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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파국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②
부단한 노력이 민주주의를 진화시킨다
김종익 | 2015-11-23 11:45:4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세카이』 2015년 11월호에 실린 이 글에서, ‘일본’을 ‘한국’으로, ‘자민당’을 ‘새누리당’으로, ‘민주당’을 ‘새정치연합’으로, ‘안보법안’을 ‘역사 교과서 국정화’로, ‘3.11’을 ‘세월호’로 바꾸면,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정치는 거의 분별이 안 된다. 인류에 대한 성찰과 역사와 미래에 대한 지성을 결여한 지도자와 거대 여당의 독주, 이 독주에 제동을 걸어야 하는 야당이, 콘텐츠 부재와 오로지 금배지만 바라보는 국회의원들의 행태에 환멸 그 이상을 느끼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은 탄식이 나올 정도로 닮았다. 그래서 통쾌함마저 느끼게 하지만, 그 통쾌함에는 서글픈 비애가 서려 있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정치 지형과는 다른 일본의 정치 지형, 그러니까 국회에 진출해 있는 정당 수의 다양성이라든가, 안보법안 반대 운동에서 일본 민주당이 시민 사회와 연대해 단호하게 투쟁하는 모습이라든가 하는 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강요한다.

흔히 경제적 측면에서 한국은 일본을 따라가고 있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 글을 읽으며 정치 또한 그렇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쪽’에 서고 싶지 않는 정치인들과 국민들에게 신통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민주주의가 파국에 이르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생각하게 하는 글이다. 주제별로 3편에 나누어 게재합니다 - 역자 주

민주주의의 파국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 부단한 노력이 민주주의를 진화시킨다 -

야마구치 지로山口二郞

1958년생. 호세이대학 법학부 교수. ‘입헌 데모크라시 모임’의 공동 대표.『아베류 개헌에 NO를!』『정권 교대란 무엇이었던가』, 『민주당 정권이란 무엇이었던가』 등의 저서가 있다. 


2. 참여 민주주의의 전개

시민의 데모에 대해서는, 결과에는 영향이 없기 때문에 무의미하다든가, 의회 안에서 대표자가 결정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하는 비판도 나타났다. 데모에 대한 냉소나 반발은 1960년대 안보 투쟁 시절부터 어떤 진보도 없는 것이지만, 여기서는 정확히 반론을 해 두자.

먼저 이념의 차원에서, 데모 등의 직접적 정치 참여의 의미를 확인해 두자. 민주정치란, 시민의 참여에 의해 세상의 구조나 규율을 만들어 내는 긴 과정이다. 선거에 의한 대표자의 결정은 그 과정의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대표자가 무엇을 결정하는가는, 선거 때에 빠짐없이 전부 고지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은 대표자의 행동에 대해 요구와 비판을 전할 필요가 있다.  로비 활동, 압력 활동, 데모 등에 대한 참가는, 민주주의의 과정을 추동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이다.

1960년 안보 투쟁 때의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정권의 행동에 대해, 후지타 쇼조藤田省三(1927~2003년. 사상사가)는 ‘통치만 있고, 통치 과정이 없다’고 비판했다(히다카 로쿠로(日高六郞)****5)편 『1960년 5월 19일』, 이와나미서점). 과정의 부재란, 안보 조약에 대한 일체의 비판을 듣지 않고, 중의원의 다수로 조약의 승인을 강행했던 것을 가리킨다.

이번 아베 신조 수상은 조부, 그러니까 기시 노부스케와 같은 일을 반복했다. 야당에 의한 정확하고 조금도 하자가 없는 질문에 대해, 논점 바꾸기, 얼버무리기, 나아가서는 설명 거부를 반복하여, 법안의 파탄은 분명해졌다. 안보법안의 심의에서 정부의 불성실, 논의의 붕괴는, 일본 의회 정치의 역사에 남을 최대의 오점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미 아베 정권하의 일본에서는, 민주주의는 결정할 사람을 결정하는 작업에 지나지 않고, 유권자에게 지명된 결정하는 사람들에 의한 자신들의 욕구의 실현이 민주주의라고 불린다.

그러나 사람들이 언론이나 집회의 자유를 행사하고, 과정을 요구하여 촉구하는 것을 위정자는 다 무시할 수는 없다. 야당의 추궁 앞에 심의는 여러 차례 중단되었고, 법안 통과에 예상외의 시간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정부 여당은 정기 국회의 회기를 95일도 더 연장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다. 그런데도 국회의 막바지에 겨우 참의원에서의 가결로 넘기는 꼴이었다. 국민의 이해를 얻는다고 칭하며 수상과 방위 장관이 설명하면 할수록, 법안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제안자인 그들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미 파탄난 안보법안의 통과를 고집하는 위정자와, 그것을 정당화하는 TV와 신문, 특히 NHK의 태도는 비애를 자아내는 행태였다. 권력과 보도 기관에 대한 신뢰나 존경은 사라져 없어졌다. 그것이야말로 운동의 성과이다.

또한 아베 수상이 조금이라도 지성을 갖고 있다면, 이 운동은 그에게 중대한 교훈을 주고 있을 터이다. 전국, 전 세대에 걸쳐서 커다란 반대 운동이 일어난 일은, 일본 국민은 헌법의 평화주의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가령 아베 수상이 지론인 헌법 개정을 제기한다면, 이번보다 훨씬 큰 반대 운동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에서는, 9조 개정에 대해서 국민은 거부 의사를 표시할 것이다. 위정자에게 정치는 마음먹은 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긴장감과 공포를 갖게 한 점도 운동의 성과이다.

일본이 ‘데모하는 사회’(가라타니 고진柄谷行人)로 변한 점이, 일본의 민주주의를, 결정하는 사람을 결정하는 찰나적인 것에서 긴 과정을 포함하는 것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헌법 12조(이 헌법이 국민에게 보장하는 자유 및 권리는, 국민의 부단한 노력에 의해 이를 온전하게 유지해야 한다. 또한 국민은 이를 남용해서는 안 되며, 항상 공공의 복지를 위해 이를 이용할 책임을 진다.)에서 말한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진화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4. 1919~2008년. 의학 박사. 평론가. 후쿠나가 다케히코福永武彦, 나카무라 신이치로中村眞一郞 등과 '마티네(matinée) 포에틱'을 결성하여 정형시 창작을 시도했으며, 호리 다쓰오堀辰雄와도 가까이 지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나카무라·후쿠나가와 공동으로 『1946 문학적 고찰』(1947)을 발표하여 인정을 받았으며, 『긴다이분가쿠近代文學』지의 동인으로서 문예 비평을 시작했다. 이어 소설 창작을 시도하여 『어느 맑은 날에』를 비롯해, 『운명』, 『신코사이神幸祭』 등의 장편 소설을 썼다.
   국제적 시야에서 일본 문화를 재검토한다는 과제를 몸소 실천하고자 했던 그는 평론집 『잡종 문화』 등의 저서를 남겼으며, 1960년 이후 캐나다의 브리티시콜롬비아대학 등에서 고전 문학을 강의하기도 했다. 일본 미술론 『쇼신도쿠고稱心獨語』, 단편 소설집 『환상, 장미 도시』, 『일본 문학사 서설』(2권) 등의 저작이 있다.

5. 1917년생. 사회학자. 도쿄대학 교수 역임. 진보적 문화인으로 시민운동을 대표하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자신이 추구하는 운동의 주체인 시민과 운동 대해 “기본적으로 개인주의적이지만, 자신의 생활에 매몰되는 존재가 아니라 연대를 추구하는 존재”이며 “좌와 우의 중앙집권주의 모두에 저항하는 운동”이라고 정의했다. 『현대 이데올로기』『원자·수소폭탄과의 싸움』『인간의 복권과 해방』『전후 사상과 역사의 체험』『전후 사상을 생각하다』『전쟁 속에서 생각한 것, 어느 가족의 이야기』 등의 저서가 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1001&table=ji_kim&uid=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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