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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북한 핵 긴장이라는 환상 - 하 ①
국제 군산정 복합체에 빌붙은 일본의 눈치 정치
김종익 | 2017-09-22 12:17:0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이 글은 일본 월간 잡지 <세카이> 7, 8월호에 게재된 글이다. 필자는 다니구치 나가요谷口長世이다. 다니구치는 1949년생으로, 유럽을 거점으로 국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벨기에 국제기자연맹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브뤼셀에 거주하고 있다. 저서로는 <NATO - 변모하는 지역 안전 보장>, <사이버 시대의 전쟁> 등이 있다.


북한용 원자력 발전 기업 중역이었던 강력한 매파 미 국방장관

얼마 전, 도널드 럼스펠트라는 미 국방장관이 있었다. 갸름한 얼굴의 벌레를 씹은 듯한 표정의 노인…이라고 하면, “아 그 남자 말인가”라며 생각해 내게 될지도 모른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와 전쟁으로 지새웠던 미 부시 정권 시절의 인물로, 이 장관은 부시 대통령과 함께 취임해 클린턴 전 정권 시절에 전개된 북한과의 융화 노선을 180도 전환하고, 북한을 “악의 축”, 대량 파괴 무기를 확산하는 “테러 국가”라고 깎아내리고, 체제 교체를 압박하는 북한 때리기라는 부시 정권 최강경파이다.

그런데 영국의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럼스펠트의 두 얼굴」이라는 2003년 5월 9일자 제목의 기사에서 이 인물의, 뜻밖의 또 하나의 ‘얼굴’을 폭로했다. 기사에 따르면 국방장관 취임 바로 전까지 비상근 이사로 10년 남짓 근무한 스웨덴 계열(당시)의 국제 대형 엔지니어링 기업 ABB(본사는 스위스 소재)가, 하필이면 북한을 상대로 경수로 2기 판매 계약을 따낸 상태였다, 고 한다. 기사는 “국방장관은, ABB사의 이사회에서 경수로의 북한 판매 안건이 의제가 되었던 기억은 없다고 한다”라는 미 국방성 보도관의 코멘트와, “이사는 북한과의 거래를 알고 있었다”라는 ABB사 보도실의 코멘트를 나란히 소개했다. 더욱이 “럼스펠트는 워싱턴에서 경수로의 북한 판매를 반대하는 강경파를 상대로 로비 활동을 했다”고 하는 익명의 동사 중역의 미 주간 종합 경제지 『포춘』과의 인터뷰도 인용했다. ABB사의 2억 달러에 이르는 북한용 경수로 2기 판매(설계·본체) 계약은 2000년까지로 체결되었다. 덧붙이자면 럼스펠트의 겸직에 불과한 ABB의 연봉은 19만 달러였다. 흥미 깊은 일로,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을 추방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라고 부르기에 이르러서도, 미 정권은 동사의 경수로 계획 유지를 위해 350만 달러의 갹출을 인정했다. 과연 ‘눈치 보기가 있었던’ 것일까 아닐까―.

이상이 영국 신문 기사의 간추린 내용이다. 당시,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ABB사 보도실에 직접 확인하자, 럼스펠트가 비상근 이사였던 사실도, 북한용 경수로 2기 판매도 깨끗이 인정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도의상 문제는 별개로 하고, 럼스펠트가 부정행위를 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ABB 원자력 발전 부문은 그 후, 영국 BNFL사에서, 미 웨스팅하우스를 거쳐, 도시바 산하로 들어온다. 북한 경수로 건설은 좌절되고, 도시바는 원자력 발전 부문으로 고초를 겪게 된다. 일본의 입장에서도 인연이 깊은 기업이다.

미 국방장관의 ‘두 얼굴’이라는 기사는, 북한 핵무기를 둘러싼 긴장의 복잡한 배경을 스스로 말해 주는 상징적인 이야기이다. 그것은 “럼스펠트는 강경파” “클린턴 정권은 온건파이고, 부시 정권은 강경파” “김정일보다 자식이 더 심한 독재자”라고 하는 판에 박은 이해로는 다 파악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배경의 존재를 생각하게 한다. 그 배경에 대해, 이 럼스펠트에 관한 이야기를 마음 한구석에 두고, 이것저것 들추면서, 일본이 취해야 할 길을 생각해 보자.


2001-2004년의 암전暗轉 ― 합의 직전이었던 북한과 미국의 교섭

북한을 둘러싼 정세는 2000년 후반, 국면 타개, 그리고 한반도를 안정으로 이끄는 기대감이 절정에 이르렀다. 이해 6월, 최초의 남북 정상 회담이 평양에서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의해 실현되고, 10월에는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최초 평양 방문이 실현되었다. 이해에는 최초로 북한의 군 수뇌의 미국 방문도 이루어졌다. 그러나 클린턴 미 대통령의 북한 방문은 세세한 마무리를 준비하고 교섭하는 가운데, 대통령 임기가 끝나 실현되지 않았다. 어쨌든 현재의 일촉즉발, 전쟁 발발의 공포마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에서 보면 꿈만 같다. 클린턴 대통령 및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북한 정책 특별 고문을 지낸 샤먼 전 미 국무차관(정치 담당)은 2001년 3월 7일, 이날 백악관에서 이루어진 부시 미 대통령과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의 한미 정상 회담과 관련해 『뉴욕타임스』에 기고, “클린턴 정권 말기에 합의 직전까지 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제조, 배치, 실험과 미사일 및 그 기술 수출 정지” 실현을 목표로 하는 외교 노력을 뒤를 이은 부시 정권이 답습하도록 촉구했다.

그러나 사태는 이 특별 고문의 기대와는 역방향으로 움직였다. 같은 날 한미 정상 회담 후 공동 기자 회견은 “솔직한 의견 교환을 했다”라는 외교상, 의견 대립을 시사하는 표현을 양쪽이 사용하는 등 어색함이 노출되어, 이 이후 사태의 암전을 암시했다.

한반도 정세에 암전이 드리운 가운데, 2001년 5월 2일, 3일 이틀 간, EU 대표단(단장 : EU 의장국 스웨덴 수상)이 북한을 처음 방문하고, 김정일 위원장과 회담했다. 회담에 임한 EU측 대표 가운데 한 명은 몇 년 후, 회담 양상을 당시의 수첩을 보면서 회상했다.

“김정일은 우리와 큰 책상을 앞에 놓고 마주해 군사, 외교, 정치 등 각 분야에 관해 고문관과 상담하지 않고 상당히 긴 시간 동안 교섭을 했습니다. 딱 한 번만 경제 분야에서 빗나간 말을 꺼내서 우리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 이외에는 폭넓고 적확하게 사정을 파악하고 있구나, 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북한의 핵무기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나 오래 지나치게 방치했다는 게, 지금 돌아보며 느끼는 겁니다.”  


고이즈미·부시의 비밀 이야기, 그리고 암전의 2002년 10월

2001년 9월 11일, 미국 동시 다발 테러 사건이 발생하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일어난다. 이른바 ‘국제 사회’에 호전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인 가운데, 북한 정세의 저주받은 2002년이 밝았다. 이해, 1월 29일 일반 교서 1) 연설에서 부시 미 대통령은 북한을 “국민을 굶주리게 놓아두고, 미사일과 대량 파괴 무기로 무장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이라고 지탄했다. 같은 해 9월 17일에는 고이즈미 수상이 평양에서 조일朝日 정상 회담을 김정일 위원장과 행한다. 이 회담에 앞서, 고이즈미 수상은 유엔 총회에 출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해 부시 대통령과 세밀히 북한 문제 준비를 협의했다. 그것은 고이즈미와 측근이 무덤까지 가지고 갈 종류의 중요한 내용일 것이다. 미일 정상의 합의는 보도의 사각에 놓인 느낌이 있으며, 그 후 사태 전개의 기점으로서 새삼 주의를 환기하고 싶다.

1) 미국 대통령이 연초에 상하 양원 합동 회의에서 발표하는 교서. 내정과 외교에 대한 기본 방침을 밝히고 의회에 그 입법을 요청한다.

그리고 10월 3일 ~ 5일, 제임스 켈리 미 국무차관보가 평양에서 북한 측과 회합하고,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계획에 대한 염려를 표명한 것에 대해, 북한 정부 고위관리가 동 계획의 존재를 인정했다. 미 국무성은 10월 16일,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계획을 인정했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러, 조미 관계는 급격하게 추락하듯이 악화하게 된다.

단, 북한은 이 공식적인 부정의 고백에 대해서는, 고의로 의미를 곡해해 받아들여졌다고 나중에 주장했다. 실제로는 어떤 교환이 있었던 걸까―. 북한 정책에 관계했던 EU 관계자는 “통역이 북한 외무차관이 한 발언의 미묘한 어감을 오해를 초래하는 형태로 번역했다고 들었다. 그것이 고의였는지, 단순한 실수였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말한다.

어쨌든 정세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11월 15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이사회가 북한에 대한 중유 공급 중단에 합의한다. 험악화에 연타를 가하듯이 이달 25일자 『뉴욕타임스』는 “원자 폭탄의 관계가 북한과 파키스탄을 연계한다. 미국은 우라늄 기술과 미사일 부분의 물물교환을 밝혀냈다”고 데이빗 생어David Sanger 기자의 특종을 게재하고, 같은 달 29일, IAEA 이사회는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계획 비난 결의를 채택한다. 여기에 대해, 12월 12일, 북한은 핵 시설 감시 카메라 제거를 시작하고, 같은 달 27일, IAEA 사찰관에게 국외 퇴거를 명했다.

해가 바뀌어 2003년 1월 10일, 북한은 NPT 탈퇴를 선언하고, 다음 달인 2월 12일, IAEA 긴급 이사회는 북한의 핵 개발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부탁하기에 이르렀다. 이해 3월 7일,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부시 대통령과 회담 후, 4월, 미국, 중국, 북한에 의한 3개국 협의가 시작되며, 7월 31일, 뉴욕에서의 조미 접촉 후, 일본, 한국, 러시아를 더한 6개국 협의 개최가 정해지며, 8월말, 베이징에서 제1회 협의가 개최되었다. 동 협의는 2008년 7월 제6회 수석대표자 회합을 마지막으로 개최되지 않고 있다. 한편, 1994년, 클린턴 정권하에서 조인된 제네바 합의(북한의 흑연 감속로 및 관련 시설 동결에 대한 보상으로, 2003년을 목표로 해 경수로 제공, 완성까지 중유를 매년 50만 톤 공급 등의 내용)에 기초해 다음 해인 1995년 창설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부시 정권의 럼스펠트 국방장관이 근무한 ABB사가 수주한 경수로 2기의 북한 건설을 행하는 국제 컨소시엄은, 2006년 5월, 경수로 사업 종료를 결정하고, 뉴욕 본부도 폐쇄하게 되었다. 그것을 확인하듯이 같은 해 10월 9일, 북한은 최초 지하 핵 실험을 행했다고 발표한다.


수십 년에 걸쳐 조성된 긴장의 구조

장장 2001년부터의 암전 경위를 더듬는 데는 이유가 있다. 본지 7월호의 ‘상’에서는, 오늘의 북한 핵 긴장 정세에 이르는 흐름을, 칸 박사와 그 벗 슬레보스의 ‘핵 암거래 시장’에 초점을 맞추어 조망했다. 그 ‘암거래 시장’이 대대적으로 국제 사회에 ‘폭로’되고, 부각되는 것은 ‘2003년 10월’이었다.

항해하는 가운데 미국 스파이 위성에 은밀히 감시를 당했던 독일 선적 ‘BBC차이나’호가 기항지 이탈리아에서 연락을 받고 대기하던 이탈리아 경찰의 현장 검사 결과, 선적 화물에서 리비아행 우라늄 농축 관련 기기 약 1,000점을 압수당했다. 움직일 수 없는 증거 앞에 리비아 지도자 가다피 대령은 핵무기 제조 계획의 포기 표명으로 내몰리고, 이것을 계기로 파키스탄의 칸 박사가 주재하는 ‘핵 암거래 시장’의 실태가 잇달아 발각된다. 다음 해인 2004년 2월, 칸 박사는 북한으로의 핵무기 제조 기술 등의 제공·수출을 전 세계를 향해 고백하고 사죄했다.

지난 호에서 실증했듯이 미국,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25년 동안, 이 부정 수출을 방치해 왔다. 그런데 왜 2003년 10월에 갑자기, 국제 사회의 면전에 새로 발견된 것처럼 부각되었던 것일까―. 지난 호에서 미루어 놓았던 수수께끼 풀이이다. 이번 회는 북한 정세를 둘러싼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자 미국 차관보에 대한 북한 측의 충격적 고백에 따라 정세가 암전하는 2002년 10월과 멋지게 호응이라도 하듯이, 다음 해 10월에 ‘핵 암거래 시장’이 국제 사회에 폭로된다. 

왜 암전의 시기 전에 ‘핵 암거래 시장’이 폭로되지 않았던 것일까―. 과거 4반세기 동안 국제 사회에 매스컴을 총동원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렇다면 오늘의 위기는 어쩌면 회피했을 것이다. 지난 호 졸문의 첫머리에 등장한 슬레보스 피고의 자택과 회사의 쓰레기통 뒤지기를 오랜 세월 했던 네덜란드 공안 수사관들은 내심, “왜 오랫동안 당국은 일당을 체포하지 않는 것일까”라고 의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 수수께끼 풀이를 2003년 2월, 뮌헨 안보 회의에 출석한 미국 군산정 복합체의 핵심 인물에 초점을 맞춰 시도해 보자.<계속>

<세카이8월호>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1001&table=ji_kim&uid=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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