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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30년
강기석 | 2019-05-20 09:46:3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30년 전 89년 5월17일에도 나는 광주에 가 있었다. 더 정확히는 광주 망월동 (구) 묘역에 있었다. 오늘(18일) 사진 찍는 여기 어디쯤에서, 그날 우연히 만난 강진 사는 친구와 나란히 앉아 저 멀리 이어지는 무덤들을 망연히 바라보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5월은 조선대 이철규 의문사 사건으로 전국이 들끓었다. 나는 당시 언론노련 선전홍보실장으로 주간지 「언론노보」를 만들고 있었는데 수배 중이던 이철규 학생이 피신하다가 저수지에서 실족해 익사했다는 수사당국의 발표를 절대 믿을 수가 없었다. 광주에 취재 갔던 후배가 가져 온 처참한 이철규 시신 사진을 보고는 고문치사라는 확신이 더 굳어졌다.

나는 이 사진을 「언론노보」에 싣기로 결심했다. 그것도 컬러로 싣기로 했다.
“이 시체를 보라~! 이게 어떻게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의 시체일 수 있나~!”
이렇게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언론노보」는 원래 흑백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컬러 제작은 유례가 없었지만, 흑백으로는 전달 효과가 거의 없겠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당시 「언론노보」는 1만부 정도 밖에 찍지 않았다. 하지만 주 독자가 기자, PD 등 언론인들이었기 때문에 그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었다. 평소보다 제작비가 훨씬 더 들었지만 그보다는 망설임없이 찍어주겠다고 나선 인쇄소 사장님이 더 고마웠다.

신문이 나간 날 오후 시경캡으로 나가있는 경향신문 후배에게서 급한 전화가 왔다. 경찰 내에서 나에 대한 체포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일단 몸을 피하는 것이 좋겠다는 전갈이었다. 내가 또, 겁은 많아서 후다닥 프레스센터 사무실에서 나오기는 했는데 정작 갈 곳이 막막했다.

그때 불쑥 생각난 것이 “광주로 가야겠다”는 것이었다. 친척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광주에 가 있으면 날 잡아가지 못하겠지”하는 근거없는 믿음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뜻밖에도 광주 MBC 동지들이 내 소식을 어떻게 알고는 얼마나 환대를 해주던지 약 1주일 간이나 호사를 누리다가 경찰이 체포를 포기했다는 소식을 듣고 올라왔다.

30년 후 오늘(18일) 새 묘역에서 구 묘역으로 건너가는 오솔길에 광주의 비극을 읊은 시비(詩碑)들이 늘어서 있는데 그중 한 시를 보니 89년 그날 내 근처 어디에서 한 시인이 시를 썼나 보다.

‘1989년 5월! 광주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로 시작되는 시다.
아무렴! 2019년 5월에도 아직 광주는 끝나지 않았다!

“5.18은 북한군 소행”이란 망언이 여전히 횡행하고 독재 체제를 떠받치기 위해 고문하고 조작하던 공안검사들이 국회의원을 하고 대통령까지 되겠다고 나대는 세상 아닌가.

같이 간 일행이 구 묘역 입구에서 서성이고 있는 나에게 “여기 이철규 열사 묘소가 있어요~” 손짓을 하며 부른다.

내가 그동안 구 묘역에 대여섯 번은 왔었어도 이철규 열사 묘소가 여기 있는지를 알지 못했는데 후배가 발견해 주다니 참 신통한 일이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0&table=gs_kang&uid=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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