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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비난 윤웅걸 지검장, 알고보니...
검찰 과거사위, 증거 조작 확인하지 않은 수사 검사도 문제
임병도 | 2019-06-12 08:54:0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6월 10일 <중앙일보>는 ‘단독’이라며 “공수처, 중국 것 베낀 것…그쪽선 정적 제거에 활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는 윤웅걸 (사법연수원 21기) 전주지검장이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검찰개혁론2’라는 글을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윤 검사장은 ‘이프로망’에 “중국의 국가감찰위원회는 한국에서 추진하는 공수처와 닮았다”라며 “국가감찰위원회는 부패 척결을 명목으로 효율적으로 정적을 제거하는 등 통치권자인 주석의 권력 공고화와 장기집권에 기여하고 있다는 언론의 평가가 나온다”라고 썼습니다.

<중앙일보>의 보도 이후 <조선일보>도 “현직 검사장 “수사권조정과 공수처도 중국 그대로 베끼나”라는 제목으로 윤웅걸 검사장의 주장을 그대로 보도했습니다.

현직 지검장이 공수처 설치를 비난했다는 사실에 보수 언론은 공수처가 신설되면 안 된다는 근거로 삼으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도대체 윤웅걸 검사장이 누구인지는 모두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용공 조작’과 흡사했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서울시 공무원 간첩단 사건>
국정원과 검찰은 2013년 1월 탈북자로 서울시청 복지정책과 생활보장팀 주무관으로 근무하던 유우성씨가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지령을 받고 자신이 관리하는 탈북자 명단 등을 북한에 넘겼다며 간첩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현직 공무원이 간첩활동으로 탈북자 명단을 북한에 넘겼다는 사실이 국정원에 의해 밝혀지면서 엄청난 파문이 일었다. 그러나 국정원과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이 조작됐고, 여동생의 진술이 강요에 의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법원은 유우성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2013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장 큰 쟁점은 간첩 혐의를 입증할 증거였습니다. 당시 유우성 변호인 측은 국정원과 검찰이 제출한 증거가 조작됐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아니라고 변명했습니다.

증거조작 주장이 제기되자 2014년 2월 16일 윤웅걸 서울중앙지검2차장 검사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 의혹에 대한 브리핑’까지 진행했습니다.

윤웅걸 서울중앙지검2차장 검사는 간첩조작 사건에 제출된 3개 문서가 위조라는 주한 중국 대사관이 보낸 답변 결과가 오히려 의심스럽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 중국 측도 단정적 위조라고 했는지 의문스럽다…(중략) 그래서 중국 대사관 위조라는 개념이 우리들이 통상적으로 얘기하는 위조와 똑같은 개념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내용이 위조라는 건지, 도장이 위조라는 건지, 아니면 권한 없는 기관에서 발부했다는 건지, 밑에서 결재 없이 해줬다는 건지 그런 것들이 확인되지 않는다.” (윤웅걸 서울중앙지검2차장 검사)

검찰은 증거가 조작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2014년 3월 27일 유우성씨의 간첩 혐의와 관련해 법원에 제출한 문서 3건을 철회했습니다.

윤웅걸 서울중앙지검2차장검사는 “기록을 다시 검토한 결과 문건을 제외하고 기존 증거만으로도 유씨의 간첩 혐의는 인정된다고 판단했다”며 “문서 위조로 사건 본질이 흐려졌다”라고 해명했습니다.

검찰 과거사위, 증거 조작 확인하지 않은 수사 검사도 문제

유우성씨의 간첩조작 혐의에 대해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지자 윤웅걸 서울중앙지검2차장검사는 법원의 판결을 비판했습니다.

윤 차장검사는 또 다른 간첩 혐의 관련 사건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자 기자 앞에서 “법원의 잇따른 무죄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 사건에 대해 증거 여부만 따져 무죄를 선고하고 사건을 들여다보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2019년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에 대해 “극히 제한된 사진 정보만을 갖고 수사보고서가 작성된 점 등에 비춰봤을 때 당시 국정원 수사팀이 증거로 제출될 사진 등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은폐했고, 수사 검사 또한 이를 확인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공소 유지는 검찰의 고유 권한임에도 국정원이 제출한 자료만 믿고 검사가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은 부분을 지적함으로 실제 수사 검사의 잘못이 드러난 셈입니다.

검찰 과거사위는 “잘못된 검찰권 행사로 억울하게 간첩 누명을 쓰고 장시간 고통을 겪은 피해자에게 검찰총장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쫓겨난 공안 검사의 반격이 시작되나

윤웅걸 전주지검장은 수원지검 공안부장검사, 서울 서부지검 차장검사,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를 지낸 공안통 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검 기획조정부장이었던 윤 지검장은 초임 검사장급이 주로 부임하는 제주 지검장으로 밀려났습니다.

윤웅걸 지검장은 검찰 내부에서 공안통이었던 공상훈 인천지검장과 이상호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이 사표를 내고 떠난 것과 다르게 끝까지 버티다가 2018년 검찰 인사에서 전주지검장으로 전보됐습니다.

윤 지검장은 작년 6월 22일 전주지검장 취임식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하나가 되어 무엇보다 땅에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왜 윤웅걸 지검장이 검찰 내부망에 ‘공수처 신설’을 반대하는 글을 올렸을까요? 공안 검사가 반격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는 동시에 지금 진행하고 있는 검찰 개혁에 대한 내부 반론을 제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9년 6월 12일 13:30 수정 (윤웅걸 지검장 반론)

윤웅걸 지검장은 증거 조작 의혹이 나왔던 1심 재판에 참여하지 않았고, 증거 조작과는 무관하다고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실제로 2013년 유우성씨를 간첩혐의로 기소했던 1심 담당 검사와 지휘라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지검장 최교일 – 2차장 이금로 – 공안1부장 이상호 – 주임검사 한정화

2013년 8월 22일 서울지방법원은 유우성씨의 간첩활동을 뒷받침할 핵심 증거인 여동생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 국가보안법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합니다. 그러나 검찰의 항소로 2심 재판이 시작되고 공소유지 관련 담당 검사와 지휘라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2013년 10월 항소: 지검장 조영곤 – 2차장 이진한 – 공안1부장 최성남
2014년 1월 이후: 지검장 김수남 – 2차장 윤웅걸 – 공안1부장 이현철

2015년 국정원 증거조작 사건 2심 선고 (상고심 2심 원심 확정)
● 국정원 김보현 과장 : 징역 4년(허위공문서 작성 유죄, 모해증거위조 무죄 등)
● 국정원 이재윤 대공수사처장 : 벌금 1,000만원
● 국정원 권세영 과장 : 벌금 700만원 선고유예
● 국정원 이인철 주 선양 총영사관 영사 : 벌금 700만원 선고유예
● 국정원 협조자 김원하 씨 : 징역 2년
● 국정원 협조자 김명석 씨 : 징역 1년 6개월

윤웅걸 지검장의 반론처럼 직접적으로 국정원과 증거를 조작하거나 재판에 직접 참여했다고 볼 수는 없기에 일부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다만, 윤 지검장이 항소심 공소 유지 지휘 라인에 있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다시는 검찰이 조작된 증거로 무고한 사람을 간첩 혐의로 기소하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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