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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찬스, 엄마 찬스
강기석 | 2020-09-14 09:58:1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명실상부한 흙수저 출신으로서, 부친에게서 간절히 받기를 원했으나 끝내 받지 못했던 ‘찬스들’의 목록을 정리해 본다.

먼저 재물이다.

재벌급은 아니더라도 그럴 듯한 사업체 하나 물려받았으면 최고일 거고 (기자 출신이니 조중동 신문이나 종편 하나 물려받으면 더 좋겠지) 강남 말고 서울 아무데라도 4~5층 짜리 건물 한 채, 그린벨트도 좋으니 땅이나 아파트, 그것도 아니면 두둑한 주식이나 국채, 현금이라도 좀 넘겨주시지.

다음은 교육이다.

우리 때는 강남 학군이나 특목고 같은 것 자체가 없긴 했지만 1류고, 3류고 개념은 있었으므로 우리 부친이 좀 더 자식교육에 열의가 있고, 자식 공부 잘 하게 하는 비법을 알고 있고, 그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돈이 좀 있으셨더라면 틀림없이 나를 경기고에 집어넣으셨고 끝내 서울대에도 집어넣으셨을 것이다. 하다못해 고려대 연세대 정도라도.

우리 때는 보결생이라고 해서 권력자 아들(딸)들이나 재벌급 아들(딸)들은 머리가 나빠도 1류고, 서울대에 들어가는 일이 많았다(고 우리는 느꼈었다). 요즘에야 그런 무지막지한 일이 없겠지만 자식을 돈으로 쳐발라 스카이캐슬에 입성시키는 과정이 본질적으로 옛날 보결생 만드는 과정과 무엇이 다를까?

참, 나는 유학도 가고 싶었다. 우리집 형편으로는 꿈도 못 꿀 일이지만 아무튼 나는 하버드는 못해도 예일이나 스탠포드에서 공부하는 꿈만은 꿨다. 물론 세인트폴 같은 사립고등학교는 꿈도 못 꿨다(기 보다는 알지도 못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산의 대물림이란 정당한 상속세나 증여세만 내면 아무 문제가 없는 정당한 것이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공정하지는 않은 것 같다.

교육이란 것 역시 아무리 돈으로 처발랐다 해도 결국 스카이캐슬에 입성하는 것은 본인의 두뇌와 노력 덕분이다. 그런데 스카이 출신이 아닌 내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내 두뇌와 노력 부족 탓이 아니라 부모의 의지와 집안 형편 때문이었다는 비겁한 생각이 든다.

강남 사는 사람들이나 스카이 출신들이나 모두 그런 건 아니겠지만 꽤 많은 이들이 ‘부모 찬스’를 쓴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많은 ‘부모 찬스’중에 ‘표창장 만들어주기’는 그 중요도에 있어 과연 랭킹 몇 위에 해당될까? 표창장의 압도적인 도움으로 스카이대학에 간 사람이 있기나 한 것일까?

그런데 왜 많은 사람들(어마어마한 ‘부모 찬스’를 쓴 사람들 포함)은 조국 교수 자식의 표창장 문제가 공정성의 전부인 양 이렇게 1년 넘게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까?

내가 비록 흙수저 출신이지만 사실 어마어마한 ‘아빠 찬스’를 하나 쓴 것이 있다. 군대 문제다. 군대 문제에서 최고의 ‘아빠 찬스’는 아예 군대에 안 가는 것, 그 다음에 부대 배치, 보직 순일 텐데 나는 그만 아버지 덕분에 군 면제 비슷한 혜택을 본 것이다.

아버지가 힘을 써서 빼준 것이 아니라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부선망독자’ 6개월 근무 보충역으로 군역을 마쳤다. (내 애창곡이 ‘이등병의 편지’인 이유)

나는 마치 부친께서 ‘죽은 공명’처럼 힘을 쓰셔서 방위병 중에서도 가장 편하다는 동사무소 근무로 군역을 마쳤기 때문에 휴가 같은 사소한 문제로 아빠 찬스를 쓸 일도 없었다.

그런 내 생각엔 추미애 장관의 경우 군대 간 자식 불법 휴가 더 얻어줄려고 ‘엄마 찬스’를 구사할 정도였다면 아예 군대를 안 보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무릎수술까지 받은 아들 군대 보낼 때 찢어지는 가슴이었을 텐데 말이다.

‘부모 찬스’는 재산 교육 군대 문제 말고도 직업의 대물림, 죄 짓고 벌 받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남을 두들겨 패고도 훈방되거나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도 가벼운 처벌만을 받거나 심지어 다량의 마약을 밀수하고도 집행유예를 받는 ‘아빠 찬스’들이 군 면제-의가사 제대-부대 배치-보직의 맨 끄트머리에 있을 법한 휴가 문제에 ‘엄마 찬스’ 어쩌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것이 과연 공정한 것일까?

기득권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공정’이 참 고생이 많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0&table=gs_kang&uid=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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