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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보석’은 되고, 박근혜 ‘석방’은 안 된 이유
보석의 결정적 배경에는 항소심 재판장 교체
임병도 | 2019-03-07 08:53:1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MB가 구속 349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습니다. MB가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가자, 많은 사람들이 재판부의 이례적인 조치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MB가 보석으로 나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도 석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과연 박근혜 전 대통령은 풀려날 수 있을지, MB는 어떻게 보석이 될 수 있었는지 그 이유와 배경을 알아봤습니다.

① MB 보석의 결정적 이유는 구속 기간 때문이다.

MB가 보석으로 풀려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4월 8일로 예정된 구속기간 만료 때문입니다.

현재 MB는 1심에서 징역 15년을 받고 2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MB의 항소심 재판 과정을 보면 구속 기간인 4월 8일까지 끝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리한 상황입니다.

형사소송법에서는 1심·2심·3심 각 6개월만 구속이 가능하도록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어차피 구속 기간 내에 재판을 끝내지 못할 바에 아예 장기적으로 끌고 가자는 상황이라, 보석이 결정됐다고 봐야 합니다.

② 박근혜는 안 되고, MB는 가능했던 이유

▲재판을 받기 위해 구치소에서 법원으로 가는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박근혜 지지자들은 MB가 보석으로 풀려났으니 박근혜 전 대통령도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일단 여기서 용어를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석은 풀려났지만 제약이 있는 거고, 석방은 말 그대로 아무런 제약이 없는 완전 자유 상태를 의미합니다. MB는 자택 구금이라는 제한 조건이 붙었기 때문에 석방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박 전 대통령도 MB처럼 풀려날 수 없을까라는 의문을 가진 사람이 많을 겁니다. 결론은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MB는 추가 구속 영장이 없고, 박 전 대통령은 이미 추가 구속 영장이 발급됐습니다.

검찰은 2018년 9월 박 전 대통령의 1심 구속기간 만료 (10월 16일)를 앞두고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일부 뇌물 수수사건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받은 70억 원과 최태원 SK 회장에게 89억 원을 요구한 혐의는 이전 구속 영장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고 추가 구속 영장 발급으로 박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은 2019년 4월 16일까지 연장됐습니다. 구속기간 만료 시한으로 4월 석방론이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4월 16일 구속기간이 만료돼도 풀려날 수 없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친박 후보 당선을 위한 불법 여론조사와 공천 개입 혐의에 대해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이 선고돼 있는 상태라, 구속기간이 끝나면 곧바로 형집행이 됩니다. (관련기사:[팩트체크] 2019년 2월이면 박근혜 석방된다?)

MB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차이는 추가 구속 영장 발부와 형이 확정된 상황입니다. MB는 추가 구속 영장도 없었고, 아직 형이 확정된 혐의가 없기에 풀려날 수 있었던 겁니다.

③ 병보석은 아니지만, 실효성 없는 제약조건

피고인의 주거를 주거지로만 제한하고 외출도 제한.
배우자나 직계 혈통과 그 배우자, 변호인과는 자유롭게 자택에서 만날 수 있지만, 그 외 사람에 대해선 접견이나 통신 금지.
매주 한 차례 재판부에 일주일 동안 시간별로 활동 내역 등을 작성해 제출.

재판부는 병보석이 아닌 보석이라며 풀려나는 MB에게 여러 가지 제약을 걸어 사실상의 ‘자택 구금’이라고 주장합니다. 법원의 제한을 보면 구금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요?

오랜 시간 MB를 추적해온 주진우 기자는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자택에 여러 분이 산다.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그걸 다 막을 수는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주 기자는 ‘집에 일하는 사람도 있고, 사모님이나 집에 있는 사람들의 전화기까지 막을 수 없지 않으냐’라며 ‘검찰한테 따졌지만, 검찰에서도 이걸 누가 지켜볼 수 없기 때문에 실효성이 전혀 없다고 얘기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법원은 사실상의 ‘자택 구금’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석방에 가까운 ‘보석’이라고 봐야 합니다.

④ 보석의 결정적 배경에는 항소심 재판장 교체

MB가 풀려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잦은 항소심 재판장 교체입니다. 처음 MB의 항소심은 서울고법 형사3부 조영철 부장판사가 배당됐습니다. 그런데 형사 3부에 소속된 법관과 MB 변호인 중 한 명 사이에 연고가 있는 것으로 파악돼 사건이 재배당됐습니다.

조영철 부장판사 다음으로 항소심 사건을 맡은 사람은 형사1부 김인겸 부장판사입니다. 하지만 2019년 2월 고위법관 정기인사에서 돌연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김인겸 부장판사 후임으로 서울회생법원 수석부장판사로 근무했던 정준영 판사가 등장합니다.

정 판사는 항소심 사건을 맡자, 1월에 제출됐던 보석허가 청구서에 대해 보석 결정을 내립니다. 1심에서 15년 중형을 선고받은 범죄자가 보석으로 나온 경우가 거의 없는 경우를 보면 이례적인 보석 결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직 대통령이 구속돼 재판을 하는 중요한 사건에 대해 부장판사가 여러 차례 바뀌는 것은 법원이 제대로 이 사건이 가진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사법적폐, 사법농단 판사들이 신성해야 할 재판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지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⑤ MB의 전략은 재판 지연이다.

▲2018년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MB가 첫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MB가 그토록 보석을 요구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아파서? 아닙니다. 법원에서도 ‘병 보석’이 아니라고 했기에 질병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핵심은 재판입니다.

1심 재판에서 MB는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던 측근들을 증인으로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함께 일한 사람을 법정에 불러 거짓말했다고 추궁하는 것은 금도가 아니다”라고 변명했지만, 재판에 불리했기 때문입니다.

증인을 요청하지 않았지만,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받자, 항소심에서는 전략을 바꿔 대거 측근들을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하지만 증인들 대부분은 출석하지 않았고, 재판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MB가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증인을 회유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대리인을 통한 회유와 MB가 직접 전화를 걸거나 만나서 압박을 주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진술을 번복할 수 있는 증인은 재판에 세우고, 불가능한 증인은 아예 증언을 하지 못하도록 재판을 지연시키는 전략으로 나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MB가 보석으로 풀려나는 과정과 배경을 보면, 공정하고 신성해야 할 대한민국의 사법제도가 너무 안일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대한민국 사법부가 범죄자의 의도대로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단호하면서도 엄정하게 재판을 진행해야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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