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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 역사연구소’ 방문을 고대하며
정운현 | 2018-05-09 09:31:3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90년대 후반 통일부에 방북신청을 한 적이 있다. 방북 목적은 ‘북한의 친일파 청산 실태조사’. 당시 김대중 정부 시절이어서 비정치적 학술 목적의 방북이 더러 허가되던 때였다. 며칠 뒤에 통일부에서 연락이 왔는데 답은 ‘불가’였다. 이유는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 다시 말해 북한이 남한보다 친일파 청산을 잘 한 것을 두고 북측이 정치공세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나로선 쉬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일제의 직접 피해자인 중국과 남북한은 해방 후 모두 친일파 청산에 나섰다. 중국은 본토의 모택동 공산당 정부와 대만의 장개석 국민당 정부 각각 1946~48년 사이에 청산작업을 했다. 중국에서는 친일파를 ‘한간’이라고 부르는데 소위 ‘한간재판’이 그것이다.
(* 중일전쟁 발발 40주년인 1977년 일본에서 <한간재판사>라는 책이 출간됐다. 이 책의 저자 마스이 야스이치는 중일전쟁 종군기자 출신이다. 나는 우연히 이 책을 입수, 번역하여 <중국.대만친일파재판사>(한울, 1995)라는 책으로 출간한 바 있는데, 중국의 친일파 청산 실태를 국내에 소개한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북한 역시 이 무렵에 친일파 청산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남한은 이 기간에 미군정이 통치를 하고 있었는데 미군정은 친일파 청산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한 예로 남조선과도입법의원에서 마련한 친일파 청산을 위한 법안을 미군정이 끝날 때까지 하지 중장 서랍에 넣어 둔 채 공포하지 않았다. 이후 제헌국회에서 반민특위를 구성해 되늦게 친일파 청산에 나섰지만 이승만 정권의 방해책동으로 그 역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북한의 친일파 청산과 관련해 우리 학계에서 나온 아티클이 한 두 편 있긴 하나 내용이 매우 부실한 편이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자료가 모두 북한에 있는데다 분단 이후로 남북교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언에 따르면, 북한의 친일파 청산과 관련한 자료는 ‘당 역사연구소’에 보관돼 있다고 한다. 그래서 방북신청 당시 내가 방문지로 지목한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 이곳에는 북한정권 수립 이후의 방대한 북한사 관련 자료가 소장돼 있다고 하는데 남한에서는 그 내역이 공개된 적이 전무하다. 북한 땅에서 활동하던 친일파들이 해방 후 대거 월남, 반공주의자로 변신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반면 그들의 친일행적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4.27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머잖아 남북교류가 활성화되고 또 남북간에 자유로운 왕래가 실현되면 ‘당 역사연구소’를 방문해 북한의 친일파 청산과 관련한 자료를 제공받고 싶다. 과연 듣던 대로 청산을 잘 했는지 아니면 말뿐인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다. 그리고는 이와 관련된 책을 한 권 쓰고 싶은 것이 내 소망이다. 올해로 꼭 30년째 친일 문제를 공부해온 나의 필생의 숙제인 셈이다. 어서 빨리 그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한다.

(* 지난 99년 <증언 반민특위>(삼인)을 출간하면서 책 말미에 북한의 ‘당 역사연구소’에 관여하면서 북한의 친일파 청산에 참여했던 모 인사의 증언을 소개한 바 있는데 이 역시 증언일뿐 관련자료가 없어서 아쉬움이 컸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1&table=wh_jung&uid=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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