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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 김용민이 국회의원 되는 게 민주공화국
엄숙한 권위주의 깨야 민주주의 가능
조기숙 | 2012-04-10 09:30:14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김용민이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나는 며칠 전 문대성이나 석호익의 과오와는 달리 김용민의 부적절한 발언은 용서받을 수 있으며, 그가 후보를 사퇴해야 한다면 한나라당의 현직의원으로 연극 <환생경제>에 출연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성희롱을 퍼부은 이혜훈, 주호영, 송영선, 정두언, 정병국, 주성영 등과 이를 보며 박장대소한 박근혜 위원장이 먼저 후보직사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적반하장당, 새누리당 변하지 않았다” 참조)

임태희는 <환생경제>에 대한 비난 여론에 대해 연극은 연극일 뿐이라고 변명한 바 있다. 맞는 말이다. 연극을 통한 풍자와 해학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된다고 봤기에 참여정부 인사들은 그 연극에 대해 일체 반응하지 않았다. 인권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던 조선 시대에도 광대에게는 유일하게 표현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았던가.

▲ 박근혜 위원장과 당시 김덕룡 한나라 원내대표가 환하게 웃으며 <환생경제>를 관람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김용민은 광대였다. 조선시대 천민이었던 광대는 유일하게 지배계급인 양반을 풍자와 해학으로 비판하는 걸 허용받았다. 역사적 사실은 아니겠지만 영화 <왕의 남자>에서는 광대가 공연을 빙자해 감히 왕을 비판하기도 했다. 광대에게만 풍자와 해학이 허용되었던 이유는 양반의 통치기술이었다. 하층계급에게도 불만을 배설할 출구가 있어야 폭동이나 민란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대에게 지배층 비판이 허용되었던 또 다른 이유는 그들이 저속하고 천박한 언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광대가 만일 엄숙하고 도덕적인 언어로 양반을 비판했다면 참수형에 처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천한 언어를 쓰는 광대는 아무리 양반을 비판해도 절대로 양반이 될 수 없기에 안심했던 것이다.

언어는 신분을 나타내는 매우 중요한 도구이다. <My Fair Lady>라는 영화에서 한 언어학자가 천한 신분의 ‘꽃팔이’ 여성에게 상류층 언어를 가르치는데 그녀가 상류층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게 됨으로써 드디어 신분상승이 가능하게 된다. 서기호 판사의 ‘빅엿’, 이정렬 판사의 ‘가카새끼 짬뽕’이 기득권 세력의 분노를 산 이유도 서민 언어를 사용한 엘리트를 추방하고 말겠다는 신분사회 이념이 도사리고 있다.

박경신 교수가 지적했듯이 김어준의 ‘나꼼수’는 언어혁명을 통해 엄숙한 보수주의에 도전하고 있다. 박 교수는 ‘나꼼수’ 못지않게 말버릇이 없는 진중권을 좋아한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천한 언어의 사용은 광대가 되기 위한 필수요건인지도 모른다.


엄숙한 권위주의 깨야 민주주의 가능

노무현 대통령이 소탈한 언어로 탈권위주의 문화를 퍼뜨림으로써 문화혁명을 시도했던 이유도 유교의 엄숙주의가 존재하는 한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도전이 벽에 부닥친 건 우리 사회가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유교의 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혹은 많은 진보주의가 아직도 보수의 공식에 갇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서는 진보주의자도 보수주의자 못지않게 엄숙하고 도덕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외국에서는 도덕성은 보수의 전유물이다. 진보는 오히려 보수의 엄숙주의를 조롱하고 보수가 허용한 범위를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한다. 진보주의자들이 문화적 엄숙주의에서 해방돼야 나는 우리 사회에 진정한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다고 믿는다. 돈과 학벌로 유지되는 현대판 신분질서를 깨야 민주주의가 가능하다.

개그맨은 현대판 광대이다. 농담과 해학, 저속한 말 사이엔 현실 정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숨겨져 있다. 우리나라 개그맨은 비교적 점잖은 편이지만 서양의 개그맨은 저속 비속어를 쓴다는 점에서 조선시대 광대와 더 닮았다. 서양의 개그맨 중엔 성역이라고 할 수 있는 종교나 대통령을 소재 삼아 저속한 언어로 이들을 모욕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성직자나 대통령을 소재로 한 성적 농담이 수시로 등장하는 이유도 보수주의자의 무기라고 할 수 있는 도덕성과 성적 억압에 도전하기 위함이다. 개그맨은 해학과 풍자를 통해 보수주의가 목숨처럼 여기는 권위를 조롱한다. 이들에게 성역이란 없다.

조선시대 광대는 서민들의 애환과 불만을 어루만져주는 역할을 했지만 오늘날 개그는 엘리트 진보주의자들의 전유물이 되어 가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개그맨은 진보주의의 최첨단에 있는 사람들이다. 미국의 스탠딩 개그 입장권은 천 불(백만 원)이 넘는 경우도 많다. 말끝마다 ‘fuck’이 들어가는 개그를 즐기는 청중은 많이 배우고 많이 버는 리버럴 뉴요커들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요즘 정권에 장악 당한 TV에서 유일하게 현실정치 비판을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그나 예능 프로인 건 우연이 아니다. 광대와 개그맨의 현실 비판 정신엔 역사적 뿌리가 있는 것이다.

공인이 될 사람으로서 김용민의 발언이 부적절했음은 이미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과거 19금 성인방송에서 광대로서 했던 발언이 정치권에서 문제가 되는 게 과연 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 미국이 낳은 위대한 코미디언, George Carlin. 그의 유명한 ‘이론’ - <더 큰 조대가리 외교정책이론>. 아쉽게도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George Carlin, one of the greatest political philosophers that the United States has ever produced, died suddenly of heart failure. His “Bigger Dick” foreign policy theory won him comparison with Machiavelli.) ⓒ유투브 동영상 캡처


과거 성인 방송 발언이 쟁점화되는 건 반칙

박근혜 대표는 그런 사람이 국회의원이 된다면 우리 아이들의 교육이 걱정스럽다고 했다. 나는 그런 사람이 국회의원이 돼야 비로소 대한민국에 신분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아이들이 배울 것이라 생각된다. 사실 새누리당이 김용민의 19금 영상을 인터넷에 조직적으로 올리지 않았다면 아이들은 그 영상을 볼 일이 없었을 것이다. 새누리당의 반칙으로 인해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걱정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새누리당은 선거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행위를 사과하고 아이들 교육을 위해 영상을 내리기 바란다.

김용민의 과거발언이 정치 쟁점화되는 건 사실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본다. 과거 광대로서 직업상 했던 발언이 공인이 되는 선거에서 쟁점화되는 게 과연 페어플레인가 하는 의문이다. 외국에서는 누드모델이나 매춘부였던 사람도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으니 민주국가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만일 이들의 상대후보나 정당이 과거의 사진이나 기록을 대중에게 공개한다면 과연 그것이 공정한 경쟁이라고 할 수 있을까.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어떤 나라에서는 그것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의당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용민의 발언을 옹호하려는 게 아니다. 한나라당의원들의 <환생경제>에서 했던 막말이 연극이었기에 용서되어야 하듯 광대 김용민의 과거 발언도 문제 삼지 말았어야 했다. 만일 그런 과거를 문제 삼는다면 특정 직업에 있던 사람은 절대로 국회의원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용민이 국회의원이 될 수 없다면 김용민과 독설을 주고받은 김구라는 물론이고 매일 ‘이뻐~’ 하는 성차별적 발언으로 우리에게 큰 기쁨을 주는 조지훈도 국회의원이 될 수 없을 것이다.

 4월 9일자 ‘경향 만평’


김용민의 승리는 신분질서의 해체에 기여할 것

이는 한 번 광대면 영원히 광대여야 하는 조선시대의 신분사회에서 우리가 조금도 나아가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공화국이 조선시대와 다른 점은 타고난 신분이나 계급과 무관하게 자신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계층이동이나 직업 변신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수구언론은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 그들이 감히 그들에게 대든 ‘노무현 죽이기’에 올인했듯이 지금 ‘김용민 죽이기’에 올인하고 있다. 천박한 광대가 감히 신분상승을 꿈꾸다니 하면서 매일 융단폭격을 가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진보언론과 유권자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아픈 상처를 그대로 안고 김용민은 지역주민의 심판을 받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나는 진심으로 김용민의 승리를 보고 싶다. 김용민의 승리가 단지 ‘가카’에게 패배를 안겨주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실 우리가 ‘가카’를 심판한다 해도 제2, 제3의 ‘가카’는 또 나오게 되어 있다. 거대한 오염원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정치는 여론정치이다. 수구언론은 독재자의 은덕으로 세를 키웠지만 이제는 뒤에서 여론을 좌지우지함으로써 ‘가카’를 조정하고 있다. 유사 이례 처음으로 기득권세력에게 맞짱 떠 대통령까지 당선된 노무현이지만 퇴임 후 그도 결국은 수구세력에게 패하고 말았다. 그들은 감히 자신에게 대드는 사람을 집요하고 악랄하게 보복한다. 김용민의 승리는 ‘가카’는 물론 수구언론에게도 일격을 가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김용민의 승리를 간절히 바란다.


‘가카’와 수구언론에 ‘빅엿’을 선사하려면

김용민은 여러분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노원구 공릉동 월계동 지역에 지인을 찾아 김용민 지지를 호소해주길 부탁드린다. 10일 저녁 유세 후에 자정까지 골목을 다니며 김용민을 위해 함께 자원봉사할 동지를 기다린다. 나도 그들과 함께 김용민을 위해 단 몇 명이라도 주민을 설득할 생각이다.

‘광대’ 김용민의 승리는 고단하고 힘든 일상을 보내는 평민의 승리가 될 것이며, 99% 국민의 승리가 될 것이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06&table=gs_cho&uid=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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