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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하는 시장과 국가라는 질서, 그것으로부터의 해방 ③
김종익 | 2015-12-14 12:13:3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붕괴하는 시장과 국가라는 질서, 그것으로부터의 해방
- 새로운 가치, 새로운 삶을 추구하며 -

기존의 이론이나 사고의 틀로 해석되지 않는 일들이 만연하고 있다. 공권력의 폭력으로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농민’에게 공권력은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를 ‘폭도’로 매도하기에 여념이 없다. 누구를 위한 공권력인가.

비슷한 현상을 사회 도처에서 목격할 수 있다.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데, 누군가를 체포하겠다고 ‘조계사’ 주변은 공권력이 바다를 이루고 있다. 시간이 1980년대로 돌아간 듯하다. “호헌 철폐, 독재 타도”를 실현한 사회에 나타난 이 어처구니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글은 왜 이런 역사의 퇴행이 일어나고, 그 퇴행에 동참하는 세력에 대한,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이 전환의 시대에 제대로 된 좌표를 설정하고 실천하지 못했을 때, 역사에서 경험했듯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파시즘’이라고, 말이다. 프랑스 지방 선거에서 극우 정당이 최다 득표 정당이 되듯이 말이다. 이 번역글은 분량이 길어 3편에 나누어 게재합니다 - 역자 주

우치야마 다카시山內節
1950년생. 철학자. NPO법인·숲을 만드는 포럼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노동 과정론 노트』『자연과 인간의 철학』『생명의 장소』『반半시장 경제』『산골 마을의 낚시』 등의 저서가 있다.


‘진절머리’가 만들어 낸 새로운 생활 방식
 

그런데 ‘사회 변혁’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 지금까지 사회 이론은 틀렸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회 과학적인 이론에서는, 사회 속에 모순이 높아지고, 그 모순이 변혁을 재촉한다고 파악해 왔다. 그러나 그것은 사회의 구조적 이해에 지나지 않는다. 즉 이 파악 방법은, 왜 사람들은 사회를 바꾸려고 했던 것인가라는 변혁 주체의 의식을 인식하고 못하고 있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인간들은 몇 번인가 커다란 변혁을 위해 일어났다. 그런데 그 시기는, 반드시 사회의 모순이 최고조에 달했던 때도 아니다. 모순이 고조되고 있는 데 커다란 변혁이 일어나지 않는 때도 있고, 거꾸로, 상대적으로는 그때까지 보다도 모순이 깊었다고 생각할 수 없는 데 개혁 운동이 확산된 때도 있다. 다시 말하면, 그때 개혁을 위해 행동했던 사람들이 모순의 한복판에 있었던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모순에서 벗어나 있던 사람들이 전면에 나온 일이, 예외는 아니게 발생하고 있다. 마르크스의 시대를 보아도, 일부 귀족이나 부르주아지가 투쟁의 선두에 서거나, 비교적 안정된 기반을 가지고 있던 장인이나 당시의 지식층 사람들이 다수 참가했다. 

구조적 모순의 문제와 변혁 주체의 형성과는, 반드시 조화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무엇이 변혁으로의 동기가 되고 있었던 것일까. 나는 그것은 ‘진절머리가 나다’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질서하에서의 삶의 방식에 싫증이 난 사람들, 그 사람들이 새로운 삶의 방식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를 만들려고 했다. 

인간의 의식은, 반드시 과학적 근거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철학은 그 의식을 파악하려고, 지금까지도 직감直感, 직관이든가, 심층 의식, 기층 의식, 절대 정신, 자아 등등 다양한 용어를 사용해 왔지만, 그렇게 느끼기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할 수밖에 없는 용어가, 의식의 심층에는 존재한다.

변혁의 동기도 마찬가지이다. 말로 하자면, 이 상태에 싫증이 났기 때문에 새로운 삶의 방식을 가능케 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그렇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형태로, 인간들은 때로 변혁을 추구한다. 그리고 그 시대를 나중에 분석하면, 어떤 종류의 모순이 고양되어 그것을 재촉했다고 고찰할 수 있다.

오늘 이 시대에는, 지금까지의 질서하에서의 삶의 방식에 질린 사람들이, 대량으로 생겨나고 있다. 그래서 예를 들면, 비정규직 문제에서도, 비정규직이 늘었기 때문에 운동이 확대된다는 것은 아니다. 대량의 비정규직을 만들어 내면서 전개되는 사회하에서의 삶의 방식에 질린 사람들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기 시작했을 때, 그것이 새로운 활동이나 시도를 만들어 낸다.

예를 들면 지금 지방에 가면, 어디에 가더라도 대도시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 대부분은 젊은이들이지만, 자신들이 꿈꾸었던 일을 창조하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과 지역 출신의 사람들이 서로 연계하고 있는 곳에서는, 새로운 지역의 활기도 생겨나기 시작하고 있지만, 그 이주자들은 도시에서 일자리가 없었기 때문에 지방으로 흘러 온 것은 아니다. 도시에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주해 왔다. 무엇 때문일까.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의 방식을 만들어 내려고 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연과 상호 결합한 삶의 방식이거나, 공동체와 함께 사는 삶의 방식과 농촌, 산촌, 어촌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가능한 창조적인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농촌에 디자인 공방을 연다든가, 농촌을 기반으로 한 도시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사람들도 다수 눈에 띄고 있다. 

그리고 반反안보법제의 동향 속에서도, 젊은이들을 응원하는 형태로 참가해 오는, 특히 모순을 떠안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 사람들도 지금의 질서하에서의 삶의 방식에는 진절머리를 치고 있었던 것이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돌이킬 수 없게 생겨난다.
 

그것은 세계적인 동향이라고 해도 괜찮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은 시장 경제나 국민 국가, 개인의 사회로서의 시민 사회라는 근대 이후의 구조가 한계를 보이기 시작한 시대이며, 이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일에 질린 사람들, 한계를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시대에는, 지금까지의 질서를 유지하려고 하는 사람들도 또한 강고하게 결집한다. 그 사람들이 일본에서는 조용한 정권 지지 세력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때로는 지금까지의 형태를 견지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 의한 이익 공동체가 형성된다. 어쩌면 오늘의 EU 등에서 일어나고 있듯이, EU 지역에서 외국인 배척 운동이 확산되기도 하고, 자국의 이익에 몰두하는 사람들도 생겨난다. 그 근저에 있는 것은 변화에 대한 공포이기 때문에, 변혁으로의 움직임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것을 거부하려고 하는 움직임도 강고해 지는 것이다. 

게다가 현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퇴폐적인 전개를 불러일으키는 일도 일어날 것이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제국주의 시대에 만들어진 형태를 바꾸어 가고 싶다는 그 자체는 정당한 의식이, 현실에서는 IS를 만들어 내는 것 같은 일도 발생한다. 그리고 우리 역사는, 사회 개혁 운동이 파시즘으로의 결집을 초래한 시대도 경험하고 있다. 

사람들이 변혁을 추구하기 시작하는 시대에는, 여러 가지 동향이 혼란스럽게 전개된다. 그러나 오늘의 일본의 변혁 동향을 보면, 하나의 방향성이 생겨나는 중이라고 느껴진다.

그것은 한 마디로 말하면, ‘함께 살아가는 사회’, ‘함께 살아가는 경제’를 만들어 내려고 하는 동향이다. 시장 경제 속에서 승패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가치 있는 일을 서로 협력하면서 만들어 내 가려고 하는 동향이며, 제휴하는 사회의 재창조이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목표로 하는 동향이, 사회의 수면 아래에서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며, 그 사람들이 추구하고 있는 것은, 시장 경제나 국가 시스템에 얽매인 삶의 방식에서, 각자가 살아가는 장을 가지고 있는 듯한 삶의 방식으로의 변경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방향성을 공유하면서, 공동체 만들기나 사회적 기업 만들기, 지방으로의 이주 등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 동향은, 메이지 이후의 근대화에 대한 일종의 새로운 저항일 것이다. 메이지 이후의 일본에서는 국가나 시장 경제의 역할이 확대되고, 지금은 이 시스템에 종속하는 형태로 우리는 존재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나 현재는, 국가도 시장 경제도, 게다가 개인 사회로서의 시민 사회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이 한계를 넘으려고 할 때, 보다 강대한 국가나 경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각자 살아가는 장의 재창조를 통하여, 강대한 시스템에 인간이 종속되는 시대로부터 해방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그런 움직임이 현재 사회의 저 깊숙한 곳에서는, 우후죽순처럼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강대한 시스템을 만들어 갔던 시대에서, 시스템을 무화시켜 가는 시대로 바뀌어 간다. 그런 방향성을 보이면서 오늘의 변혁 운동이 나아가고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메이지 이후의 역사에 대한 저항인 것이며, 또한 그것이 일과성 운동으로 종료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크게는 근대 세계의 막다른 골목이라는 세계사적 현실이 있다. 그 과정 속에서, 지금까지의 질서하에서 살아가는 일에 신물이 난 사람들과, 그 질서를 바꾸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나온다. 그러나 바꾸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질서는 한계에 와 있다. 그래서 질서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유지를 위해 ‘개혁’을 해야만 한다. 거기에서 보다 철저한 시장 원리주의나, 보다 강대한 국가를 목표로 하는 동향 따위도 생겨난다. 집단적 자위권 등도 이 과정에서 생기고 있기 때문에, 수상의 폭주를 막으려고 하는 세력이 보수 안에서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 세계사적인 과도기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오늘의 다양한 동향을 파악해 가자. 우리는 그런 시야를 필요로 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世界』 2015년 12월호 <끝>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1001&table=ji_kim&uid=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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