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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당하지 않고, 지배하지 않고 ①
『화산도』의 작가 김석범 선생 인터뷰 기사입니다
김종익 | 2019-07-03 08:19:4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제주 4·3’의 진실을 향한 불굴의 투쟁, 허구로 현실을 기록해 온 43년, 『화산도』의 작가 김석범 선생이 『화산도』의 후편인 「해저에서海の底から」에서의 연재(2016. 10월~2019. 04월. 『世界』)를 끝내고 한 인터뷰 기사입니다.

작가의 말 가운데 “『화산도』에서 묘사한 역사 인식은, 현재 한국 역사가들의 인식보다도 선행” “해방 공간의 해방은 이제부터 커다란 과제”라는 말에 움찔하게 된다. 더욱이 “한국에서도 4·3 사건을 쓴 작가들은 있어요. 그 가운데 걸작도 있지만, 저에게 말하라고 하면, 김빠진 것이 많다”는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90대 중반의 연세에 여전히 벼리를 쥔 채 “지배당하지 않고, 지배하지 않는” 공동체를 꿈꾸는, 43년간 응축된 비명 같기도 하고, 호소 같기도 하고, 예언 같기도 한 작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이 번역글은 분량이 길어 3편에 나누어 게재합니다 - 역자 주

지배당하지 않고, 지배하지 않고

인터뷰어
세키 마사노리關正則

인터뷰이
김석범

□ 43년에 걸쳐서 쓴 소설

- 2016년 10월부터 『세카이』에서 연재가 시작되었던 『해저에서』가, 올해 4월호로 24회의 연재를 끝내고, 완결했습니다. 김 선생이 『文學界』(文藝春秋)에서 『화산도』 연재를, 「해소海嘯」라는 제목으로 시작하신 것이 1976년 2월이니까, 실로 43년에 걸쳐 이어서 쓴 이야기가 종결되었다는 게 됩니다. 하나의 소설이 이토록 오래 계속 쓰인 것 자체가, 세계에서도 드물지 않을까 합니다. 연재를 마친 지금 기분은 어떠하신가요.

김석범
상당히 어렵네요(웃음).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까지 장편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문학계』에 연재한 제1부는 현지에 가지 않고,  - 당시는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 연재를 시작했었어요. 제2부를 쓰고 나서 몇 년에 지난 1988년 11월에, 42년 만에 제주도를 방문했어요. 그때, 22일간 머물렀는데, 바로 그때만 연재를 한 번 쉬었는데, 그것 이상은 한 번도 쉰 적이 없어요. 『화산도』의 종반을 쓴 때는 이미 1960년대였는데, 완결은 1997년, 일흔두 살 때였어요.

『화산도』에서는, 이방근의 죽음으로 이야기가 끝났었지요. 하지만 이방근은, 남승지와 이방근의 동생인 유원의 내면에 유언처럼 살아 있는 거예요. 죽은 자의 비애와 고통이 산 자의 내면에서 신체적으로 공유되고, 그렇게 되어 비로소 “죽은 자가 산 자 안에 사는” 것이 시작되는 거지요. 그 죽음의 의미를 묻는 것에서 시작되는 겁니다.

이방근은 남승지가 제주도를 떠날 때에, 조천 부두에서, 여동생 유원을 만나라고 명하는 데요, 남승지는 그것을 거부합니다. 자신이 함께 했던 앞으로 수용소에서 살해되어 갈 인간들을 뒤로 하고, 어떻게 섬을 빠져 나갈 것인가, 라며 거부하는 거지요. 그 후, 일본에 온 후에도, 남승지는 자신은 유원에 대해 관계를 끊으려고 합니다. 그 후, 남승지는 고베에서 다른 여성과 관계가 생기고, 유원과 완전히 거리를 둔 것이지만, 실제로는 그렇게는 되지 않았습니다.

이방근이 죽은 날 밤, 두 사람은 꿈을 꾸어요. 이 의미를, 남승지는 다시 한 번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어요. 단순히 이방근의 유지를 실천으로 잇는다는 것이라면, 그것은 한대용이 하고 있는 거지요. 그러나 남승지는 심신이 모두 상하여, 무거운 짐을 지고 있어, 거기까지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이방근의 유지가 꿈이라는 형태로 고해졌던 거지요.

물론, 이것은 소설 속의 에피소드이지만, 꿈이라는 것은 이상한 것이어서,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있어나는 거지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가 죽을 때, 육친과 친한 사람이 그 것을 받아서 느끼는 일이 있어요. 이방근이 자살했을 때의 내면에 대해서는, 소설에서 묘사는 하지 않았지만, 그가 죽을 때, 남승지와 유원에게 열망을 전하고 있었어요. 그의 내면에서 두 사람은 일체인 것이었고요. 그 마음이, 남승지와 유원이라는 두 사람한테, 두 개로 갈라진 꿈으로 전해졌던 거지요. 이것은 말하자면 이방근의 혼이 두 사람에게 각각 들어갔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남승지와 유원이 멀어져도, 멀어져도, 다시 이끌리는 것은, 두 개로 나뉜 이방근의 혼이 각각을 찾아서 끌어간다는 것이기도 한 것이지요. 숙명적으로 함께 해야 할 두 사람이었어요. 이제 겨우 두 사람은 다시 만나려고 하고 있어요. 만나면, 이번에야말로 잘못되는 일은 없겠지요.

이것을, 단순한 소설상의 픽션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아요. 저는, 사람의 열망이 강렬한 텔레파시처럼 인간의 심층에 있는 무의식에 작용하는 일은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이 이야기는 그야말로 꿈 이야기로 끝나 버립니다. 두 개로 나뉜 이방근의 혼이, 남승지와 유원의 내면에 살며, 그의 생각과 유지가 다시 구현되었던 거지요. 이 점은, 단행본 출판에 즈음하여, 좀 더 잘 정리해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의 숙제지요.

□ 바다 밑바닥에 수장된 남녀

- 『해저에서』라는 제목은, 4·3 사건으로 학살되어 사라봉 앞바다에 침몰된 사람들에 관한 것을 생각하고 붙인 것인가요?

김석범
이번 연재가 끝난 후 며칠 동안, 저는 매우 기분이 나빠졌어요. 왜냐하면, 제주도 앞바다 위에서 살해된 500명의 이미지가 뇌리에 반복해 떠오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견딜 수 없었어요.

500명의 인간들이, 벌거벗겨져, 달밤에 사형을 당하기 위해 옮겨졌어요. 비밀리에 행하기 위해 불을 켤 수 없었기 때문에, 달밤에 옮겼던 거지요. 벌거벗겨진 남녀 500명인 그들이 트럭으로 옮겨지고, 배에 실려, 살해되어, 바다에 침몰되었어요. 나치 경우는, 벌거벗게 하여 바로 가스실에서 죽여 버렸어요. 하지만 그들 경우는, 어디로 실려 가는지 몰랐어요. 이유도 몰랐어요. 트럭이 도착한 곳이 항구로, 몸에 무거운 돌을 달고 배에 실렸어요.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면 할수록, 기분이 안 좋아요. 연재를 끝낸 후에도, 그 이미지가 계속 남아 있어서, 상태가 나빠져 버린 거지요.

소설에는, 물론 제가 상상해서 써넣은 부분도 있지만, 그때 대량 학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정말 두렵고, 난폭한 짓이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정말 생각하면 할수록 분노로 상태가 나빠져요. 소설 속에 동백꽃 장면을 넣은 것이 치유가 되었어요. 동백은 제주도 도화이며, 게릴라를 상징하는 꽃이에요. 자족적 위안에 지나지 않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 자신의 정신적 균형을 유지할 수 없었어요. 이 학살에 관해 처음 쓴 것은, 제가 지금보다 훨씬 젊은 시절이었는데, 저는 지금부터 다시 한 번, 이것을 써야한다는 마음이 일고 있어요.

제주도에서는 지금도, 이 해상에서의 학살 사실을 ‘수장’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어요. 이 말로는 마치 학살자가 바다 위에서 장례식을 해 주었던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요. 이상한 일이예요.

저의 최초 작품인 『까마귀의 죽음』(1957년)은, 그 후, 한국 민주화 직후인 1988년에 서울에서 번역 출판되었는데, 그 후, 제주도의 출판사에서 복간되었을 때, ‘수장’따위라는 게 아니라 해상 학살이었다, 그렇게 고치고 싶다고 했었어요.

이렇게 말 하나를 가지고 보아도, 아직까지 학살자들이 사용했던 말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어요. 살아남은 증언자들조차 ‘500명 수장’이라고 해요. 그래서는 안 됩니다. 그건 500명이라는 대량 학살이에요.

한국은, 이 반세기 동안, 권력에 길들여져 온 역사가 있으며, 복종의 버릇이 완전히 박혀 있어요. 마음에 분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그 원한으로 상대를 쓰러뜨릴 만한 힘이 없는 것이에요. 요 몇 해 사이, 김대중, 노무현 때 조금 변화가 있었지만, 이명박, 박근혜 시대로 다시 역행하고, 이번에 겨우 문재인 민주 정권이 세워져 새로운 사회 만들기로 향하고 있습니다. 역사적 과제인 진정한 과거 청산에도 몰입하고 있고요. 4·3도 그 중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 희생자들의 기억

- 『해저에서』는, 주인공인 남승지가, 제주도에서 학살을 피해 온 두 명의 ‘도망자’ 여성을, 대마도까지 맞이하러 가서 오사카로 데리고 돌아오는 장면에서 끝납니다. 이 장면은, 김 선생 자신이 스무 살 무렵에 4·3 사건을 피해서 온 피해자인 여성들과 만났던 체험에 기초한 것이지요.

김석범
1951년 이른 봄, 스물여섯 살 때 대마도로 가서, 4·3 사건을 피해서 온 사람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었어요. 너무나 충격적인 사건이었어요. 당시 저에게는 뭔가 쓰고 싶다는 심사가 있어, 거기서 만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부탁한 거지요. 지금 생각하면 철면피였다고 생각되는데요. 소설에서는, 숯막에서 만났던 여성들은, 자신들이 겪은 일을 거의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실제로는, 대마도에서 제가 이야기를 들었던 여성들은, 도망자라고 해서 벌벌 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것은 분명 있었지만, 매우 강하고 밝았었고, 자신들의 이야기도 해 주었어요.

숯막은 깜깜하고, 그녀들의 이야기하는 목소리만 들리는 듯한 상황이었어요. 그때 오두막 벽 옆에 자고 있던 다른 여성이 있었는데, 그 사람의 일을 제 오른쪽의 연상의 여성이 “저 사람은 유방이 없어요”라고 간단하게 말하는 거예요. 저는 엉겁결에 “어”하며 소리를 질렀어요. 그랬더니 “두 개 다 없어요”라고. 그러니까 성 고문으로 맨 정신 상태에서 유방을 절취당한 거예요. 나는 일순, 뭔 말인가 알 수 없었어요. 그래서 그 여성에게 “지금 이야기는 정말 사실입니까?”라고 묻자, 그녀는 “예”라고 말했어요. 낮은 목소리였지만, 별로 슬픈 듯한 모습도 아니고,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담담한 느낌으로. 깜깜한 숯막에 사람의 숨결과 해조음만 들려오고 있었어요. 말을 잃은 저에게 옆의 여성은 “그런 일을 농담으로 할 수 있을까”라며 웃었어요.  

그 후 나는 어째서 그런 일을 들은 것일까 생각하고, 두려운 듯한,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 되었어요. 다른 사람에게서도 제주도에 있었던 강제 동원 공개 사형장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언덕 위에 초등학교가 있었고, 거기가 수용소가 되어, 그 수용소에 빨치산이었던 아들의 늙은 부모가 수용되어 있었는데, 그 후 처형되었다는 목격담입니다.

그 수용소에서는, 학살된 사체를 밭에 묻었다는 겁니다. 밭에 커다란 구덩이를 파고, 살아 있는 사람들을 구덩이에 넣고, 흙을 덮어 씌워서 죽인다는 거예요. 이것은 다른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인 데, 그렇게 생매장을 한 경우, 덮인 흙으로 이루어진 산이 움직였다고 해요. 매장된 사람들이 고통스러워 버둥거리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밭이니까, 그 사체들은 그동안 썩고, 그 위에 감자나 곡물이 맺히는 거지요. 그렇게 되니 가난한 시대였으니까 농민들은 무척 기쁘고…. 그런 이야기를 대마도에서, 마치 활자를 읽는 것처럼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거예요. 저는 충격을 받았지만, 묵묵히 듣고 있었어요. 『까마귀의 죽음』 속에도, 빨치산 쪽의 스파이를 하고 있었던 정기준丁基俊이, 지프로 공개 사형장에 가는 장면이 있어요. 그것은 이 대마도에서 들은 이야기가 바탕이 되었어요. 『까마귀의 죽음』은 『화산도』의 시작 같은 작품이지요. 긴 작품을 계속 쓰는 데는, 엄청난 힘이 필요하지요. 대마도에서 들었던 이야기는, 그 원동력이 되었어요.

지금 제주 4·3의 슬로건은 「화해와 상생」이예요. 화해하고, 함께 산다. 그 말의 바탕에는 이런 체험이 있는 거예요. 제주도에서는, 4·3 사건 피해자 모임이 있어요. 어느 시기에 피해자 유족들과 경찰 조직이 화해하고, 비를 건립했어요. 그러나 저는 그러한 말은 사용하지 않아요. 당시의 일을 상상하면 강한 분노가 솟는 거예요. 나치는 유대인을 벌거벗겨 가스실에 처넣고, 그 상태에서 죽였어요. 제주도에서는 바로 죽이지 않았어요. 마치 커다란 도마 위에 살아 있는 인간들을 올려놓고 난도질하듯이, 천천히 조금씩 죽여 갔어요. 그 절규가 저에게는 들려요. 이 분노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복수를 어떻게 할까, 라는 마음이 지금도 있어요.<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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