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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신호등 없는 거리’ 만들려는가
[심층분석] ‘안철수 현상’과 안철수가 택할 수 있는 전략은?
조기숙 | 2012-10-01 13:09:04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안철수 현상은 예측가능한 일>

'안철수 현상'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초유의 일이라고 호들갑을 떠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필자는 2006년 <마법에 걸린 나라>에서 2007년 대선에서도 정책은 진보적, 스타일은 주류적인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안철수 현상도 이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안철수 현상은 탈정당화라는 세계 보편적인 현상과 한국정치의 변화과정에서 일어난 특수한 몇 가지 현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각각의 흐름을 분석해보면 향후 전개방향에 대한 예측도 가능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우선 안철수,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3자 대결에서 핵심 지지층의 특징을 비교해보면 <표 1>과 같다.

 <표1> 4.11총선 직후 사회과학데이터센터의 여론조사에 나타난 주요 대선 후보자 지지자의 특징

트윗에서 박근혜를 과거, 문재인을 현재, 안철수를 미래후보로 규정짓는 건 매우 정확한 묘사라고 생각된다. 안철수현상은 다음의 흐름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1) 기존 양당제의 대안으로 등장한 제3후보

안철수 후보는 양당제 국가에서 제3당인 영국의 자유당처럼 양당이 포괄할 수 없는 유권자의 욕구를 반영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양당에 대한 불만으로 대선에서 항상 제3당이 나타나곤 했는데 정주영, 이인제, 정몽준, 문국현 등이 그 예이다. 안후보가 정당을 창당할 경우 과거 제3당의 실험처럼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 이유는 제3당은 기존의 양당에서 자리를 얻지 못한 사람들이 몰려와 기존정당보다 인재풀이 좋지 않고, 결선투표가 없는 대통령 선거제도로 인해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당창당은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2) 기존 정당을 부정하는 반정당(무소속)후보

신당 창당으로 출마한 제3후보들이 모두 실패한데 비해 안철수 후보의 무소속 행보는 현재까지 성공 중이다. 이는 제3후보에 더해 반정당적인 유권자를 흡수하여 매우 높은 지지를 보였던 로스 페로의 사례와 유사하다. 미국의 미네소타 주지사도 무소속으로 당선된 바 있다.

특히 유럽에서 탈물질주의적 유권자가 증가하면서 관료화된 정당에 대한 반감이 심해지면서 서구 민주주의국가에서도 정당의 쇠퇴, 무당파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이들이 정당을 불신한다고 해서 중도후보를 지지한다는 보장은 없다.물론 한국의 경우는 정당의 제도화 수준이 낮아 무소속후보의 성공 가능성이 선진국보다는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02년 이후 한나라당은 정당의 강화와 제도화가 이루어졌고 민주당은 현재 지역정당에서 벗어나 이념적으로 재연합 중이라 안후보가 반정당 유권자에만 의지하면 페로처럼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정당 혁신의 미래 청사진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행동하는 무당파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3) 부도덕한 구주류와 무능해 보이는 비주류 사이의 대안

한국사회에서 보수는 부도덕하지만 산업화를 이룬 구주류이고, 진보는 도덕적이고 민주화를 이룬 비주류이다. 그러나 운동권 출신 비주류에 대해 갖는 무능 이미지는 그것이 언론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 하더라도 이 때문에 유권자는 새로운 대안을 목마르게 기다려왔다.

복지, 양극화 해소와 같은 경제적 쟁점이 떠오르면 정책의 디테일이 쟁점이 되는 게 아니라 유능/무능 프레임이 선거를 주도하게 된다. 그래서 2007년에 산업화의 업적이 있는 한나라당의 후보가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명박 후보는 기업인 출신이라 이 프레임에 더 잘 맞았다. 또한 신주류였던 문국현후보가 주목을 받은 것도 같은 이유이다. 그러나 문국현 후보는 기존 정당과 연대하지 않으면서 유능함을 증명하는데 실패했다.

그때 잠재되었던 시대정신이 2012년에 다시 경제 민주화가 쟁점이 되면서 부상했고 이에 안철수 후보가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다. 안 후보의 도덕성은 아직까지 만족스럽다고 할 수 있으나 유능함이 무소속 후보로서도 어필할 수 있을지는 과제로 남는다. 무소속후보가 정당후보보다 더 유능할 수 있음을 설득하는 게 그의 과제일 것이다.

만일 민주당이 선거과정에서 유능함을 보여준다면 안 후보의 인기는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점에서 독립변수는 안후보가 아니라 민주당이다. 민주당의 유능함이란 밖에 나와 당을 비난하고 지도부를 공격하는 과거의 민주당이 아니라,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으로 계파간 갈등을 보이지 않고 팀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신뢰의 요소인 일관성, 선의, 유능함을 통해 신뢰받는 정당이 되는 것이 급선무이다.

 지난 8월 SBS '힐링캠프' 프로에 출연한 안철수 후보

4) 정치불신과 반정치현상 (정치무관심)

정치불신은 1960년대 이후 전 세계적인 현상이며 우리는 그 정도가 특히 심하다. 오랜 세월 군부독재가 정치를 비하하고 부정적으로 묘사했고 특히 보수언론은 시민의 정치참여를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정치외면을 부추기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불신이 높다고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건 아니고 제3후보나 중도후보를 지지한다는 보장도 없다.

안 후보의 인기는 일정부분 기존의 정치무관심자에 기초하고 있다. 정치무관심자는 정치불신자와 달리 감성적으로 안 후보를 지지하기도 하지만 작은 네거티브에도 실망해 지지를 철회할 수도 있다. 정당개혁에 대한 청사진 없이 반정치적인 유권자를 동원한 정치는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상을 종합하면 안 후보의 기회요인과 위험요인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리라 본다. 선진국에서 제3후보가 성공한 역사가 없다. 그러나 정당제도화가 낮은 우리나라에서는 안 후보가 성공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본다. 가장 큰 문제는 각 요인들이 서로 논리적으로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딜레마를 극복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민주당에 입당해야 도덕적 신주류임을 증명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반정당, 반정치적인 유권자의 지지를 잃게 될 것이다. 호남의 지지는 안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할 것이란 기대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입당을 하지 않으면 일부의 지지는 이탈할 것이다.

그러나 안 후보가 지금 민주당에 입당하면 그 동안 본인의 주장이 진정성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향후 정치경력에 부정적일 수도 있어 고민이 깊을 것 같다. 이러한 문제는 민주당과의 단일화 논의에서 정당개혁의 청사진을 놓고 풀어야 할 것이다.

<정당은 민주주의의 신호등과 같은 존재> 

민주주의는 다양성이 생명이다. 전체주의자는 옳은 의견이 존재한다고 믿기에 생각이 다른 사람을 탄압하지만, 민주주의자는 어떤 의견도 옳을 수 있다고 믿기에 표결로 잠정적 다수를 결정한다. 민주국가에서 정당은 거리의 신호등처럼 이 표결과정을 쉽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정해진 신호등의 규칙에 따라 운전하듯이 수백 개의 다른 의견이 정당으로 집결되면 대안이 두 세 개로 정리되는 효과가 있다.

신호등이 자주 고장나니 이를 신뢰하지 않고 운전자들이 신호를 위반하는 일이 잦아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그래서 국민들이 신호등을 더 불신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신호등을 없앤다면 교통이 원활해질까? 신호등이 고장 나지 않도록 고치는 게 정치인의 역할인데 안 후보는 지금 신호등 없는 거리를 만들겠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당을 적대시하고 전문가와 국민이 모여 의논하면 해결책이 나온다는 생각은 정치에 대한 이해의 결여에서 비롯된다고 생각된다.

박선숙 전 의원이 안 캠프에 간 것은 좌회전 차선에 서있던 운전자가 심혈을 기울여 고친 신호등을 사용해보기도 전에 과거에 고장 났었다며 갑자기 신호를 위반하고 직진한 것이나 다름없다. 박 전 의원은 현역이 아니고 또 그 사람의 인품을 믿는 분위기라 아직 여론의 비난이 높지 않지만 같은 사안이 반복된다면 안 후보는 국민적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따라서 안 후보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정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 국민이 정치평론가를 자처하기에 정치이해가 쉬운 일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정치혁신의 청사진을 그리기 위해선 선진정치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왜 한국정치, 특히 정당이 후진적인지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주의: 이 글은 논문의 일부이므로 원고는 물론 강연에서 인용할 때에도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06&table=gs_cho&uid=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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