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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패율, 비례대표 의석수 증가와 맞바꿔라
무조건 반대보다 조건부 찬성을 역제안 하는 게 바람직 할 수 있다
조기숙 | 2012-02-07 17:46:0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요즘 이중출마를 허용하고 지역구 낙선자의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의원으로 구제가 가능한 일본식 석패율제의 도입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논란 중에는 감정적인 반대도 있고 오해도 있어 이번 기회에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대안을 살펴보고 이와 관련된 석패율제의 도입에 대한 필자의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본 원고는 곧 발간하게 될 공저의 일부로서 큰 수정 없이 그대로 게재하고자 하니 독자의 양해를 바란다.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가 길어서 부담이 되는 독자는 맨 뒷부분 석패율에 대한 논의만 참고하기 바란다.


현행 우리의 선거제도가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 소선거구 다수제 중심의 현 제도가 국민의 의사를 정직하게 의석으로 전환시키지 못해 민주주의와 대의제의 위기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지역정당을 강화함으로써 정당의 실패를 초래했다는 점에서는 대체로 합의가 존재한다. 그러나 개혁의 방향에 대해서는 각 진영 내에서도 이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혁의 대안은 크게 네 가지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각 대안의 장단점을 비교함으로써 필자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대안을 제시하고 이에 비추어 석패율제 도입의 타당성에 대해 검토할 것이다.

첫 번째 대안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이재오 의원이나 민주당 원로들이 선호하는 1) 중대선거구제와 다수제의 결합이다. 또 다른 대안은 그동안 시민사회에서 논의되었던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를 결합한 2) 일본식 혹은 3) 독일식 제도이다. 이 밖에도 유럽 각국이 채택하고 있는 4) 전면적 비례대표제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대안은 유신정권 때 1구 2인을 선출하는 선거제도로서 세계적인 추세로 보나 민주주의와 대의의 원칙에서 보더라도 시대착오적인 제도이다. 이명박 대통령 측에서 이 제도를 선호하는 이유는 19대 총선에서 박근혜계로부터 공천을 받기 어려울 거라는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다. 선거제도 개혁이 어려워지자 친이계인 나경원 의원과 한나라당의 수도권 개혁성향의원들이 국민참여경선이라는 제도를 들고 나오게 된 것도 공천에 대한 두려움이 근본원인이다. 만일 박근혜 의원의 지휘로 19대 총선을 치르게 된다면 박 의원은 그동안 자신의 씽크탱크를 운영해온 신인 전문가들에게 공천을 줌으로써 대거 물갈이를 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비교적 인지도가 높은 현직의원의 경우에는 국민참여경선이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에 이 방법을 선호할 것이다. 이 점에서 친이계 현직의원과 수도권 개혁의원 사이에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첫 번째 대안은 순수한 정치발전의 차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친이계의 권력연장 계산에서 나온 꼼수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 목표가 순수하지 못하다 하더라도 이들이 제안하는 선거제도가 정치발전에 기여하면 받아들이는 게 옳다. 하지만, 그 정치적 결과는 과거 일본이나 현 대만에서 목격했듯이 정당보다는 사적 조직과 금권선거가 횡행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 많은 선행연구에서 이미 밝혀진 바 있다.

통합민주당의 일부 중진의원은 중대선거구제가 되면 영남에서 현재 2등 했던 민주당이 제도 개혁 후에도 2등 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 현재는 한나라당이 한 지역구에서 한 명만 출마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2등을 하지만, 중대선거구제가 되면 한나라당에서 2명 이상 출마할 것이므로 민주당은 3등 이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만일 한 지역구에서 4-5명을 뽑는다 해도 조직과 돈이 있는 한나라당 후보가 대부분 독식할 것이므로 정당보다는 후보의 조직이 더 중요하게 될 것이다. 물론 첫 선거에서는 과거제도의 관성이 남아 있어 한두 명의 민주당후보가 동반당선 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선거제도는 장기적으로는 한나라당의 분당을 가져와 민주당이 2등으로 동반당선될 가능성은 많지 않다.

개혁의 대안을 선택할 때에는 개혁으로 얻을 수 있는 득과 실을 따져보아야 한다. 지역정당구도를 얼마나 완화시킬지에 대한 득은 확실히 보이지 않는데 비해, 후보의 사조직이 정당정치를 능가하는 정치퇴행이 가져올 실은 확실하다. 따라서 과거 일본에서 실패한 중대선거구제를 우리의 개혁안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하다. 다른 나라의 예에서 살펴보았듯이 선거제도가 변경되면 유권자의 투표행위와 후보자의 전략도 변하게 되어 있다. 지금의 조건으로부터 미래를 유추하는 건 오류이다. 미래 예측을 위해 필요한 것이 선거제도가 초래할 정당제도의 형태를 이론화한 듀베르제의 법칙과 같은 이론이다. 아무리 지역주의 극복이 중요한 문제라 해도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시급한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민주주의 원칙 하에서 선거제도의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보기에 첫 번째 안은 폐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대안은 일본식과 독일식으로의 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제도는 소선거구 다수제와 비례대표제를 양립시키지만 <표 1>에 정리되었듯이 의석배분 방법에서 양 제도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일본식은 소선거구 다수제가 기본이라면 독일식은 비례대표 정당명부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독일식은 일본식보다 소수 정당에 유리하고 다수당을 가져오는 경향이 있으며, 일본식은 양당 중심의 다당제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일본식은 독일식을 모형으로 하였지만 여러 가지 점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가장 중요한 차이는 지역구와 비례대표제가 별도로 운영되는 병립식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정당득표와는 별도로 지역구 의석이 배정되고 이에 덧붙여 정당득표에 따른 비례대표 의석이 배정되기 때문에 지역주의가 심한 지역구에서 유리한 정당이 비례대표제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지역구와 정당투표가 별개로 작동되기 때문에 의석배분이 복잡하지 않고 현재 우리의 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아 친화력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역구에서는 여전히 기존 양대 정당의 영향력이 강할 것이므로 군소정당들이 이 제도의 도입에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양대 정당에게는 헌법 개정 없이 수용하기에 가장 용이한 대안이라고 생각된다.

반면 독일식은 유권자의 의사를 정확히 의석으로 전환시키는 정직한 제도이므로 다당제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독일식 선거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군소정당에 유리하고 정당의 정체성이 뚜렷해지면서 정당의 발전에 기여할 여지는 매우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처럼 지역주의가 심한 지역에서는 매우 많은 양(많게는 50석 이상)의 초과의석을 발생시키며 위헌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행 의석수가 299석인 이유는 200석 이상이라고 규정한 헌법에 기인하는데 300석 이상을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학자들 때문이다. 하지만 인구 대비 우리의 국회의원 의석수는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작은 편에 속한다. 의원 수가 늘어나면 의원의 특권은 그만큼 줄고 의원 간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에 정치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초과의석에 대한 합의만 받아들여진다면 독일식을 수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독일식 제도가 도입될 경우 몇 가지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첫째, 지역구 선거에서 여러 개의 정당으로 표가 분산됨으로써 과반수에 못 미치는 표로 당선자가 결정되는 사례가 대거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대표의 위기를 가져올 수도 있다.

둘째는 지역구에서 표의 분산으로 특정진영에 불리할 수 있다. 거대한 수구 기득권 세력과 맞서야 하는 진보진영의 경우에는 진보의 분열로 지역구 선거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따라서 독일식 제도를 도입할 경우에는 지역구 선거에서 반드시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셋째, 결선투표제, 비례대표제 도입은 필연적으로 심한 다당제를 가져오고 이 제도와 대통령제라는 권력구조와의 조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다당제는 정당연합을 가능케 하는 내각제와 결합될 때 민주주의 공고화가 성공한다는 기존 연구결과에 비추어 볼 때 다당제와 대통령제의 결합이 가져오게 될 정치불안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다당제 하에서 대통령 결선 투표가 없을 때 유권자 30%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의 탄생이 벌어진다면 대표의 위기가 큰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헌법을 개정하여 대통령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이 문제는 다른 장에서 다루겠지만 개헌은 국민적 합의를 위한 혼란을 고려한다면 얻는 것에 비해 잃는 것이 더 많은 정치적 게임일 수 있다.

넷째, 최근 독일에서는 선거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데 ‘정당득표와 의석전환의 역전’이 나타나는 ‘부정적 득표 비중’이라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이다. 2008년 독일 연방법원은 이에 대한 위헌결정을 내리고 선거법 개정을 명령한 바 있다. 이 제도를 보정하는 가운데 몇 석의 추가의석이 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독일식 제도는 계산의 복잡함, 초과의석 발생, ‘부정적 득표 비중’의 모순 등으로 인해 국민의 공감대를 이루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끝으로 선거제도 개혁의 대안으로 고려해볼 제도는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는 대선거구 비례대표제라고 할 수 있다. 여러 개의 정당이 난립하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비례성이 가장 높은 제도이다. 정당의 정책, 이념이 가장 발달되기에 좋은 혁신적인 대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제도의 도입은 역사적으로 우리 국민에게 익숙한 소선거구 다수제를 폐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대표의 원리에서 대응성이 간과됨으로써 유권자와 국회의원의 거리가 멀어지는 단점이 있다. 또한, 지역적으로 기반을 갖는 현역의원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며, 특히 정당지도부의 힘을 강화시켜줌으로써 유권자와 거리가 먼 정당이 탄생할 수도 있다.

모든 대안을 감안했을 때 초과의석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있다면 독일식 제도의 도입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그러한 합의가 불가능하다면 일본식이 현실적으로 도입 가능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현 우리의 제도에서 비례대표의원 수를 늘리는 정도의 개혁으로 제 정당의 합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국회의원 선거 소선거구 지역구에서는 물론이고 대통령선거에서 결선투표제가 도입되지 않는 한 수많은 정당의 난립은 대통령중심제와 조화를 이루기 어려워 정정불안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식이나 일본식 제도의 또 다른 장점은 지역주의가 심한 지역에서도 비례대표제로 반드시 그 권역의 득표율만큼 의석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지역정당이 한국정치의 고질적 병폐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이를 극복하는 선거제도의 도입은 매우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때, 만일 일본식이 도입될 경우에는 지역구 패배자를 비례대표에서 구제할 수 있는 석패율의 도입은 취지에 맞지 않는다. 이중 출마가 독일제도에 도입된 건 기본적으로 비례대표가 우선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그러나 지역구와 비례대표가 별개로 운영되는 일본식 제도에서 석패율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지역구에서 낙마한 반개혁적인 다선의원을 구제하는 방법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고 일본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다.

그러나 일본식이라 할지라도 석패율제를 제한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합의가 있고 그 합의를 지킨다면 일본식 제도에서도 석패율제를 통해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은 존재한다. 가령, 특정 정당이 지역적으로 열세인 지역에서만 이중출마를 허용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의 운용에 들어가면 정당이 석패율제를 합리적으로 운용하리라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여전히 논란의 불씨를 남긴다. 가령, 김부겸 의원이 대구출마를 하면서 비례명부에 이중등록이 허용되면 지역구에서 패배해도 정당명부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다. 수도권에서 당선이 어려워진 한나라당 모 의원이 비례명부에 이중등록을 해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다. 다선의원 중 누가 구태이고 누가 석패율로 구제되어야 하는지를 정당에서 판단하는 건 쉽지 않다. 결국엔 제도가 악용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유권자를 믿고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가령, 지역구에서 패배할 구태 의원이라면 석패율에 의해 살아남을 가능성도 별로 없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는 것이다. 그런 의원을 비례대표 명부에 게재한다면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 정당득표율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석패율 그 자체는 나쁜 제도가 아니다. 잘만 활용되면 현재보다는 나은 개혁적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현재 비례대표제에서도 각 정당은 열세지역 후보에게 의석을 1-4석 정도 배분해오고 있다. 그 배분이 정당의 보스에 의해 정해지는 게 아니라 지역구 유권자의 투표에 따라 순위가 결정되는 석패율제는 합리적인 측면도 있다. 군소정당이라 하더라도 석패율로 인해 무조건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가령 이정희, 유시민, 심상정, 노회찬이 지역구에서 출마했다 모두 패배한다면 이들에게 이중등록을 허용한 다음 최소 2인을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의원으로 구제할 가능성이 있다. 이중등록을 허용하면 지역구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있는데 비례대표 당선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석패율에 따라 구제되는 것이므로 지역구에서도 사력을 다할 이유는 얼마든지 존재한다.

신진보다는 다선의원에게 유리한 이유는 그들의 인지도가 높아 지역구에서 선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그런 이유로 석패율에 부정적인 정당은 정당명부에 이중등록을 허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다른 정당의 도입을 막을 이유까지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에는 현재 비례대표의석이 너무 적고, 정당지도부의 운영을 믿지 못하는 국민의 불신을 극복하는 것이 과제이다. 따라서 통합진보당은 석패율제를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이 기회에 독일식 선거제도의 도입(혹은 비례대표의석수 증가)을 조건으로 석패율제 찬성을 역제안하는 게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06&table=gs_cho&ui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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