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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파업 3대 독자’ 창작 소설을 쓴 중앙일보 기자를 찾아보니
이것은 기사인가, 창작 소설인가
임병도 | 2019-02-07 08:26:2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설날 연휴 마지막 날인 2월 6일 한 편의 기사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중앙일보의 ‘‘명절파업’ 어머니 대신 ‘3대 독자’ 차례상 첫 도전기‘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중앙일보의 기사는 20년 넘게 차례‧제사상을 차렸던 어머니가 ‘명절 파업’을 선언해 3대 독자가 직접 장을 봐서 설날 차례상을 차렸다는 내용입니다.

포털 사이트에 배치된 기사는 ‘성지 순례'(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글을 방문해 읽거나 댓글을 다는 것)를 왔다며 2천 건이 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명절마다 어머니와 며느리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지를 보여주겠다는 기사가 왜 화제가 됐는지, 그 이유와 원인을 알아보겠습니다.


이것은 기사인가, 창작 소설인가

중앙일보의 기사가 화제가 된 이유는 ‘3대 독자’라고 해놓고, 여러 명의 친척들이 등장했고, 수시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기사는 여러 차례 수차례 수정됐습니다. 수정본이 많아 가장 크게 바뀐 3개만 정리했습니다.

▲2월 6일 06:01에 배포된 이 기사는 몇 시간에 여러 차례 수정됐다. 본문 속 등장인물이 바뀐 기사 수정 내용

▷ 9:37 숙모와 형수님~ 삼촌들은

초기 기사를 보면 ‘어릴 때 숙모와 형수님만 부엌을 드나들며 음식을 만들고 삼촌들은 거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3대 독자라면 아들이 하나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형의 아내를 뜻하는 ‘형수’가 존재하거나 아버지의 형제인 삼촌이 있다는 자체가 현실과 맞지 않았습니다.

▷ 11:12 고모와 외숙모 ~고모부와 외삼촌

중앙일보의 기사 댓글에 3대 독자인데 어떻게 형수와 삼촌들이 있느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그러자 본문 속 ‘숙모와 형수님’은 ‘고모와 외숙모’로 바뀌었습니다.

‘삼촌들은 거실에 앉아’라는 문장도 ‘고모부와 외삼촌’으로 수정됐습니다.

▷ 12:16 고모 ~ 고모부

수정된 기사에 ‘어떻게 외삼촌들이 자기 집 차례도 안 지내고 오느냐’는 지적이 댓글로 올라왔습니다. 그러자 ‘외숙모와 외삼촌’이라는 등장인물이 사라지고 ‘고모와 고모부’만 등장했습니다.

중앙일보의 기사를 보면 등장인물이 계속 바뀌면서 ‘창작 소설’이 아니냐’,’창작의 고통이 느껴진다’라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기자가 상상으로 기사를 썼다고 오해받을 만큼 현실성이 너무 떨어진 기사였습니다.


중앙일보 기자 리스트에도 나오지 않은 유령 기자?

3대 독자라는 말의 의미조차 모르고 기사를 썼던 기자가 누구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최초 기사가 올라왔던 포털 기사 바이라인에는 이태윤, 이병준 기자 공동으로 나왔다. 이후 이병준 기자 단독으로 바이라인이 붙었다. 이태윤 기자는 중앙일보 기자 명단에 있지만, 이병준 기자는 명단에 없었다.

최초 중앙일보의 ‘명절 파업 3대 독자’ 기사에는 작성자가 ‘이태윤, 이병준’ 기자로 표기돼 있었습니다. 기자가 공동으로 기사를 쓰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리 큰 문제는 아닙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기사에는 ‘이병준 기자’의 이름만 나왔습니다. 이태윤 기자가 사라진 것입니다.

중앙일보 기자 리스트를 확인해봤습니다. 이태윤 기자는 리스트에 있었지만, 이병준 기자는 중앙일보 기자 명단에 없었습니다.

기자도 아닌 사람이 기사를 썼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혹시 이태윤 기자의 가명이 아닐까라는 의심도 들었습니다.


2018년 11월 취재기자 합격자 명단에 있던 기자 이름

▲ 2018년 11월 26일 중앙일보 취재기자 합격자 명단에 있던 이병준 기자는 12월 말부터 다른 기자와 공동으로 기사를 올렸다.

이병준 기자는 유령 기자는 아니었습니다. 이병준 기자가 바이라인에 등장한 것은 2018년 12월 20일 ‘“카풀 반대” 국회앞 집회 가서 택시 편들고 박수받은 나경원‘ 기사였습니다. 이때도 이병준 기자는 김경희 기자와 함께 바이라인에 등장했습니다.

이후 이병준 기자는 중앙일보 유성운, 윤성민, 서유진 기자와 함께 공동으로 기사를 올립니다. 이번에 문제가 됐던 기사에 등장했던 이태윤 기자와도 2019년 1월 28일 ‘영업은 남자가 낫다?…’여성 불이익’ IBK증권 채용비리 전현직 임원 기소‘ 바이라인에 함께 나왔습니다.

이병준 기자는 왜 늘 다른 기자와 공동으로 기사를 작성했을까요?

중앙일보 웹사이트 검색 결과, 이병준 기자의 이름은 2018년 11월 26일 ‘중앙일보·JTBC 신입사원 공개채용 최종 합격자’ 명단에 나왔습니다.

동명이인이 아니라면, 이병준 기자는 중앙일보에 취재기자로 합격한 지 불과 3개월도 되지 않은 수습기자인 셈입니다.


수습기자보다 중앙일보 데스크가 더 큰 문제

기사 끝에 붙는 기자 이름을 가리켜 ‘바이-라인(By Line)’이라고 부릅니다. 수습기자는 혼자서 기사를 작성해도 교육을 담당하는 ‘일진 기자’나 ‘사수 기자’의 이름으로 나갑니다.

수습 기간이 끝날 때쯤에야 단독으로 자신의 이름이 나오는 바이 라인이 붙습니다. 그만큼 수습기자의 기사를 고참 기자와 데스크가 검증하고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사가 문제가 되자, 이태윤 기자의 이름은 빠지고 이병준 기자만 바이라인으로 최종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기사 본문 속에 나왔던 카톡 이미지(좌)에는 우측 카톡 이미지 일부가 삭제돼 올라왔다.

기자가 쓴 기사는 함부로 수정하지 않습니다. 수정했다면 언제 어떤 문장을 수정했는지 고침 기사 등으로 알려주거나 정정보도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중앙일보의 ‘명절 파업 3대 독자’ 기사는 몇 시간 만에 여러 차례 수정됐고, 심지어 카톡 이미지도 일부를 삭제했습니다.

중앙일보의 행태는 이병준 기자의 문제가 아니라 고참 기자와 데스크의 안일한 시스템 때문에 불거졌다고 봐야 합니다. 초기에 댓글 등으로 독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면 기사를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려야 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여러 차례 기사를 수정했고, 그에 따른 공지도 올리지 않았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뻔뻔하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이병준 기자의 기사를 보면 사진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창작 소설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기사의 주제 (속칭 야마)를 일단 정해 놓고 썼던 기사인 탓인지, 취재와 검증이 부실했습니다.

그저 어이없는 실수라고 보기에는 기사를 읽는 시민들의 눈이 날카롭기 때문에 화제가 됐고 ‘창작 소설’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수습기자의 실수라고 그를 탓하기보다는 왜 중앙일보 데스크가 기사의 오류를 걸러내지 못했는지가 더 황당할 뿐입니다.

중앙일보는 대충 기사를 써도 넘어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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