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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를 모르는 기자가 기사를 쓰면 벌어지는 일
이재명 후보의 ‘봉고파직’을 ‘권고사직’으로 바꾼 기자들
임병도 | 2021-09-30 08:51:2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이재명 후보의 ‘봉고파직’을 ‘권고사직’으로 바꾼 기자들

9월 29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여의도 중앙보훈회관에서 열린 ‘개발이익환수 어떻게 할 것인가?’토론회에 참석했습니다.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연일 자신을 공격하는 국민의힘을 향해 날 선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이날 이 후보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미 50억 받기로 한 사람이 여러 명 있다는 것을 한참 전에 알고도 모른척했다”며 “이재명이 몸통, 이재명이 다 설계하고 만든 것이라고 국민을 속인 죄를 물어 ‘봉고파직’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후보 발언 이후 언론들은 앞다퉈 관련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그런데 <머니투데이>, <문화일보>, <TV조선>, <서울신문>, <아시아경제> 등의 제목을 보면 ‘권고사직’으로 되어 있습니다.

봉고파직 (封庫罷職): 어사나 감사가 못된 짓을 많이 한 고을의 원을 파면하고 관가의 창고를 봉하여 잠금

권고사직 (勸告辭職): 권고하여 그 직책에서 물러나게 하는 일

‘봉고파직’과 ‘권고사직’은 뜻이 전혀 다른 한자성어입니다. ‘봉고파직’은 불법을 저지른 고을 사또나 원님을 감사를 통해 적발해낸 뒤 파면하는 ‘징벌’입니다. ‘권고시작’은 직책을 그만두게 하는 ‘권유’의 성격이 강합니다.

이재명 후보는 이준석 대표가 국민을 속였다며 ‘봉고파직’을 하겠다고 말했고, 김기현 대표는 ‘봉고파직’에 덧붙여 ‘위리안치’(圍籬安置. 유배된 죄인이 거처하는 집 둘레에 가시로 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 가두어 두는 형벌) 시키겠다고 했습니다.

기자들이 ‘봉고파직’을 전혀 다른 뜻의 ‘권고사직’으로 바꾼 것은 한자를 잘 몰랐거나 어려운 한자성어라 단정 짓고 자신들 멋대로 바꿔서 작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사가 나간 후 일부 네티즌들이 이를 지적하자 일부 언론사들은 제목을 수정했습니다. 그런데 <서울경제>는 ‘권고사직’이 들어간 제목을 ‘봉고파직’으로 수정했지만, 기사 본문에는 여전히 ‘권고사직’이라고 했습니다.

<TV조선>은 동영상 뉴스에서는 ‘봉고파직’이라고 보도하면서 친절하게 설명까지 달아 놓고는 네이버뉴스 기사에는 ‘권고사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여전히 ‘봉고파직’이나 ‘권고사직’이나 비슷한 한자성어이자 같은 뜻이라고 생각하며 기사를 작성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자를 배우지 않는 세대가 늘어나면서 기사에 한자가 포함되면 일부 독자들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래서 조선일보와 같은 보수 언론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언론사는 한자를 되도록 사용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한자를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겠지만, 오랜 시간 한자문화권에 있던 우리나라에서 100% 한글만 사용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최소한 기자라면 한자성어 정도는 검색 등을 통해 충분히 알고 사용해야 합니다. 

기자들이 제대로 한자성어를 알지 못하고 쓰는 단어 중에는 ‘난상토론’(烟商討論)이 있습니다. 어지러울 ‘난(亂)’이나 ‘난장판’을 떠올리며 참석자들이 자기 말만 하고 엉망인 토론이라는 뜻으로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익숙하게 많이 생각하고 충분히 의논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난(爛)’은 문드러질 ‘난’으로 익숙하다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정치인의 발언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100% 똑같이 기사에 담을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의미를 담아 사용한 한자성어는 독자들이 알 수 있게 그대로 사용해야지 임의로 바꿔서는 안 됩니다.

기자들은 사소하다며 넘어갈 수 있겠지만, 국민들은 말과 글이 다른 기사를 보면서 언론을 신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2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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