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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숙 탈당, ‘납득이 안돼요, 납득이!’
[제언] 안철수 후보는 민주당이 뭘 혁신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조기숙 | 2012-09-21 13:14:5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오랜 고민 끝에 나온 안철수 원장의 대선출마 선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안철수 후보의 진정성을 누구보다 신뢰하며 그의 정치실험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안 후보가 더 멀리 가기 전에 잘못 끼워진 첫 단추에 대해 지적하는 걸 양해하기 바랍니다.

순수하지만 순진하지 않은 안 후보

안 후보가 출마선언에서 양당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독자노선을 택한 걸 보며 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 후보의 정치적 의도는 “순수하지만 순진하지는 않다”는 평을 내렸습니다. 순수한 의도가 결과를 합리화하지는 않습니다. 정치인으로 성공하려면 목표달성을 위해 국민과 소통하는 데에나 최선의 방법을 택하는 데에도 전략적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안 후보는 정치불신과 정당불신을 지지의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정치를 할 수도 안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었습니다. 정치를 하면 일부 지지자가 실망할 것이고 안 하면 또 일부 열성지지자들이 섭섭해 할테니까요. 그러나 안 후보는 민주당과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독자노선을 택함으로써 민주당을 딜레마에 빠뜨리는 전략적으로 탁월한 선택을 했습니다.

사실 3자대결은 새누리당의 네거티브를 막고 문/안후보가 포지티브한 선거운동을 하기에 가장 좋은 구도입니다. 정치학습이 빠른 안 후보를 보며 그의 실험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안 후보의 독자노선이 성공한다면 30년 가까이 이어온 지역정당체제가 막을 내리고 미래지향적 정당체제가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안 후보의 독자노선이 성공하지 못하고 야권과 단일화를 하는 경우에도 이명박 정부의 재집권을 막는다는 점에서 한국정치는 역사적으로 진일보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박선숙 전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해 안 캠프를 총괄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박 전 의원의 고운 심성이나 그의 능력, 민주정부 10년의 기여를 모르는 바 아니기에 그의 결단이 사심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대의를 위한 것이라 믿습니다.

박선숙 탈당, 어떻게 볼 것인가?

 박선숙 전 의원
하지만 같은 행위가 어떤 사람이 하면 용서가 되고 다른 사람이 하면 비난을 받는다면 그건 이중잣대입니다. 노무현 후보 당선 이후 후보교체를 요구하던 '후단협'의 행태와 어떻게 다른지 30년 이상 정치학을 공부한 저로서는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박 전 의원이 민주당 혁신을 위해 노력을 하다 하다 안돼서 탈당을 했다면 그 뜻을 충분히 이해했을 겁니다. 적어도 민주당 후보선출 이전에 탈당했다가 시간을 둔 다음에 안 후보 캠프로 갔어도 박수로 축하했을 겁니다.

백만 시민을 모아 정당한 절차를 거쳐 공당의 후보가 결정되었고 그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후보를 이기고 있고, 큰 하자가 발견된 것도 아닙니다. 십 수년 그 당에서 요직을 거쳤던 인사가 후보선출 나흘 만에 탈당하고 당 밖의 캠프로 가는 행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궁극적 목표가 고귀하다면 과정의 행위도 정당화되는 것일까요?

안 후보는 통합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의 조건으로 정당의 혁신과 국민의 요구 두 가지를 내걸었습니다. 참으로 좋은 제안입니다. 민주당은 혁신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무엇이 어떻게 혁신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합의가 없는 게 한국정치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안 후보가 생각하는 혁신 민주당의 미래상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민전 교수는 언론인터뷰를 통해 '신패권주의'를 극복하는 게 민주당의 과제라고 했습니다. 신패권주의는 뭐고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제 좁은 소견으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민주당 혁신의 세 가지 과제

제가 생각하는 민주당의 문제는 세 가지라고 봅니다. 첫째, 무책임한 거버넌스 시스템, 둘째, 정당 민주주의의 실패, 셋째 정당의 불확실한 정체성입니다.

첫째, 민주당의 집단지도체제는 지도부에게 권한은 주지 않고 책임만 묻는 매우 비효율적인 체제입니다.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없는 무책임한 제도입니다. 토론 절차와 과정은 민주적이어야 하지만 일단 결정되면 결정한 사람이 공동 책임져야 하는데 집단지도체제는 최고위원도 한 표, 당대표도 한 표지만, 책임은 당대표 혼자 지는 구조입니다. 이런 회사의 사장이었다면 안 후보도 안랩의 신화를 만들지 못했겠지요.

둘째, 당내 민주주의란 민주적 절차에 따라 후보나 당직자를 선출하고 그 결과에 승복하는 것입니다. 새누리당이 민주당보다 더 지지를 받는 건 그런 전통이 자리잡았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걸핏하면 자기 손으로 뽑은 지도부를 사퇴하라고 압박을 넣고, 마치 자신은 민주당원이 아닌 것처럼 외부에다 유체이탈화법으로 자당을 비판하고, 몸은 안에 있으면서 마음은 밖의 후보에게 가 있습니다.

정당이란 게 뭘까요? 정당은 정치인 개인의 정체성이기도 하므로 입당은 쉽게 할 수 있지만 탈당은 신중해야 합니다. 정당과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좋을 때나 어려울 때나 헌신하며 함께 가야 합니다. 그 동안 우리 국민은 철새정치인을 심판해왔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래야 정당의 발전과 제도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당내 후보보다 당 밖의 후보가 더 좋다고 탈당하기 시작하면 정당에 어떻게 민주적 결과에 승복하는 문화를 정착 시킬 수 있겠습니까? 패배한 사람이 밖에 나가 새 후보를 데려다 다시 한판 붙자고 하면 당내 민주주의의 제도화는 영원히 불가능합니다.

셋째, 민주당은 진보를 지향하기 때문에 정당제도화를 이루기 매우 어려운 조건에 놓여있습니다. 보수정당은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만으로도 보수의 정체성이 분명해집니다. 반면 진보는 변하는 방향과 차원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하나가 되기 어려운 구조적 모순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건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민주당이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건 민주당의 잘못도 있지만 민주당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진보정당의 보편적 과제이기도 합니다. 특히 21세기 자유주의적 시민은 위계적인 정당 자체를 별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정당무용론이 힘을 얻는 건 아닙니다. 왜 그럴까요? 정당은 여전히 민주정치의 심장과 같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정치불신자나 정당불신자보다 정치의식이 훨씬 높은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이런 저의 진단에 비춰볼 때 박선숙 전 의원의 탈당은 정당정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입니다. 의도는 그렇지 않다고 믿지만 민주당이 국민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민주적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해당행위자가 당내에 너무 많은 데에 있습니다.

진정한 화해는 약자가 힘을 키워야 가능

증오와 반목의 정치를 종식시키겠다는 안 후보님의 뜻 누구보다 존중하고 꼭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 대연정을 제안했던 이유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증오와 반목의 정치가 지속되는 책임을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똑 같이 묻는다면 그게 과연 정의일까요?

증오와 반목의 정치는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노력한다고 해소되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화해할 생각이 없어 폭압정치를 하는 강자에게 약자가 화해하자고 손을 내밀면 그게 성사될까요? 다른 나라의 역사를 봐도 약자가 힘을 키워서 강자를 압도하거나 서로 대등하게 될 때 진정한 화해가 이뤄졌다고 봅니다.

따라서 증오의 정치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도 저는 우선적으로 민주당의 정당정치가 정상화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민주당이 힘을 가져야 양당이 진정으로 화해할 수 있고 국민통합도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박 전의원이 증오의 정치를 종식시키기 위해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에게 혐오감을 준다면 국민통합은 오히려 더 멀어지는 것 아닐까요?

민주당이 뭘 혁신해야 하는지 논의 필요

물론 저의 진단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또 탈당이 박선숙 전 의원 한 사람의 문제로 끝난다면 조용히 넘어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정치학을 30여 년 공부한 저같은 사람을 설득시켜야만 일반 국민들도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질문을 드립니다.

또 민주당이 혁신을 위해 뭘 해야 되는지 안 후보께서 보다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그 제안이 정당한지 국민적 토론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나가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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