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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서 이기려면 ‘교육혁명’ 깃발 들어라
[단일화] 경제는 좌파, 사회-문화는 중도란 ‘쌍끌이 작전’ 불가피
조기숙 | 2012-11-14 11:10:4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야권 대선주자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6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만나 후보 단일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나란히 자리에 앉고 있다. ⓒ 남소연

세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정체되어 있다. 단일화가 가시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약간 상승세를 보이는 것 외에 큰 변동이 없다.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되었던 건 모범생 이미지, 정책의 파격성과 창의성이 떨어지고, 좌클릭으로 인해 이념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이 제3의 길을 감으로써 좌우 양진영으로부터 비판 당하다가 좌절했다는 경험을 교훈삼아 좌클릭했고, 노무현을 넘어서야 한다는 진보진영의 지식인, 시민사회단체, 언론에 굴복했다. 감으로 정치를 분석하면 목소리 큰 소수의 말에 끌리게 된다. 그러나 선거는 1인 1표이기 때문에 조용한 다수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된다. 그래서 신념보다는 과학을 믿어야 한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된 것 또한 시대정신을 잘못 읽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누구에게 왜 지지를 받고 있는지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다. 안 후보의 지지는 정치무관심자와 냉소주의자, 반정당주의자, 진보당을 지지하지만 진보당이 수권가능성이 없어 혹은 구당권파가 싫은 진보주의자, 민주당 내 친노가 싫은 구민주계, 양당이 싫은 제3당 지지자 등이 결합된 것이다. 세력이라고 하기엔 민주당만큼도 정체성이 없고 다양하다. 민주당이 새누리당보다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민주당이 다양한 세력이 모여 정체성이 약하고, 분열하고, 패자가 민주적 절차에 승복하지 않고 기회주의자가 되는 고질적 문화 때문인데 안 후보의 지지자는 이보다 더 다양하다.

공동정부를 제안했던 문재인 후보도 안 후보의 지지자와 정체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본다. 어차피 정치불신자, 무관심자, 반정당주의자는 어떤 유인이 있어도 정당지지자가 되지 않는다. 지구상에 백퍼센트 국민이 정당을 지지하는 나라가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양당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70%가 넘는 건 한국정치사에서 정당이 국민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최고점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안 후보에 대한 지지가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이라는 주장은 정확하지 않다. 오히려 야권 내 비주류가 자신들을 대변하면서도 당선가능한 후보를 갖게 되었다는 게 더 정확하다.

박근혜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안철수 후보가 더 경쟁력을 보였던 이유는 경제 쟁점에서 안 후보가 문 후보보다 중도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이 점 때문에 야권지지자 중에서는 문 후보가 안 후보를 경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러나 본선에서는 총선에서와 마찬가지로 단일화가 되어도 경제적 좌파만으로는 승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후보나 정당이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 대선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아직 후보를 정하지 못한 유권자를 대상으로 정책과 쟁점을 활용한 선거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정책중심의 선거전략은 특정부류의 유권자를 타깃으로 한다. 70~80% 정도의 유권자는 이미 마음을 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오래 전부터 예견했던 대로 이번 대선에선 양당의 정당재편성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즉, 정당에 대한 안정된 지지가 투표 선택의 결정적 요인이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무당파가 정책선거의 정밀타격 대상이 된다. 고연령 정치불신자는 어차피 투표를 안 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백지상태인 20대, 정책에 민감한 수도권 30~40대 고학력자가 정책투표의 대상이 된다.

이번 대선의 승부처는 교육정책

올 대선의 최대 선거 쟁점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은 복지를 꼽는다. 일자리, 경제민주화 등도 화두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쟁점에서는 여야 간 큰 차이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선의 시대정신이 되었기 때문이다. 즉 여당도 좌클릭을 했으며 복지쟁점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실질적으로 디테일을 비교하면 양당의 복지, 경제민주화 정책은 크게 다르다. 그러나 선거과정에서 유권자가 그걸 구분해 내도록 선거운동을 하는 게 쉽지 않다. 이런 쟁점은 합의쟁점일 뿐만 아니라 전형적으로 어려운 쟁점으로서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하려 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단, 박근혜-김종인의 갈등은 여당에게 실점을 허용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박 후보가 김종인과 결별을 선언하게 되면 중도층에게 반드시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 전통적인 야권의 지지자였던 화이트칼라 중에서 대기업 직원의 경우는 급격한 재벌개혁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야권도 재벌개혁의 정책내용은 꼼꼼히 준비하되 수사가 중산층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도록 재벌개혁을 법과 기회의 공정성이란 프레임과 연결시킬 필요가 있다.

올 대선의 최대 선거쟁점은 아직까지 공론화되지 않는 곳에서 터질 가능성이 크다. 원래 선거의 쟁점이란 이미 사회적 공론화가 이뤄지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유권자의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것을 후보자가 끄집어낼 때 위력을 발휘한다. 마치 땅 속에서 끓고 있던 마그마가 작은 틈이 만들어지면 무서운 속도로 땅 위로 분출하는 것과 같다. 스티브 잡스는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를 때가 많다고 말했다.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유권자도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를 때가 많다.

2012년 대선의 최대 쟁점은 무엇일까? 2010년 지방선거의 무상급식처럼 어떤 우연한 사건이 터질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교육이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고 오래 전부터 주장해 왔다. 그동안 우리 교육은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하도 오래 고통을 겪다 보니 교육을 바꾸는 건 어차피 불가능하다는 패배주의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 때문에 잠재적 욕구는 있지만 그것이 선거쟁점으로 표면화한 적은 없었다. 무엇보다 교육에 관한 한 현재의 경쟁 시스템이 다수의 국민 정서에도 부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의 역사와 유교 문화, 주입식 교육으로 성공을 이룩한 산업화의 신화 등이 현재 교육 시스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걸 가로 막고 있는 거대한 바위였다.

그러나 진보 교육감들의 혁신학교를 경험하면서, 또 이명박 정부의 경쟁교육의 폐해를 체감하면서 진보가 보수보다 교육에서는 잘한다는 평판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진보는 평등교육 즉 획일적인 교육을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혁신학교가 아이들의 인권과 개성을 존중하는 다양성 교육을 한다는 걸 경험한 학부모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외국으로 탈출하거나 대안학교를 찾는 데에서 더 나아가 자기가 사는 동네의 학교를 혁신학교로 바꾸고 학교 운영위원회에 참여해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학부모가 급증하게 되었다.

김상곤이 분당, 일산에서 몰표를 받은 이유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 권우성

나는 2012년 대선이야말로 교육이 선거쟁점이 되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어떤 문제가 선거쟁점이 되기 위해서는 쟁점이 되는 데 필요한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즉 국민들이 느끼는 심각한 문제(교육문제)가 존재해야 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하는 정당의 대안이 서로 대립되고 차별화되어야 하며, 후보는 이 쟁점을 크게 부각시키면서 선거운동을 해야 선거쟁점이 된다. 현재 교육문제는 이러한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교육 쟁점에서는 중상층이 중하층보다 더 진보적이다. 이는 교육 수준과 밀접한 관련을 갖기 때문이다.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보수 언론의 선동에 휘둘릴 가능성이 낮은 것이다. 김상곤 후보가 첫 선거에 나섰을 때 분당, 일산과 같은 중상층 지역에서 몰표를 받았다. 또한 교육에서는 진보와 보수가 뚜렷한 정책적 차이를 갖는다. 경제 쟁점과 달리 교육에서는 보수가 좌클릭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보수주의자가 학벌주의를 포기하는 건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야권은 경제적 쟁점에선 좌파들의 손을 들어주되 본선에서는 교육을 쟁점화함으로써 중상층의 지지를 끌어들여야 한다. 노무현 후보도 진보적 정체성을 견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수도 이전 공약으로 보수적인 충청도 유권자를 유인했다. 일명 쌍끌이 전략으로 서로 다른 두 집단과 동시에 연대해야 야권이 이번 대선에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전략이 배치되어선 안 된다. 그래야 정체성 위기를 가져오지 않기 때문이다.

진보적 교육정책과 진보적 경제정책은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서로 상충되지 않는다. 하지만 각 쟁점에 대한 지지층의 승자연합의 크기는 다르다. 경제 쟁점에 관한 한 산업화의 신화를 갖고 있는 우파가 좌파를 압도한다면, 교육 쟁점에서는 진보가 보수를 압도하는 지점에 전선을 칠 수 있다. 다만 선거 직전, 쟁점의 강조점을 어디에 두느냐가 전략의 차이를 만든다.

경제는 좌파, 사회-문화는 중도란 쌍끌이 작전 불가피

결과적으로 2012년 대선에서 그리고 그 이후에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서도 교육은 야권에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충분한 복지를 경험한 저소득층과 중하층이 민주당의 확고한 지지자로 유입될 때까지 민주당은 이런 식으로 경제는 좌파, 사회문화는 중도로 양동작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 이론적으로 계층투표의 출현은 진보 정당인 민주당에게 축복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저소득층, 중하층의 계층의식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층투표가 이제 막 시작되었으니 한국 정치의 점진적 변화를 고려한다면 완성되는데 10∼20년 이상 걸릴 것이다.

내가 2012년 교육정책이 핵심정책이 될 것이라고 오래전부터 주장했던 이유는 30~40대 수도권이 정책투표에 가장 민감하기 때문이다. 특히 주부는 새누리당 지지성향이 높은데 진보진영이 교육 쟁점을 쟁점화하여 이들을 잡지 못한다면 대선은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다. 진보진영이 대선에 이기기 위해선 교육정책과 공정과 정의, 생태, 여성, 참여민주주의, 검찰개혁과 같은 탈물질주의 이슈를 쟁점화해야 한다. 그리고 그 대안은 개혁이 아니라 혁신이어야 한다.

개혁은 위기가 닥쳤을 때 택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위기가 오래 지속되면 사람들은 더 보수적이 된다. 고통이 지속되면 위기를 회피하려들고 위축되기 때문이다. 이럴 때 눈에 띄는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는 개혁은 피로를 가중시키므로 오히려 더 회피하게 된다. 소프트웨어와 사고, 생활습관을 바꾸는 혁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나는 지난 2년간 여러 명의 교사, 교수들과 함께 2012년 대선과 그 이후 10년간 교육혁신의 정책을 담은 <아이를 살리는 교육>이라는 책을 준비했으며 11월 19일 오후 1시 30분부터 김대중도서관에서 출판기념회겸 세미나를 개최한다. 각 캠프의 교육정책 담당자도 토론자로 참석할 것이다. 이 책이 2012년 대선에서 진보진영의 대선 승리에 유용하게 사용되기를 기대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교육에 달렸다

교육쟁점이 승부처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는 탈물질주의자에게 가장 호소력이 있는 쟁점이기 때문이다. 교육은 20세기 좌우이념을 떠나 창의적으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분야이다. 탈물질주의의 핵심은 68혁명의 구호가 '상상력에게 권력을'이었듯이 상상력에 있다. 상상력은 20세기 좌우의 이념적 틀을 뛰어넘을 때 가능하다. <아이를 살리는 교육>은 철처히 신제도주의라는 제3의 시각에서 교육 대안을 찾았다. 교육제도를 크게 바꾸지 않고도 약간의 발상의 전환을 통해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했다.

제3의 시각은 안후보처럼 안보는 우, 경제는 좌 하는 식으로 좌와 우를 넘나드는 절충주의와는 다르다. 신제도주의는 좌와 우를 완전히 뛰어넘으면서도 좌우의 가치를 담고 있다. 절충주의적 중도주의는 2중의 정체성을 가져와 결코 중도층에게 일관된 호감을 안겨주지 못한다. 반면, 좌우의 정신을 포괄하면서도 좌우를 뛰어넘는 창의적인 대안을 찾는 것이 탈물질주의적 신좌파의 정신이다.

우리의 대안은 공공성(좌파) 자율성(우파), 다양성(좌우)이라는 세 가지 가치에 기초해 1) 돈 없이도 대학에 진학하므로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고 2) 무한도전의 기회로 계층상승이 가능하며 3) 대학서열의 완화로 입시경쟁이 완화되고 4) 대학에 가서 공부하므로 초중등 교육이 행복하며 5) 자율적 협력의 결과 대학혁신이 지속가능하고 규모의 경제학으로 대학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본다. 올 대선이 매우 중요한 이유는 여야의 균형이 맞춰지는 선거이기도 하지만 백년대계인 교육의 혁신 방향을 잡아야 하는 선거이기 때문이기도 한다.

선거는 후보자가 꿈을 줌으로써 유권자의 표를 얻는 행위이다. 유권자는 실행가능한 관료들이 만든 정책을 원하는 게 아니라, 새롭고 영감 있는 가능성의 정책을 원한다. 선거에서만큼은 상상력의 정책을 기대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교육혁신에 달려 있다. 교육 분야에서만큼은 양 후보가 맘껏 상상력을 발휘하길 기대해본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06&table=gs_cho&uid=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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