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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의 그늘
강기석 | 2019-05-29 10:23:5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강효상과 현직 고위 외교관리가 공모한 범죄행위(국가기밀 누설)에는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는 학벌주의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배여 있다.

먼저 국회의원 강효상이 기자(조선일보) 출신인 것을 주목해야 한다. 우리 사회 어느 분야에 학벌주의가 위세를 떨치지 않는 곳은 없지만 언론계가 특히 심하다. 편집국에서도 외근 부서, 정경사(정치 경제 사회), 정치부로 좁혀 갈수록, 아래(평기자)에서 위(간부)로 올라 갈수록 스카이 농도가 더욱 짙어진다.

언론계에 이렇게 학벌주의가 만연한 것은 언론이 취재해야 하는 사회 각 분야가 또한 학벌주의로 오염됐기 때문이다.

최근의 자료는 아니지만 몇 년 전 더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조사해 보니 기재부 5급 이상 374명 중 서울대 181명 연세대 79명 고려대 61명으로 스카이 출신이 85.8%였다. 그때 즈음해서 중앙일보 보도를 보면 법무부 검사장급 이상 48명 중 서울대 30명 고려대 13명 연세대 2명으로 단 3명만 비스카이였다.

20대 국회의원 300명 중 서울대 80명 고려대 37명 연세대 23명으로 50%가 조금 안 되는데 여기에 성균관대 27명을 더하면 168명으로 절반을 훌쩍 넘는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재정, 법, 정치를 스카이 학벌이 장악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기자가 이런 곳을 취재해서 (특종을 따내려면) 같은 학벌로 무장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 언론계 학벌주의가 내세우는 변명이다.

그러나 나는 학벌주의가 취재의 편의를 위해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창 선후배 간에 취재와 보도를 통한 ‘거래’가 은밀하게 (또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비밀의 장터라고 생각한다.

가급적 특종거리는 동창에게 주고, 동창이 연루된 좋은 기사는 크게 키우고, 나쁜 기사는 죽이고, 동창의 라이벌이 연루된 나쁜 기사는 더 크게 키우면서 (기자가 됐든 관료가 됐든) 동창 간에 배타적 탐욕과 능력 이상의 출세욕을 채우는 것이다.

대학 동창이 너무 많아서 변별력이 없어지면 고교 학벌까지 등장한다. 고교 학벌까지 들어가면 숫자가 대폭 줄어드는데다 동향이라는 지역주의까지 가세함으로써 학벌주의는 철옹성의 모습을 띠게 된다. 때때로 이 관계는 형제 간 의리로까지 치장되는데 터무니없는 얘기다. 그저 양아치, 조폭들의 의리와 다름없는 암묵적 계산으로 얽힌 이해관계일 뿐이다.

강효상이 먼저 현직 고위 외교관에게 정보(국가기밀)를 내놓으라고 했는지, 현직 외교관이 강효상에게 “형님, 한 건 하시죠”라며 먼저 정보를 줬는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두 사람의 거래는 국회의원-고위 관료 간 정보거래가 아니라 기자-초년 관료 때부터 맺은 같은 학벌 선후배 간 의리의 산물임은 분명하다. 두 사람이 겁도 없이 이런 범죄행위를 공모한 것은 자신들이 얽힌 학벌이 TK와 조선일보를 배경으로 한, 대한민국에서 제일 센 ‘조직’이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국가기밀을 누설한 외교부 고위 관료에 대한 징계 절차가 시작됐다고 한다. 유심히 지켜 볼 필요가 있다. 외교부에는 여전히 막강한 학벌-파벌주의가 있고, 이 학벌-파벌주의가 언제든 온정주의로 둔갑해 나타날 우려가 있고, 또 다른 범죄자 강효상에 대한 처벌 여부는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들의 든든한 뒷배 조선일보가 언제 요술을 부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0&table=gs_kang&uid=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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