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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조선일보가 인용한 ‘외신’ 누가 썼나 봤더니
조선일보, 나경원 발언은 블룸버그 통신이 첫 보도했다. 그러나…
임병도 | 2019-03-13 08:19:5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3월 12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원내교섭단체 연설이 있었습니다. 이날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켜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말했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이 발언으로 국회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민주당은 사과를 요구했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삿대질을 하면서 서로 언성을 높였습니다.

2019년 들어 국회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자유한국당이 국회 보이콧을 했기 때문입니다. 71일 만에 3월 국회가 열렸지만,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또다시 무산될 상황에 놓였습니다.


조선일보, 나경원 발언은 블룸버그 통신이 첫 보도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김정은 수석대변인’은 블룸버그 통신이 첫 보도했다고 밝혔다. 기사 작성자는 한국인 이유경 기자였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이 나오면서 국회가 시끄럽자, 조선일보는 <‘文은 김정은 수석대변인’은 블룸버그통신이 첫 보도>라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청와대와 여당이 ‘국가원수 모독’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이 발언은 외신이 먼저 보도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한 ‘South Korea’s Moon Becomes Kim Jong Un’s Top Spokesman at UN‘ 기사는 조선일보가 지난 9월 28일에 <외신 “文 대통령, 김정은 수석 대변인 됐다”>라는 사설에서도 인용됐습니다.

조선일보는 ‘외신’이라는 이유 만으로 굉장히 신뢰가 있는 것처럼 인용하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기사를 보면 작성자가 ‘이유경’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외국인이 아닌 한국인처럼 보입니다.


한국인 이유경 기자가 20일 만에 작성한 ‘문은 김정은 수석대변인’

▲블룸버그 통신 이유경 기자의 ‘문재인은 북한수석대변인’ 보도 기사는 이 기자가 9월 5일 첫 번째로 쓴 기사 20일 만에 나왔다

일반 사람들은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으니 외국인 기자가 기사를 작성했다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기사를 작성한 사람은 연합뉴스를 거친 한국인 기자입니다. 한국인이라도 해외 언론사에서 근무하니 외신은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외국인의 시선, 다른 나라가 판단하는 ‘외신’이라고 보기는 무리가 따릅니다.

<블룸버그 통신> 이유경 기자가 작성했던 문제의 기사는 2018년 9월 26일 보도됐습니다. 그런데 기사를 찾아보니, 이유경 기자가 <블룸버그 통신>에서 쓴 첫 번째 기사가 9월 5일입니다.

이유경 기자는 연합뉴스와 AP통신 등에서 IT와 비즈니스를 전문적으로 취재했던 기자입니다. 외신의 한국인 기자라서 문제가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북한과 국제 관계, 한국 정치를 취재하지 않았던 기자였기에 과연 ‘외신’으로 인용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블룸버그 통신> 이유경 기자에게 해당 표현을 쓴 근거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지만, 이 기자는 “질문에 답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외신을 자꾸 인용하는 조선일보의 속내는?

▲3월 6일 조선일보는 외신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갈라섰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가 인용한 기사는 블룸버그 통신 이유경 기자가 작성했다.

조선일보 조의준 외싱턴 특파원은 3월 6일 <“文·트럼프 갈라섰다” 해외서 나온 불화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외신’이 불화설을 쏟아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인용한 외신을 보면 또다시 <블룸버그 통신>이 등장합니다. 3월 4일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한 ‘Moon Lauds North Korea’s Nuclear Offer, Splitting With Trump’ 기사의 작성자를 보면 이유경 기자입니다.

이유경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자세히 보면, 하노이 회담 이후 문재인 정부와 미국 트럼프 정부의 입장이 서로 다른 부분 등을 서술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한국과 미국이 충돌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조선일보는 일반적인 ‘불화설’과는 온도 차이가 나는 외신 보도를 가지고 자꾸 해외에서도 대북 관계가 문제가 있고, 한미 동맹이 위태롭다는 식으로 보도합니다.

조선일보의 이런 보도 행태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이 문제가 있다고 외신의 입을 빌려 말하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외신이라고 무조건 맹신해서는 안 된다.

▲2019년 2월 블룸버그 통신 이유경 기자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인터뷰 기사 ⓒ블룸버그 통신 홈페이지 화면 캡처

이유경 기자가 올해 2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했던 인터뷰 기사가 <블룸버그 통신>에 실렸습니다. 기사 대부분은 북한 비핵화를 의심하고 한미동맹이 위태롭다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주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또한 자유한국당이 국회 핵심 의제로 ‘법인세 감면’을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경제 전문지인 <블룸버그 통신>에 맞춘 인터뷰 내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 한국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외신을 봐야 하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어느 면에서는 외신이 더 객관적이고 날카로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외신을 무조건 맹신해서는 안 됩니다.

외신이라고 해도 기자가 어떤 전문 분야에서 활동했는지, 그동안 어떤 식으로 기사를 작성했는지 확인하고, 검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 입맛에 맞는 외신만을 골라 인용하는 조선일보의 보도는 오히려 외신의 신뢰를 추락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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