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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친일가문 연구가 어려운 까닭은
정운현 | 2017-09-20 11:01:4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1.
여성 친일파 가운데 대표적으로 꼽히는 배정자는 1차 대전 당시 독일 스파이로 활동한 혐의로 처형된 마타하리와 흔히 비견된다. 관기 출신의 배정자는 일본인 밀정 마쓰오의 도움으로 일본으로 건너갔는데 그곳에서 갑신정변 실패 후 일본에 망명해 있던 안경수를 통해 김옥균을 알게 됐고, 다시 김옥균을 통해 이토 히로부미와도 인연이 닿게 되었다. 재색을 겸비한 배정자는 이토의 눈에 들었고 나중에는 이토의 양녀(혹은 애첩)가 되면서 한때 그 위세가 하늘을 찌를 듯 했다.

1909년 이토가 안중근 의사에 의해 처단되자 위세가 한풀 꺾였다. 낙담하고 있던 그에게 새로운 구세주가 나타났으니 그는 한일병탄 후 부임한 조선주둔 헌병사령관 아카시 모토지로였다. 아카시는 배정자의 과거 밀정 경력을 높이 사 헌병대 촉탁으로 채용했다. 제1차 대전 발발로 일본군이 시베리아에 출병하자 그는 일본군을 따라 시베리아로 가서 몇 년간 군사첩자로 활동했다. 그 후에는 만주 봉천 주재 일본영사관에서 촉탁으로 근무하면서 만주지역 조선인들의 동향을 정탐하며 귀순공작을 담당했다.

‘요화’ 배정자

1949년 2월초. 반민특위 강명구 조사관 일행이 성북동 언덕길에 있는 배정자의 집으로 가 그를 연행하였다. 당시 배정자의 나이는 79세. 반민특위에 붙잡혀온 여성 친일파는 총 6명인데 배정자는 그 중에서 제일 먼저 붙잡혔다. 배정자는 재판과정에서 뒤늦게 친일 죄과를 후회했다. 그해 4월 16일 정식 기소돼 재판을 받던 그는 8월 29일 병보석으로 풀려났다. 이후 그의 행적은 알려져 있지 않다.

1998년 8월 중앙일보에서 서울신문으로 옮겨 특별기획으로 ‘친일의 군상’을 장기연재하고 있던 나는 배정자를 다루면서 막판에 벽에 부닥쳤다. 그의 최후에 대해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단지 알 수 있는 것은 그의 이름과 나이, 해방 후 거주지가 성북동 (당시는 종로구 관할)이라는 정도였다. 나는 종로구청 호적과에 가서 도움을 청했다. 잠시 뒤 구청 직원이 누런 색깔의 배정자 호적 관련서류 일체를 들고 와 보여주었다. 이때 처음으로 배정자가 한국전쟁 와중인 1952년 2월 27일 서울 성북동에서 사망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런 일은 지금으로선 상상도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당사자이거나 직계 가족이 아니면 주민등록등본 하나도 뗄 수 없는 세상이다. 이는 개인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그리 한 것으로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인물연구나 가문연구를 하는 연구자 입장에서 보면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좋은 일이 아니면 가문이나 후손들의 도움 받기가 어렵다. 이제 친일파나 그 후손들에 대한 연구는 쉽지 않다. 족보를 통해 가문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아마 비슷하지 싶다. 이런 점에서 보면 아래 박홍갑 선생의 <우리 성씨와 족보 이야기>는 값진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박홍갑 저 <우리 성씨와 족보이야기> 표지


2.
80년대 후반 쯤에 들은 얘긴데 일본에는 한국인의 성씨만 연구하는 사람이 20명이나 된다고 했다. (참고로 일본에는 ‘화장실’ 연구자도 여럿 있다) 미시사 연구에 강한 일본인들이라고는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미처 몰랐다. 임진왜란 때나 근대 들어 조선을 침략할 때도 일본은 군대에 앞서 조선사정에 밝은 민간인 첩자들을 먼저 염탐꾼으로 밀파하였다. 그들은 조선말은 물론이요, 조선의 풍습, 관행 등을 꿰뚫고 있던 자들이었다.

한국인 가운데 일본인 성씨를 연구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과연 있기는 있는 걸까?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1&table=wh_jung&uid=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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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강물처럼  2017년9월21일 05시46분    
일본 성씨 연구가 그리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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