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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평] 박근혜가 꼭 읽어야 할 <상류의 탄생> (김명훈 저)
현재 한국사회의 타락성과 병리현상을 날카롭게 지적한 책
정운현 | 2016-06-28 07:36:1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1.
평소 나는 ‘상류(上流)’라는 말을 탐탁해 하지 않았다. 사람 사는 사회를 상류니, 하류니, 중류니 하면서 계급 구분하는 것에 태생적인 거부감이 있었다. 같은 맥락에서 사회지도층 같은 말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간 내가 봐온 소위 상류, 사회지도층이라는 자들의 대다수는 본받을 자가 되지 못했다. ‘깨끗한 윗물’을 별로 보지 못했다는 얘기다. 80년 5월 광주를 피로 물들인 후 집권한 전두환 정권이 내건 국정지표 가운데 하나가 ‘정의사회 구현’이었으니 긴말해 뭣 하랴. 속칭 세도가, 재벌가 자식들은 거지반 이런저런 이유로 군대에 빠졌다. 이들 중 대다수는 사회와 국가를 위해 헌신하기는커녕 마약이나 각종 범죄, 스캔들로 세상에 이름이 알려졌다.

그렇다고 꼭 비관만 할 것은 아니다. 과거 우리사회에도 상류, 지도층, 명문가로 불릴만한 존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옛날에는 이런 집안을 소위 ‘삼한갑족(三韓甲族)’이라고 불렀다. 그들 가운데는 국난을 당해서는 기꺼이 가산을 내놓았으며, 평생을 모은 돈을 사회에 기부하거나 남을 위해 썼다. 나라가 망한 후 독립운동에 헌신한 우당 이회영 일가, 석주 이상용 일가, 경주 최 부자, 유한양행 창업자 유일한 박사 등이 그런 분이요, 그런 집안이라고 할 수 있다. 한민족의 역사가 지속되는 한 이분들의 이름과 가문은 우리 민족사와 영원히 함께 할 것이다.

 

 김명훈 저 <상류의 탄생>(비아북) 표지


2.
재미교포 김명훈(53) 씨가 펴낸 <상류의 탄생>(비아북)은 이 땅에 발 딛고 사는 우리를 한없이 부끄럽고 초라하게 만든다. 이 책을 읽고 내가 놀란 것은 두 가지다. 사회학자도 아닌, 더구나 재미교포가 현재 한국사회의 타락성과 병리현상을 날카롭게 지적한 이런 책을 쓰려고 한 발상, 그리고 막상 책을 폈을 때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풍부한 정보와 저자의 예리한 시각에 무릎을 쳤다. 채 300쪽도 안 되는 이 책을 두 차례에 걸쳐 독후평을 쓰기로 결심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 마디로 말해 담아내야 할 내용이 너무도 많고 값지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주목한 것은 본문의 문장이 학자 투의 현학적인 문장이나 사변적인 어투가 아니라는 점, 게다가 한국의 현실을 제대로 대입해 비교분석한 점, 그리고 ‘상류’와 관련해 집약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 다소 핸디해 보이는 이 책 한 권만 제대로 읽으면 엔간한 좌석에서는 제법 아는 체를 해도 되겠다 싶었다.

3.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세계 11위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한국이 ‘헬조선’으로 불리는 데서 시작한 것 같다. 재미교포인 그의 눈에 비친 오늘날 대한민국은 상식이 아닌 비상식이 지배하고 질보다는 양, 방향보다는 속도가 절대적으로 강조되는 나라다. 그는 이런 현실을 한국의 지도층, 즉 상류층이 만들었다고 판단한다. 특히 한국, 한국인들이 미국을 추종하면서도 진짜 미국, 즉 상식과 양식이 살아 있는 ‘진짜 미국’을 배우려는 노력은 없어 보인다고 질타한다. 그는 ‘내면의 계급’을 강조한다. 획일성보다는 다양성, 찰나보다는 영구, 아이큐보다는 지성, 외형보다는 내면, 국가보다는 지구와 우주를 지향하고 책임 의식을 가진 사람을 들었다.

흔히 한국사회에서 ‘상류’로 불리는 사람들은 ‘승자’ 일색이다. 쿠데타에서 성공한 사람, 아부에서 성공한 사람, 부동산 투기에서 성공한 사람, 불공정 경쟁에서 성공한 사람 등등. 그러나 저자는 미국의 상류는 승자와 상류를 절대로 혼동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워너비, 즉 유명한 사람들을 흉내 내는 ‘따라쟁이’는 속물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워너비 정서는 헝그리 정신이나 따라잡기 따위의 ‘못가진 자’가 갖는 조바심 내지는 강박관념과 맥을 같이 것이라고. 미국 LA를 흉내 내는 한국의 ‘강남 문화’나 한국 상류사회의 촌스러운(peasant) 행태가 바로 그것이란다. 그런 점에서 지금 공화당 대선후보로 유력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역시 상류가 아니란다. 돈은 돈일 뿐 신분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것. 중국에서라면 ‘투하오(土豪)’로 불리는 중국식 천민자본주의의 얼굴이 그것일 것이다. 저자는 심지어 교황을 두고도 “내면의 성숙된 상류다운 가치를 실현할 때 비로소 상류가 된다.”고 일갈한다.

 <상류의 탄생> 저자 김명훈 씨

진정한 상류란 무엇일까. 우선 미국의 예를 들면서 그 첫머리에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을 거론했다. 워싱턴은 당대 최고의 부자였음에도 국가의 부름을 받아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두 번째 임기를 마친 후 자신의 농장으로 돌아갔다. 좋은 선례는 좋은 전통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뒤이은 존 애덤스, 토머스 재퍼슨, 제임스 매디슨 등 2~4대 대통령 모두 국가를 위해 봉사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민주적 가치, 청렴성, 신뢰성을 지키며 민주주의 건설에 최선을 다했다.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물론 그 반대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43대 대통령 조지 W. 부시다. 그는 순전히 부친 덕택에 대통령이 됐는데 ‘무식함의 화신’으로 불렸다. (이 대목에서 한국의 누군가가 생각난다) 아놀드는 ‘개념 없는 귀족’을 ‘야만인’이라고 지칭했다. 주변 환경 덕분에 ‘철없이 자란 부류’ 정도라는 것이다.

상류 아래는 중류, 즉 중산층이다. 저자는 상류 1%가 지배하는 기업을 관리하는 것은 유능한 중산층 인재들이라며 중산층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다루기 쉬운 계급이라고 진단한다. 다른 나라는 몰라도 한국에서는 철저히 들어맞는 말이다. 한국에서 대기업 사원들은 현대판 마름, 종이나 다름없다. 저자는 “중산층의 ‘묵묵히 먹고살기’는 흉악한 사회의 관성이 유지되도록 방조하는 거대한 힘”이라며 이들에 대해 비판적이다. 그 이유는 이들이 가족과 조직을 위해서만 일할 뿐 부조리한 사회현상을 개혁하는 데 나서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야만적 지배계층이 필요로 하는 ‘쓸모 있는 바보’란다. 저자 나름의 독특한 견해이긴 하다.

타락한 자본주의의 온상이기도 한 미국이 여전히 힘을 갖고 있는 것은 국부(國父)를 잘 만난 덕분이란다. 조지 워싱턴 등 미국의 국부들은 지도력, 지성, 박식함, 원대한 비전을 가진 위인들로 평가된다. 여기에다 지혜와 도덕성까지 겸비했다. 미국의 힘은 건국의 아버지들이 ‘상류다운 상류’였기 때문이다. ‘광란의 20년대’를 종식하고 새 시대를 연 루즈벨트는 4선을 지낸 유일한 대통령이다. 루즈벨트 이후 린든 존슨 대통령까지 30여년에 걸쳐 미국은 대공황에서 탈출한 것은 물론 제2차 세계대전가 한국전쟁 와중에도 사회보장제도 구축과 인권정책 등 위대한 사회정책을 실현시켰다. (물론 루즈벨트의 뉴딜정책에 대한 성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일부 갑부계층은 루즈벨트를 두고 “우리 계층의 배신자”라고 혹평하기도 한다.)

이 같은 전통을 깨뜨린 장본인은 영화배우 출신의 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이다. 그는 자기중심적인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안성맞춤인 대통령이었다. 집권 8년 동안 그가 남긴 유산은 대체로 승리주의, 물질주의, 신자유주의로 집약된다. 현재 미국 정치를 장악하고 있는 극우 보수파에게 레이건은 정신적 지주로 통한다. 저자는 레이건은 ‘상류’는커녕 중산층보다 약간 아래라고 저자는 평가한다. 특히 “진정한 상류 의식의 발현이었던 프랭클린 루즈벨트, 아량의 케네디, 트루먼의 가식 없는 청렴성, 자신감에서 우러난 아이젠하워의 진솔함, 존슨의 자기 성찰과 사회의식, 닉슨의 지적 탐구력과 민첩성, 그리고 카터의 선행본능 따위는 레이건과 거리가 멀다”고 혹평했다. 실지로 레이건은 서민 출신임에도 서민의 고통을 외면했다. ‘제2의 도금시대’랄 수 있는 그의 집권기부터 고급(upscale), 민영화, 기업인수 같은 정글자본주의 용어가 일상적으로 통용되었으며, 정치 우경화와 함께 ‘람보 정서’가 생겨났다. 레이건 취임 이후 지난 30여 년 동안 진행 중인 미국의 타락이 한국 천민자본주의의 성장기와 공교롭게도 일치한다. 결국 한국사회의 타락은 이미 정해진 코스대로 가고 있다고나 할까.


(1부 끝, 이 책의 독후평은 1, 2부 두 차례에 나눠 싣습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1&table=wh_jung&uid=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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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ㅎㅎㅎ  2016년6월29일 01시02분    
기대도 당차요.
바뀐애가 이걸 읽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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