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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파국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①
새로운 정치 문화의 출현, 3·11 이후의 가치관 변화
김종익 | 2015-11-20 14:43:0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세카이』 2015년 11월호에 실린 이 글에서, ‘일본’을 ‘한국’으로, ‘자민당’을 ‘새누리당’으로, ‘민주당’을 ‘새정치연합’으로, ‘안보법안’을 ‘역사 교과서 국정화’로, ‘3.11’을 ‘세월호’로 바꾸면,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정치는 거의 분별이 안 된다. 인류에 대한 성찰과 역사와 미래에 대한 지성을 결여한 지도자와 거대 여당의 독주, 이 독주에 제동을 걸어야 하는 야당이, 콘텐츠 부재와 오로지 금배지만 바라보는 국회의원들의 행태에 환멸 그 이상을 느끼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은 탄식이 나올 정도로 닮았다. 그래서 통쾌함마저 느끼게 하지만, 그 통쾌함에는 서글픈 비애가 서려 있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정치 지형과는 다른 일본의 정치 지형, 그러니까 국회에 진출해 있는 정당 수의 다양성이라든가, 안보법안 반대 운동에서 일본 민주당이 시민 사회와 연대해 단호하게 투쟁하는 모습이라든가 하는 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강요한다.

흔히 경제적 측면에서 한국은 일본을 따라가고 있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 글을 읽으며 정치 또한 그렇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쪽’에 서고 싶지 않는 정치인들과 국민들에게 신통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민주주의가 파국에 이르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생각하게 하는 글이다. 주제별로 3편에 나누어 게재합니다 - 역자 주

민주주의의 파국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 부단한 노력이 민주주의를 진화시킨다 -

야마구치 지로山口二郞

1958년생. 호세이대학 법학부 교수. ‘입헌 데모크라시 모임’의 공동 대표.『아베류 개헌에 NO를!』『정권 교대란 무엇이었던가』, 『민주당 정권이란 무엇이었던가』 등의 저서가 있다. 


1. 새로운 정치 문화의 출현, 3·11 이후의 가치관 변화

나에게 안보법안 반대 운동의 최대의 의의는, 자신의 정치학자로서의 활동에 대해 반성하고, 향후의 과제를 다시 설정하는 계기가 된 점이다. 8월 27일 히비야 야외 음악당의 반대 집회에서 우연히 오구마 에이지小熊英二1)씨를 만났다. 오구마 씨에게는 내가 반대 운동에 열심히 참가하고 있는 것이 의외였다는 듯이 “야마구치 씨는 왜 사회 운동에 참가하세요, 지금까지 20년간 줄곧 정치가나 관료를 상대로 정권 교체와 민주주의를 설파해 왔잖아요”라고 물었다. 나는 정치 엘리트를 상대로 민주주의를 설파하는 것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에 운동을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민주당이 정권을 빼앗긴 후, 정당으로서의 존재감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이 당이 정책 실현을 도모하고자 하는 지적 부분과 비자민당 쪽의 정치가이고 싶어 하는 많은 사람의 조직으로, 사회에서의 뿌리를 갖지 못한 점에 있다. 이 당의 반 수 이상의 정치가는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시민에게 전달하지 못하고, 자신을 이해하는 사람과 지지자를 만드는 노력을 기우리지 않았다. 달리 말하면, 정치권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기 때문에, 역경에 처했을 때 떠받치는 지지자가 없다.

안보법안과 관련하여, 지난해 7월 집단적 자위권 행사 정당화의 각료 회의 결정 이후, 나는 민주당에 아베 정권의 안전 보장 정책에 반대하도록 촉구해 왔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찬반양론이 있어서 하나로 통일된 행동을 취하는 것은 어려웠다. 올해 정기국회에 안보법안이 제출되는 상황에 이르러 간신히 반대로 결말이 났지만, 투쟁하고자 하는 박력은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안보법안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많은 시민이 데모를 하는 상황이 되자, 민주당의 자세도 변화했다. 위헌인 안보법안에 대안은 필요 없고, 안보법안의 폐기뿐이라는 명쾌한 대결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민주당의 의원은 위원회에서 정부를 정확하게 추궁하여, 법안의 문제점을 밝혀냈다. 당내의 보수파는 침묵했다.

유아사 마코토湯淺誠 2)씨가 민주당 집권 시절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가 주인이고 정치는 객이라고 말했던 적이 있는 데, 안보법안 반대 운동을 통해 나도 그 사실을 통감했다.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집회에 모이는 의원의 수는 늘어났고, 연설도 시원시원하고 또렷해졌다. 소수의 학자가 정책이나 노선을 제한하기보다, 수만 명이 데모에서 헌법을 지키라고 외치는 쪽이, 훨씬 강력하게 정당을 움직일 수 있다. 시민의 힘이 정당을 변신시킨 경험은, 일본의 정당 정치에도 중요하다. 

반대 운동이 한창이었던 9월 중순, 나는 SEALDs(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 긴급 행동)의 멤버와 잡지의 좌담회에서 이야기 할 기회를 얻었다. 그들이 왜 안보법안에 위기감을 가지며, 정치적인 행동을 시작했던 것일까. 거기에는 공통된 원인이 있는 듯하다. 그것은 중학생, 고등학생 시절에 3·11을 경험하고, 원자력 발전 사고의 비참함, 피해자에 대한 혹독하고 박정한 정치를 보고 나서, 사회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었다는 원체험原體驗이다.

십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고향에서 내쫓긴다는 고통을 강요당했는데도, 그 피해는 충분히 보상되지 않았고, 가해자의 책임은 물문에 붙였다. 이런 부조리를 본 젊은이들은, 어른들의 기만에 의문을 품고 대학에 진학했다. 이와 같은 일본 사회의 현실에서 출발한 문제의식은, 4, 50년 전 이데올로기를 앞세운 학생 운동과는 판이하게 달라져 있다.

저번에, 전 문부성 관료로 유토리 교육(학습 내용·시간을 줄이고 학생의 창의성·자율성을 존중하는 교육 방침)의 추진자로 알려진 데라와키 겐寺脇硏 3)씨와 대화를 나누었을 때, 그는 SEALDs야말로 유토리 교육의 성과라고 자랑했다. 정답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을 하고 스스로 생각하며, 권위에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는 태도를 지닌 젊은이가 확실히 증가했다는 점이다. 학생 운동에는, 다양한 대학의 학생들이 모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 횡적 확대 능력도 요즘 젊은이들의 장점이다. 그들은 다음에 인용하는 가토 슈이치加藤周一4)가 말하는 ‘정신의 자유’를 실천하고 있다.

“대립하는 의견이나 주장, 그 쌍방의 의견이나 주장을 듣고, 사안에 따라, 경우에 따라,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의견을 마련하고, 스스로 할 말을 주장할 수 있다. …개인에게 내면화된 중립주의는 정신의 자유라는 점이다.」(「중립주의 재고」『석양 망어妄語1』)


1.1962년생. 일본 시민 운동의 아이콘이자 ‘데모하는 지식인’이란 수식어로 잘 알려진, 게이오대학 교수. 역사 사회학자이며, 저서로는 『일본 양심의 탄생』『사회를 바꾸려면 -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행동하라』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등이 있다.

2.1969년생. 사회 활동가. 반빈곤 네트워크 사무국장. 호세이대학 교수. 전 민주당 내각 참여(긴급고용대책본부 빈곤·곤궁자 지원팀 사무국장, 내각관방 진재震災 볼런티어 제휴 실장, 내각관방 사회적 포섭 추진 실장 역임)

3. 1952년생. 전 문부성 관료. 교육 전문가 및 영화 평론가. 교토조형예술대학 교수. 코리아국제학원이사, 한국 문학에도 남다른 조예를 지니고 있다. 『그래도 유토리 교육은 틀리지 않았다』, 『한국 영화 베스트 100』, 『2050년을 향해 살아남는 힘』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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