 않아도, 요즘은 입학사정관 제도라는 게 있잖아요.”
그래서?”
전국에 저만큼 정치, 사회적으로 활동하는 청소년은 없을 거예요. 있다고 해도 좌빨 쪽에나 있지 애국보수 쪽에는 없거든요. 그걸 어필하면 충분히 대학 갈 수 있어요.”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말고 공부나 해라.”

이제껏 잠자코 듣고 있던 선생의 아들, 창훈의 아버지인 영환이 무표정한 얼굴로 한마디 했다.

쓸데 없는 소리가 아니고...”
시끄럽다.”

금세 풀이 죽은 창훈이 보기 안타까와 선생이 거들었다.

그래, 쓸데없는 소리라이, 지가 그래 열심히 하는데 와 그래샀노.”
아부지도 괜히 아 버릇 나빠지구로 너무 오냐오냐 하지 마이소.”

평소 말수가 적고 차분한 아들이 이렇게까지 말하는 데는 선생도 더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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