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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파업 의사 갈등 사이에서 고민하는 현직 의사의 고백
제주 모 병원에 근무하는 현직 의사가 바라본 의사 파업에 대한 이야기
임병도 | 2020-09-07 08:14:0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이 글은 제주 모 병원에 근무하는 현직 의사가 바라본 의사 파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이엠피터 뉴스’의 방향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현직 의사의 솔직한 심정이 담겨 있어 허락을 받아 전문을 게재합니다.

의사들의 파업을 겪으면서 생각은 크게 두 가지에 닿는다. 하나는 정부의 아마추어적 또는 안하무인격의 정책 입안에 대한 분노다. 다른 하나는, 한국의 의사들에게 ‘의료의 공공성’이라는 개념이 별로 없다는 점에 대한 애석함이다. 나는 둘 사이의 어떤 지점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일개 동네 의사 또는 비주류 의사일 뿐이다.

세상에 쌓이는 말과 글들이 나의 생각과 다른 뉘앙스로 흐를 때, 나는 나의 생각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는가 잠시 조용히 고민한다. 나의 고집 때문인 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현실성 없이 흐르는 나의 의식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나는 내 생각의 논리에 큰 결점을 발견하지 못한다. 그것은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쌓인 말과 글 위로 새로 쌓이는 그것들에서 내 논리의 합리와 지지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말을 쌓지 못한 채 머뭇거림으로 조용하게 고민을 마무리한다. 물론, 내가 글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은 아니기에, 그런 조용한 마무리에 아쉬움을 얹지는 않는다.

의사들이 의료의 공공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을 때에도 그랬다. 혹시 내가 놓치고 있는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고민했다. 이 고민은 내가 몸 담고 있는 분야라 결론을 조금 일찍 낼 수 있었다. 스스로 경쟁해서 높은 점수로 의대 들어와, 스스로 학비 해결하며 의사가 되어, 자본시장의 경쟁 안에서 알아서 살아남아야 했던 의사들이 ‘의료의 공공성’이라는 인식을 갖기는 힘들었던 것이다.

이는 의사양성 시스템을 그렇게 방치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그리고, 공공병원이나 건강보험제도 등이 분명하게 존재하는데도, 국가시스템 안에서 의료의 의미에 대해 최소나마 고민해보지 않은 의사들도 문제가 있다.

코로나 판데믹 이후, 논쟁은 ‘국가시스템 안에서 의료의 공공적 의미’를 담아내지 않을 수 없다. 한쪽은 그런 고민 하나 없이 공공병원 의미 없고, 의사수 증원도 무조건 반대라고만 외친다. 한쪽은 공공 의료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에 대한 납득할만한 설명도 대책도 없이 정책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만 한다. 양쪽 모두, 현시점에서 반드시 고민해야 할 ‘공공성을 바탕으로 한 국가 의료시스템과 의료재난 컨트롤 타워 구축’에 대한 내용은 전혀 담지 못하고 있다.

의사들의 투쟁이 내부적으로 공감을 얻으면서도 외부적으로는 배타적이고 이기적으로만 보이는 이유는, 사회 구성원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개념과 요구사항이 없기 때문이다. 의료계가 그만큼 사회 구성원들과의 교류와 공감이 없었다는 의미이다. 의사들은 진료실 안에서 환자들을 대하며 느끼는 소소하고 가느다란 공감만이 교류의 방식이었다. 진료실 바깥에서 의사들은, 환자를 대하며 느끼는 피로감으로 더 이상 공감하려 들지 않는다. 의사와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는 언제부터인가 쉽게 건너지 못할 강이 하나 흐르고 있다. 나는 이번 사태가 이를 분명하게 증명하고 있다 생각한다.

정부의 정책은 분명 허술했고, 다른 의도가 있어 보였다. 의료계가 이에 대항하여 싸움을 시작했다면, 사회 전체가 납득할 수 있는 싸움이어야 했다. 나는 그것의 중심이 ‘의료의 공공성 회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상과 공감하지 못하는 의료계는 내부의 논리만 가지고 자신들의 의견을 내세운다. 국민들이 이해하고 납득하는 가에는 고민 없이, 자신들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납득시키려고만 한다.

모양새도 좋지 않다. 전공의 전임의들의 젊은 의사들이 최전방으로 내몰렸고, 시장 안에서 각자도생해야 하는 의사들은 잠깐의 휴진으로 싸움에 동참하거나 적지 않은 후원금을 보내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여전히 의사들은 자신들이 공공재일 수 있음을 깨닫지 못하거나 거부한다. 뻔히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것이 분명한 정부의 의료정책인데도, 의사들은 국민들을 이해시키는데 서툴기만 하다. 자가당착에 빠져 같은 말만 반복하고, 꼬투리 잡기와 아집으로 버티는 중이다.

분명한 것은 코로나19 판데믹 상황에서 이런 지경까지 끌어온 당사자는 현 정부다. 지금의 의정 대립은 무승부 상황에서 풀리지 않고 꼬이기만 하는 야구나 축구처럼, 지지부진하다.

이 와중에 보건의료노조는 황당했다. 자신들에게 병원 업무가 가중된다며 파업을 철회하라 요구한다. 간호사가 부족하다고 간호대를 늘렸는데 실제 일하는 간호인력은 부족하다. 실제 첫 간호사 근무 3년 이내 30% 이상이 이직이나 역할 포기를 하는 현실이다. 그것은 병원 내 간호업무의 부당함이나 과도함 때문인데,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이나 문제제기조차 잘하지 않던 이들이 의사파업으로 자기들이 더 힘들다는 이유로 파업 포기를 종용하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일 뿐이다.

공공 의대의 의대생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부분에서 의사들이 그 정당성에 의문을 품자, 애꿎게도 시민사회단체들이 도마에 올랐다. 물론 의대생 선발 자체를 불특정 단체에 맡긴다는 자체가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 그렇다고 이제껏 사회에서 열심히 역할해 왔던 시민사회단체들이 어째서 욕을 먹어야 하는가는 역시 의문이다.

일 안 하는 정치인에 대한 견제, 좀 더 공정한 세상을 위한 문제제기 등등의 사회의 올바른 변화를 이끈 주체는 의식 있는 시민사회단체들이었다. 그들로 인해 사람들은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가를 알 수 있었고, 그것에 호응하며 뒤따랐다.

당장 내가 사는 제주에서도, 제2공항 문제, 비자림로 문제, 고위공무원 자질에 대한 문제들도 일차적으로 시민사회단체의 문제제기에서 시작되고 있다. 나름 열심히 일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가 어째서 이런 대접을 받는가는,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어떤 무심함 또는 생각의 부족에 기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얼마 전엔, 어느 지방 병원장이 파업하는 전공의와 의사들에 일갈하는 글을 써서 호응을 많이 받았다. 나는 그다지 동의하지 못했다. 전공의들이 실제 병원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는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알기 때문이다.

의사가 늘어난다는 것은, 병원 입장에서는 전문인력을 저렴한 가격으로 여유 있게 활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병원협회는 정부의 정책에 지지하고 있다.

복잡하게 얽힌 자본과 현실의 구조 안에서 단순하게 ‘아픈 환자 곁을 좀 더 지키는 사명으로,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의사’임을 강요하는 그 병원장의 말은, 아쉽지만 병풍 앞에서 가냘프게 피어오르다 사라지는 향연기와 같다. 그는 그러한 신념으로 살아왔겠지만, 그렇게 살아올 수 있었던 행운/현실이 그에게 주어졌을 뿐이다. 그리고 의사가 늘어난다는 건 병원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나쁠 일이 없다. 나는 그의 모습에서 나이브하고 안일하게 제 위신과 명예를 지켜왔던 선배 의사들의 허세와 위선을 느낀다. 어찌 보면, 부족한 세상 인식으로 무모하게 싸우는 지금의 의사들보다 더 나쁜 내부적 존재일 수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의사들이 이겼으면 한다. 아마추어적이고 안하무인격으로 정책을 먼저 내놓은 정부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기도 하고, 어차피 나중에 덮칠 압박과 핍박을 생각하면 차라리 이기고 나서 겪는 것이 덜 아플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싸움의 방법과 의식에 동의를 못하기에 후원조차도 포기한 것이 내 어중간한 입장이다. 여기까지 온 상황에서 명분을 유지하며 퇴로를 만들기에도 너무 늦었고 무모하다.

촛불로 세운 정부라고는 하지만, 나의 정치적 성향과는 분명 다른 집단이기에 비판적 지지를 유지했다. 정부가 남북관계나 주변의 많은 일들에 애쓰는 입장에서, 그리고 K-방역에서 나는 정부의 노력에 지지를 보냈고, 일말의 희망도 가졌었다. 그러나, 점점 그들에게 실망한다.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권력 주변의 관료들과 정부 구성원들의 아집에도 환멸을 느낀다. 아마추어적이고 쉽게 휘둘리는 정책과, 세상 좋은 이미지를 보여주며 뒤에서는 자신들의 권력과 이득에 몰두하는 모습에도 권력의 변하지 않는 본질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리고, 지금의 의료 갈등의 선상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정부에서 실망했다.

의료계 안에서는 비주류에 머물고, 정부에는 동의하지 못하는 나는 구석진 자리 어딘가에서 조용히 침잠한다. 그저 내가 몸담고 있는 분야이기에, 시장주의라는 이상한 파도 안에서 그래도 무언가는 꼭 붙들고 있으려는 나의 아집이, 자판을 두드리게 만든다. 그저 혼란스럽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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