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회원가입 | CMS후원
2017.06.28 09:20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세계  |  미디어  |  칼럼  |  서팡게시판  |  여행게시판
 
칼럼홈 > 뒷북의 달인

“‘전라도 하와이’는 꼭 뒤통수를 친다카이”
[보수선생전(傳)-10] 왕건의 ‘훈요십조’와 지역감정
뒷북의 달인 | 2012-07-08 13:33:3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그 해, 87년의 대선은 야권에서 볼 땐 여러 가지로 아쉬움이 많았지요. 뭐니 뭐니 해도 후보단일화 문제인데요, 어르신 생각에는 어느 분이...”

“당연히 김영삼이가 됐어야지. 뭐 말이라꼬 물어보나.”

그러시겠죠.

“이유는 뭔가요? 역시 김대중은 빨갱이라서?”

“그렇지. 그것도 있고... 또 뭐나 하모 말이다....”

선생의 눈매와 입가에 얼근히 취기가 오른 것 같다.

“전라도 하와이놈들은 원래가 그렇지마는 서도... 꼭 그래 뒤통수를 친다카이. 절대로 그놈들을 믿어가꼬는 안돼요.”

그렇지... 이게 있었지.

이런 문제를 접할 때, 해묵은 ‘반공’, ‘빨갱이’와 함께 항상 만나게 되는 ‘지역감정’, ‘전라도 하와이’.


대체 이 얘기는 언제부터 나온 것일까.

사회전반을 살피기에 앞서, 정치판에서 ‘지역주의’란 말은 뭐 기초상식에 가깝다.

이번 총선, 저번 대선만이 아니라, 지역별 득표현황도에서 동서로 쫙 갈라진 지도를 본 지는 꽤 오래되지 않았던가.
 
 
<남북한, 아니 동서남한...> 

이러한 지역주의, 지역감정에 대한 유래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여러 이야기를 들어왔다.

야권의 걸출한 두 정치인, 김영삼과 김대중이 스스로의 지지기반을 다지기 위하여, 별 것 아니었던, 그저 애향심이나 향토에 대한 자부심 정도의 감정을, 인위적으로 촉발, 확대, 과장시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보다 더 먼저, 1969년의 제7대 대통령 선거 때, 돌풍을 일으킨 김대중에게 밀려 자칫 낙선할 뻔 했던 박정희가, 선거 운동 기간 중, 그리고 당선 이후에 꾸준히 호남을 소외시키고 영남의 집결을 호소하며 지역감정을 불러일으켰다는 말도 들었다.  

그런가 하면, 1959년의 이른 바 ‘하와이 필화 사건’에서 볼 수 있듯, ‘전라도 하와이 論’은 당시에도 사회전반에 만연했던 인식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더 올라가면 ‘한국전쟁 당시, 호남지역의 낮은 참전율과, 압도적으로 높은 영남지역의 참전율 탓에, 영남 인사는 중용되고 호남 인사는 소외되어 권력으로부터 배제되었다’는 말 같잖은 소리도 있었다.  

이것 참, 시대를 거슬러 올라갈수록 점점 더 말이 안 되긴 한데 ㅋㅋ, 조선시대 호남지방이 유배지로 많이 사용되었던 지라(이것도 사실여부가 불투명) 그때 한을 품었던 그 후손들에 의해 기인되었다는 해괴한 소리도 들었다. 

뭐 더 위로 올라가서 고려 태조 왕건이 훈요십조에서 호남사람을 쓰지 말라고 말을 했다는 개드립에 이르면 자못 정신이 혼미해진다. 그런데, 의외로 이 말을 믿는 사람은 꽤 많다. 벌써 우리 보수선생만 해도 그렇다.

“이 지역감정이네 뭐네 해도요, 문제는 일단 전라도 놈들이 교활하고 배신을 잘해서 그런기라요. 이기 일 이십년 된 얘기가 아이고, 저~기 고려 왕건이 때부터 그랬다 안 하드나.”

글쎄, 과연 그럴까. 아니, 이런 것까지 설명해야하나 싶다. 

우선 그 ‘훈요십조’라는 것부터 보도록 하자. 훈요 십조(訓要十條)는 《고려사》에 수록된, 고려 태조가 후손에게 남겼다는 열 가지 가르침이다. 태조 26년 943년 4월 태조가 박술희를 내전(內殿)으로 불러 전해 주었다고 알려졌다. 신서십조(信書十條) 또는 십훈(十訓)이라고도 하며, 《고려사》(권2, 세가2)와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에서 그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내용은 이러하다. 

1. 불교를 숭상하고, 사원의 폐단을 엄단하라.
2. 사원을 함부로 짓지 말라.
3. 장자가 왕위 계승을 하되, 어질지 못하면, 신망 있는 자에게 정통을 잇게 하라.
4. 고려의 특성에 맞게 예약을 발전시켜라.
5. 지맥의 근본인 서경을 중시하여, 서경에서 1년에 100일간 머물라.
6. 연등(燃燈)과 팔관(八關) 등을 소홀히 하지 말라.
7. 백성들의 신망을 얻고 신상필벌을 확실히 하라.
8. 차령 이남 금강 밖 지방은 산세가 거꾸로 달려 역모의 기상을 품고 있으니 결코 그 지역 사람을 중히 쓰지 말라.
9. 백관의 녹봉을 제도에 따라 마련했으니, 함부로 증감하지 말라.
10. 경전과 역사를 널리 읽어 온고지신의 교훈으로 삼아라.

 
<내가 그랬나?>

이 열 개 조문 자체가 고려 현종조의 위작(僞作), 즉 쌩 구라라는 말도 제쳐두고,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하나마나한 뻔한 소리인 몇 개 조문을 건너뛰어, 호남 홀대의 역사적 근거라고 하는 것은 아마도 8조일 것이다. 고려 왕조 성립의 가장 큰 걸림돌이자 라이벌이었던, 견훤의 후백제에게 평생 하도 시달리다 보니 지긋지긋해져서 저런 말을 했다는 그럴 듯한 해석도 있는데, 그것마저 사실과는 좀 다르다.  

첫째, 왕건이 백제인을 미워했다는 증거가 없다. 왕건을 괴롭힌 세력은 백제 세력 가운데 호남 세력이 아니라 오늘날의 청주 일대의 호족 세력이었다. 왕건의 상당수 측근들은 호남 출신이었다. 예를 들어 훈요십조의 다른 항목에서 숭앙의 대상이 되었던 도선국사는 전남 영암 사람이며, 이 고장에서 또한 최지몽이 출생했으며, 일찌감치 정윤이 되었던 혜종의 외가, 곧 장화왕후의 본가 역시 나주였고, 동산원부인과 문성왕후는 승주 태생의 순천 박씨로 견훤의 외손녀이다.

고려의 개국공신 신숭겸 역시 전남 곡성 용산재 출신이다. 결정적으로 훈요십조를 전해 받았다는 박술희는 후백제의 당진 사람이었는데, 옛백제 사람을 피하라는 말을 굳이 옛백제 출신인 그를 불러 전했을 리 없다. 왕건은 생전에 '나주의 40여 개 군은 나의 울타리와 같은 곳으로써 나를 잘 따랐다.'고 말하기도 했으며, 나주일대의 해당지역은 왕건이 고려의 건국 이전에 수군으로 정복한지역이다. 

둘째, 승주 출신의 박영규, 남원 출신의 현소, 나주출신의 윤다라, 아주 수국사로서 이름을 날렸던 김심엄, 광산출신의 김길 등 호남출신 사람들이 계속해서 등용이 됐기 때문에 결국 후왕들에 의해서도 훈요십조는 지켜지지 않았다. 

셋째, 풍수지리에 따라 따져 보면 호남은 개경에 대한 배산역수가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차현(車峴) 이남 공주(公州)강 바깥”은 경주에 대한 배산역수이지 개경에 대한 배산역수는 아니며, 오히려 낙동강을 낀 경주 지역이 개경에 대한 배산역수라는 주장도 있다. 뒷날 성호 이익은 금강이 반궁수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는데, 이에 대해 한강의 범위가 훨씬 더 넓고 가깝기 때문에 멀리 있는 공주강을 거론함을 옳지 않다는 반론이 있다.

이렇듯, 되도 안한 ‘고려 왕건 훈요십조 호남 홀대론’은 이제 좀 안 봤으면 좋겠다. (계속)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9&table=back_book&uid=10 









      



닉네임  비밀번호  604546  (스팸등록방지:빨간숫자만입력)

                                                 
자본이 만든 ‘얼짱 신드롬’에 속...
                                                 
[연재] 68주기 백범 김구를 회상하...
                                                 
왜 당신은 계란을 바위에 던지시나...
                                                 
공기업 적자, 정치인-자본-관료의 ...
                                                 
혼수상태로 송환된 미국인 웜비어 ...
                                                 
2016년의 관점 - 종교와 머니 게임...
                                                 
[천안함 항소심 제5차 공판 ⑥] UD...
                                                 
文 ‘정체된 견고함’ 安 ‘불안한...
                                                 
박지원 “이유미씨, 문준용 녹음조...
                                                 
‘국민의당 대선 조작 사건’ ①이...
                                                 
천안함의 진실을 지킨 사람들과 박...
                                                 
백범 김구 “내 직업은 독립운동이...
                                                 
이명박을 변호함
                                                 
누가 글로벌 인재인가?
                                                 
유권자, 즉 국민이 ‘단일화’를 ...
                                                 
“우리는 아직도 가족들을 기다리...
                                                 
“근혜를 보면 그 아부지를 생각한...
                                                 
[오영수 시] 망각의 숲
18116 안철수의 이중 잣대
15665 왜 당신은 계란을 바위에 던지시나...
12106 ‘503호’는 채무 인정 안 하는 뻔...
11979 세월호 인양을 보며 드는 걱정과 ...
9604 왜 문재인 인가?
9030 한민구와 천안함 조작사건
8434 세월호는 배다
7861 박근혜의 ‘법과 원칙’, 자신의 ...
7861 박근혜의 ‘법과 원칙’, 자신의 ...
6978 文 ‘정체된 견고함’ 安 ‘불안한...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13 진미파라곤930호 (주)민진미디어 | 발행.편집:신상철 | 등록번호: 서울 아01961 | 발행일: 2012.02.15 |
이메일: poweroftruth@daum.net | 사업자번호: 107-87-60009 | 대표전화: 02-761-1678 | 팩스: 02-6442-0472 | 통신판매: 2012-서울영등포-0188호
회사소개 |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고/사업제휴문의 | 기사제보 | 칼럼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