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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의 고전소통] 人物論, 創業과 守成의 智略家
이정랑 | 2020-09-10 15:35:3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조참 曹參] 이룬 것을 지킬 줄 아는 능력의 소유자

창업도 어렵지만 이를 지켜나가는 것은 더 어려운 것이다

옛날 말에 소규조수(蕭規曹隨)라 하여 ‘옛것을 그대로 답습하고 전혀 고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결코 좋은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이 고사성어는 훨씬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한나라 혜제(惠帝) 2년(BC 193), 승상 소하(蕭何)가 병으로 죽었다. 여후와 혜제는 고조의 유언대로 제나라 재상 조참(曹參)에게 소하의 뒤를 잇도록 했다.

이 일을 두고 당시 조정의 신하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했다. 소하와 조참은 유방과 함께 제업을 도모했으며 똑같이 패 지방 서리 출신으로 사이가 매우 좋았다. 그런데 훗날 조참은 많은 공로를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소하보다 못한 대우를 받았다. 이런 까닭에 신하들은 두 사람 사이가 벌어졌을 거라고 추측했다. 만약 이 추측이 맞는다면, 신임 승상 조참은 소하에 대한 반감 때문에 대대적인 인사이동을 단행할 게 분명했다. 그래서 승상부 안의 각급 관리들은 장래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이 뒤숭숭했다.

그런데 조참은 며칠이 지나도 업무에 있어서나 인사에 있어서 전임 승상이 하던 대로 일을 처리했다. 관리들은 그제야 마음을 놓고 일에 전념했다.

몇 달 뒤, 조참은 부하들을 거의 파악했다. 그는 우선 멋대로 문서를 처리하고 명예만 쫓는 관리들을 죄다 쫓아냈다. 그리고 지방의 행정 관료들 가운데 충직하고 말주변이 없는 늙은 관리들을 뽑아 결원을 보충했다. 그 후로는 승상부 안에서 밤낮으로 술만 마시며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조참과 친한 관리 몇 명이 그의 이런 행적을 이상하게 여기고 그를 만나러 왔다. 그런데 그들은 조참을 만나기는 했지만, 대뜸 그들을 술자리에 끌어드리는 바람에 본론을 꺼낼 겨를도 없었다. 조참은 몸을 가눌 수 없을 때까지 그들에게 계속 술을 들이부었다. 결국, 아무도 조참의 속마음을 알아내지 못했다. 조참이 이처럼 술을 즐기자 부하들도 저마다 그를 흉내 냈다.

승상부 뒤편에 있는 화원에는 항상 술을 즐기는 관리들이 눈에 띄었다. 거나하게 술기운이 돌면 그들은 춤추고 노래를 불러 그 소리가 먼 곳까지 들리곤 했다. 한번은 참다못한 두 관리가 핑계를 만들어 조참에게 함께 화원을 거닐자고 청했다. 그들은 조참이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화원에 들어간 조참은 그 광경을 보고 함께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 광경을 본 두 관리는 너무 어이가 없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한번은 불만을 느낀 대신 하나가 혜제에게 이 사실을 고해바쳤다. 당시 혜제는 궁중에 틀어박혀 조정의 일을 외면한 채 오직 술에 기대어 우울함을 달래고 여색에 빠져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모친 여후의 소행에 깊이 절망했기 때문이다. 고조가 죽은 뒤, 여후는 경쟁자였던 척희(戚姬)를 참혹하게 죽이고 그녀의 아들 여의(如意)까지 독살했다. 아무튼 조참의 행적을 전해들은 혜제는 문득 의심이 들었다.

‘승상이 어째서 나를 따라하는 건가? 혹시 내가 어리다고 해서 업신여기는 게 아닐까?’

때마침 중대부(中大夫) 조굴(曹窟)이 찾아왔다. 조굴은 조참의 아들이었다. 혜제가 조굴에게 말했다.

“자네는 집에 돌아가 부친에게 물어봐 주게, 고조께서는 다른 신하들을 다 제쳐놓고 자네 부친을 시켜 어린 나를 보좌하게 했네, 그런데 지금 자네 부친은 승상의 몸으로 술만 마시고 일은 뒷전이라더군, 그렇게 해서 어떻게 천하를 다스리겠나? 하지만 내가 자네를 시켜 알아본다는 말은 하지 말게.”

조굴은 집에 돌아가 혜제가 시킨 대로 조참에게 말했다. 그런데 아들의 말이 끝나자마자 조참은 불같이 화를 내며 다짜고짜 회초리를 들었다. 그는 아들을 2백 대나 때리면서 말했다.

“천하의 일을 네가 알면 얼마냐 아느냐? 어서 궁궐에 들어가 황제폐하나 잘 모시 거라!”

매를 맞은 조굴은 억울할뿐더러 전혀 납득할 수 없었다. 그는 궁궐에 들어가 혜제에게 사실대로 고했다. 그의 말을 들은 혜제는 더욱의혹이 짙어졌다. 이튿날 혜제는 조례를 끝내고 조참을 따로 불러 물었다.

“승상은 어찌하여 아들을 때렸는가? 그가 한 말은 다 나의 생각이었네.”

조참이 바닥에 머리를 조아려 사죄하면서 혜제에게 물었다.

“폐하는 돌아가신 고조 폐하보다 자신이 더 현명하고 용감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그렇다면 제 재주는 소하 승상과 비교하여 어떻습니까?”

혜제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소 승상보다야 못하겠지.”

조참은 그제야 본심을 털어놓았다.

“폐하의 말씀이 정확합니다. 예전에 고조 폐하와 소하는 천하를 통일하고 법과 제도를 다 갖춰놓았습니다. 지금 폐하와 저희 신하들은 모두 그때 만들어진 제도를 쫓아 일하고 있습니다. 설마 전대의 제도를 계승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단 말입니까?”

혜제는 비로소 조참의 속뜻을 이해했다.

“승상의 생각을 이제야 알았네. 돌아가서 푹 쉬게나.”

조참은 이후에도 여전히 예전 방식대로 일을 처리했다. 한나라 초기는 백성들이 큰 난리를 치른 직후여서 모두들 안정을 원하고 있었다. 또한 나라 안에 큰 일이 없어서 백성들을 노역에 동원하는 일도 극히 적었다. 소하는 당시의 이런 사정에 맞춰 휴식과 무위를 근본으로 하는 제도를 마련했고, 조참은 이를 그대로 따라 태평성대를 구가할 수 있었다. 게다가 조참이 승상을 맡았던 당시는 여후가 전권을 휘두르고 황제가 무능했던 시절이었다. 조참의 방식은 그러한 정치적 상황에도 더없이 부합했다. 이 모든 것이 소하가 계획을 세우고 조참이 이를 충실히 따른 결과였다.

이정랑 언론인(중국고전 연구가,칼럼리스트)

경인일보/호남매일/한서일보/의정뉴스/메스컴신문/노인신문/시정일보/조선일보/서울일보 기자, 편집국장, 논설실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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