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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캠프, 신념만 투철했지 전략이 없었다
[집중분석] 2012 대선에서 민주당은 왜 패배했나 - ①
조기숙 | 2012-12-31 12:31:5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75.8%의 투표율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후보가 패했다. 일부에서 투개표부정 가능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기는 하지만,  질래야 질 수 없는 선거를 패배한 선거전략 오류에 대한 분석이라고 봐주면 좋겠다. 멘붕 탈출도 전에 선거분석을 서두르는 잔인함이 미안하기는 하지만 잘못된 분석이 정설로 자리잡기 전에 시도하는 작업이라는 걸 이해해주기 바란다.

유권자는 이익투표, 진보는 감성호소

 19일 밤 대선 패배를 인정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새 정치,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역사적 소명을 제대로 다 하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 남소연

아직 사후 설문자료는 없지만 이번 선거는 4.11총선의 복사판이라 굳이 데이터 없이도 진단이 가능하다. 같은 팀이 같은 전략으로 진보담론에 의거해 4.11총선의 판박이 선거를 했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이번 대선 캠페인은 4.11때보다 감성적 홍보가 뛰어났다는 점이다.

선거는 과학이다. 보수진영이 과학적 선거이론, 홍보이론에 충실했다면 진보진영은 과학보다 신념을 우선으로 선거에 임했다. 광화문 유세에서 유명인 멘토들의 연설에 열광하는 지지자를 보며 필자는 과연 감성이 과학을 이길 수 있을지 궁금했다. 이번 대선결과는 아무리 상대편이 5년간 깽판을 쳐도 과학적 선거전략을 수립할 줄 모르는 쪽은 패배하고 만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본다.

선거에 패하자 트위터리안들은 경상도 지역주의와 정부의 언론통제를 대선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하지만 이 요인은 한국의 모든 선거에서 상수였다. 진보진영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선거에 이겨야하는 운명을 지니고 있기에 구조를 탓해선 앞으로도 선거에 이기기 어려울 것이다.

일부에선 참여정부실패론과 친노책임론이 나오고 있는데 그나마 문재인이 후보였기에 진보진영이 대동단결해 1470만표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거두었다고 본다. 민주당의 정당지지도는 42%로 역사상 처음으로 새누리당 지지도와 맞먹었다. 후보도 유권자도 진보지식인도 언론도 진보진영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명예로운 패배였다. 정직한 대결을 펼친 끝에 구조적 약세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패배원인은 진단하되 서로 비난하지 말고 격려하며, 과거에 얽매이기보다는 미래지향적인 제안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질 수 없는 선거... 패했지만 명예로운 패배

무엇보다 진지한 자기 성찰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2007년 패배 이후 진보진영이 릴레이 반성문을 쓰지 않으면 또 패배할 것이라 수없이 주장했지만 노무현과 친노만 반성했지 정작 반성이 필요한 사람들은 책임전가를 하다 또 패했다고 본다. 이번에는 패배 원인이 제대로 진단되고 성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필자부터 반성문을 쓰고자 한다.

무엇보다 단일화 과정에서 안철수 지지자를 좀 더 배려하지 못하고 마음의 상처를 준 점 사과드린다. 그것이 향후에도 진보 분열의 불씨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마음에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고자 한다. 필자는 이미 TV토론에서 진보논객으로의 활동을 중단한 바 있다. 10년간의 진보논객 활동을 마감하고 객관적인 관찰자로 돌아가 연구에 전념하고자 한다. 필자의 책임의식과 반성문이 진보진영 모두에게 확산되기를 바란다.

과학으론 안 되니 운명으로 이기겠지 하며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었던 자신이 부끄럽다. 선거과정에 출간한 책 <문재인이 이긴다>에서 필자는 문재인이 안철수에 비해 본선 경쟁력이 높은 이유를 설파하고 문캠프의 전략으로는 본선을 이길 수 없다며 전략수정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제목만 보고 기대를 가졌던 독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향후 1년간은 트윗에서도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며 반성하고자 한다.

필자가 이번 대선을 크게 이길 수 있는 선거를 패했다고 분석하는 이유는 2002년 노무현 선거와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2002년에 비해 민주당의 경남 득표력은 확장되었고 MB정부 5년의 실패와 민주주의 압살은 수도권에서 더 크게 이길 기회를 제공했다. 비록 방송은 장악 당했지만 SNS와 나꼼수의 활약을 고려하면 언론환경이 더 나빴다고 보기도 어렵다.

10년의 세월이 흐르긴 했지만 높아진 평균수명을 고려하면 20대 유권자가 새로 유입된 것 외에는 유권자 구성도 크게 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고령화를 감안하면 2040 유권자 비율이 50대 이상에 비해 8% 감소했기에 2002년에 비해 경제적 진보의제에 더 유리한 환경도 아니었다. 따라서 좌우진영이 정면으로 승부해서는 어차피 이길 수 없는 구조였다. 2002년 노무현의 선거전략을 벤치마킹해 우회적으로 이겨야 했다.

필자는 지난 4.11총선과 마찬가지로 이번 대선의 패배원인은 크게 두 가지라고 본다. 하나는 유권자와 동떨어진 진보담론과 정책이고, 다른 하나는 '조중동 프레임'에 의한 분열작전이 먹혔다고 본다. 진보담론의 문제를 이번에 다루고 '조중동 프레임'은 다음 글에서 다루겠다.

2002년에 노무현의 승리 원인을 분석하면 이번 대선의 패배원인 진단도 가능해진다. 노무현은 '새정치 대 낡은정치'의 선거구도를 만듦으로써 진보진영이 유리한 곳에 전선을 쳤다. 정치가 쟁점이 되면 깨끗하고 민주화의 유산을 지닌 진보진영에 유리하고, 경제가 쟁점이 되면 유권자는 부도덕성에 눈감으며 산업화의 유산을 지닌 보수진영을 지지하게 된다. 진보진영은 경제적 업적을 아직 보여준 게 없기 때문이다. 민주정부 10년이 복지를 처음 도입한 업적은 있지만 진보진영 스스로 신자유주의라고 폄훼해버렸으니 어떤 국민이 인정을 해주겠는가.

노무현은 경상도에서의 약세를 수도권과 젊은층에서 만회했고 행정수도이전 공약으로 보수적인 충청표를 잡았다. 그러나 정몽준과 단일화를 하고도 겨우 50만표 이겼다. 당시엔 방송도 이회창에게 줄을 선 상태라 TV토론을 제외하곤 노무현에게 그리 유리하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선거의제를 주도하던 조중동이 만든 나쁜 언론환경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은 튀는 설화로 끊임없이 판을 흔들었다.

선관위와 언론의 편파보도에 항의 제대로 한번 하지 않고 얌전히 선거를 치른 2012년의 민주당은 노무현과 대비된다. 오히려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에 맞서 판을 흔들 줄 아는 이해찬을 사퇴시킴으로써 전략의 공백을 가져왔다. 이는 올 대선의 결정적 패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적 이론에 무지한 진보담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서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이뤄내겠습니다"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노무현은 진보의제를 정면에 내걸지 않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대통령 당선 후에도 조중동과 타협을 거부하고 진보 정체성은 분명히 했지만 외교, 경제정책에 있어선 중도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했다.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를 더 강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안한 것이 아니라 산업화의 신화를 믿는 우리 국민들의 성향이 보수일변도이기 때문에 못한 것이다. 우리나라엔 서구와 같은 계급투표도 없고, 분단과 레드컴플렉스로 인한 낮은 노동조합가입률, 지역주의로 인한 정당의 미발달, 지속적인 높은 경제성장 등으로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낮다. 이런 말을 할 때마다 진보지식인은 내가 국민을 무시한다며 공격하는데 진보지식인이야말로 국민들이 자신들처럼 생각해야 정상이라는 엘리티즘에 빠져있는 건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반면 새누리당은 민간인사찰이 발각되어도 부정선거현장이 적발되어도 사과하는 법이 없다. 오히려 '참여정부도 민간인 사찰을 했다' '네거티브를 용서하지 않겠다'며 역공을 취해 물타기를 했다. 홍보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단연 새누리당의 전략이 우월하다. 문재인은 사실이 아닌 호남홀대론, 참여정부실패론 등을 사실로 인정해 실점한 반면, 새누리당은 부정선거 사실도 사실이 아닌 것처럼 강하게 반발해 지지층 교란을 막았다.

진보진영의 문제는 진보적 신념에만 투철할 뿐 투표행태나 홍보전략에 대한 과학적 이론엔 무지하다는 점이다. 복지와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걸면 수혜계층인 서민들이 진보진영을 지지해줄 거라 생각하는데 이는 이론과 거리가 멀다. 80-90%의 지지자들은 정당정체성에 투표한다. 중도층 중 정치의식이 부족한 일부는 더 센 쪽에 편승하거나 기권한다. 중도층 중 일부만 정책을 보고 투표하는데 이들이 선거결과를 좌우한다. 2007년 대선은 정당의 정체성이 없어 패배했다면, 2012년 총선과 대선은 중도층을 공략할 정책이 없어 패배했다.

정체성은 선명하게, 정책은 중도실용적이어야 승리

따라서 선거전략은 정체성을 강화해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중도층은 실용정책으로 공략해야 한다. 이것이 정체성과 정책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이다. 노무현은 임기 중에도 뚜렷한 정체성과 실용적인 정책으로 양동작전을 펼쳤다.

중도 확장성이 있었던 안철수후보가 단일화과정에서 사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정체성이 뚜렷했던 문재인을 이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초기엔 안철수를 업그레이드된 노무현으로 생각하고 열광했지만 정체성에 대한 회의가 생기면서 문재인으로 지지를 갈아탔다. 반면 끝까지 안철수 지지로 남았던 사람은 정치에 대해 신념이 강하지 않은 20대와 중도층이다. 사람은 정치적 이해가 높아지면 양극화현상을 보여 신념이 강해진다.

문재인은 정체성도 뚜렷하고 정책도 좌파였다면, 안철수는 정체성도 모호하고 정책도 중도였다. 이번 대선의 필승전략은 문재인의 정체성과 안철수의 중도실용정책을 결합하는 것이었다. 둘을 합쳐야 비로소 노무현의 전략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정체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니 문재인이 단일후보가 되는 게 자연스러운 결과였다고 본다. 단일화이후 문재인은 안철수의 일부 공약을 받아들여 중도층 공략에 나섰어야 했다.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유세에서 대학생들이 박 후보의 반값등록금 공약을 규탄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특히 50대에게 거부감이 심했던 문 캠프의 대표정책은 반값등록금과 의료비 백만원 상한제였다. 아무리 증세를 안한다고 해도 증세 없이는 불가능한 정책이란 걸 유권자는 본능적으로 안다.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은 중상층 주부의 불만을 샀다. 유권자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연구한 것이 아니라 캠프가 옳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선거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걸 주는 쪽이 이긴다. 신념이 과학을 앞서면 패배를 감수해야 한다. 승리를 원한다면 신념과 유권자가 원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무상급식이 2010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승리에 부분적으로 도움이 되었던 건 돈도 별로 안들고 아이들을 위한 가치쟁점이기 때문이다. 성인복지를 보편적 복지로 접근하는 건 복지국가의 경험이 없는 50대에겐 이념적으로 보일 뿐이다. 50대를 위한 생활공약이 없었던 게 아니라 좌파적이었기 때문에 거부당한 것이다. 의료비 백만원 상한제는 개인이 이익을 볼수록 공동체에 해를 주기 때문에 정책학적으로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

여론을 잘 읽었던 새누리당은 이미 중간으로 좌클릭했다. 이와 차별화를 위해 민주당이 더 좌클릭하니 중도층 대중 정서와 벗어난 것이다. 지난 총선에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평균이념점수는 5.3(5.5평균)인데 새누리당의원의 경제분야 평균이념점수는 4.41, 민주당은 2.13, 진보당은 0.92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진보지식인은 민주당이 더 좌클릭하지 못해 패배했다고 주장했었다.

경제가 쟁점화되면 어차피 민주당에게 불리하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반값등록금정책을 지키지 않은 과오가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반값등록금을 우선 국공립대에 실시하고 재정상태를 봐가면서 사립대에 점차 확산하겠다는 안철수후보의 정책을 도입했다면 훨씬 더 신뢰를 줬을 것이다. 단일화 시너지를 정책의 실용화로 이뤄냈어야 하는데 문캠프의 선명한 좌파정책은 중도층의 외면을 받았다.

우리 국민이 복지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게 되었다 해도 무상의료, 무상교육과 같은 보편적 복지에는 여전히 거부감이 많다. 무엇보다 복지의 수혜계층인 저소득층은 언제나 새누리당의 충실한 지지자들이다. 민주당의 견고한 지지자는 중산층이다. 정책투표를 통해 양당을 오가며 투표하는 유권자는 중상층(월소득 400-700만원)인데 이들 다수는 정의와 민주주의에는 찬성하지만 자신들의 이익을 위협하는 증세에는 반대한다.

2010지방선거는 물론이고 4.11총선에서도 중상층이 손을 들어주는 쪽이 선거에 승리했다. 이번에 20대가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이유도 문화적 진보성 때문이지 구좌파정책 때문은 아니다. 그들이 문재인보다는 안철수를 지지하는 이유이다. 그나마 20대가 MB에 대한 심판으로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앞으로는 민주당의 구좌파정책이 자유주의적이고 탈물질주의적인 20대에게도 호소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다.

'진보'가 좌파의 전유물인 것처럼 말하지만 그들은 엄밀해 말해 '구좌파'이다. 구좌파는 여전히 평등과 획일을 강조하는 집단주의적이며 노동을 핵심가치로 삼는다. 민주당의 강령에 노동권,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 등을 못박고 진보 정체성은 강화해야 하지만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철저히 실용적이고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노무현·박원순의 신좌파노선 배워야

노무현은 20세기 구좌파 시대를 이미 건너 뛴 신좌파였다. 신좌파는 개인주의적이고 민주주의, 인권, 생태 등 21세기 진보의제에 관심을 갖는다. 신좌파는 결과의 평등보다는 자율과 선택, 참여와 같은 과정을 더 중시한다. 신좌파는 나라의 발전은 국민이 생각하는 만큼 간다는 노대통령의 발언에 잘 드러난다. 평등과 획일성을 강조하는 구좌파적 이념이 21세기 정보통신시대의 한국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겠는가.

이런 식의 구좌파 진보담론이 4.11총선과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할 수 없는 선거를 패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4.11총선에서 한 번 실패한 것으로 밝혀진 반값등록금과 정권심판론을 또 들고 나온 민주당의 어리석음은 전적으로 완고한 구좌파 진보담론 때문이라고 본다. 사람을 5년간 설득해서 복지국가를 원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은 신념일 뿐이다. 과학적으론 불가능하다.

민주당은 이번 패배를 교훈 삼아 신좌파담론과 정책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부탁한다. 대표적인 신좌파 정치인은 노무현과 박원순이다. 공저 <아이를 살리는 교육>에 신좌파를 구현하는 정책의 일례로 신제도주의적 시각에서 수립한 교육정책이 수록되어 있다. 미래의 정책 개발을 위해 민주당이 참고해주길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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