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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총장을 비판하는 학생을 만드는 이상한 학과
현재 한국의 언론이 위기이듯 지역의 언론도 위기를 맞고 있었습니다
임병도 | 2015-04-18 10:39:1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2015년 4월 17일, 사단법인 제주언론학회와 제주도 의회가 공동 주최하는 '지역 언론의 당면과제 및 활로 모색을 위한 대토론회'를 다녀왔습니다.
 
참석해보니 역시나 현재 한국의 언론이 위기이듯 제주 지역의 언론도 위기를 맞고 있었습니다.

그 위기의 핵심은 지역 언론사가 겪고 있는 재정난이 주원인입니다. 재정이 약한 언론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지방 정부의 광고와 행사를 따내야 합니다. 당연히 지자체와 연결된 광고비와 수익 때문에 비판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만약 재정을 무시하고 지자체를 비판하면 어떻게 될까요?

‘감히 나를 비판해? 광고 내주지 마’

▲ 제주세계7대 자연경관을 비판한 신문의 광고와 축하글 게재를 거부하자 백지 광고로 대응한 제주도민일보 ⓒ정운현

2011년 제주는 뉴세븐원더스라는 재단이 추진하는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위해 각종 행사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뉴세븐원더스 재단을 추적했고 관련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그러자 제주도는 비판기사를 내보낸 언론사에는 신문 광고 게재를 거부하는 등의 압력을 행사했습니다. 1
 
제주 지역 언론사들이 수익 창출을 위해 벌이는 행사의 78.3%가 지자체나 공기업 등의 후원으로 이루어집니다.2 비판 기사를 쓰면 광고나 행사를 지원하지 않으니, 언론사들은 지자체를 향한 비판을 하기 어려워집니다.

지자체를 향한 비판이 있다고 해도, 그 비판은 핵심이나 숨겨진 얘기까지 밝혀내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특히 제주 지역에 자리 잡고 있는 ‘괸당문화’3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이런 일은 더욱 심합니다.

‘어느 대학생의 ‘총장님 업무 추진비’ 추적기’4

제주에서는 ‘너 누구네 집 자식이야? 너희 아버지 누구냐?’라는 말이 있습니다. 좁은 지역사회이니 한 다리 건너면 대부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차 사고가 나도 사고 처리가 아니라, ‘너 어디 살아?’라는 말이 먼저 나옵니다.

제주 특유의 문화 속에서 학생들이 교수나 총장을 비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학생은 발칙하게도 총장님의 업무 추진비를 추적하는 일을 벌였습니다.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문준영 학생은 등록금의 3분의 2가 넘는 기성회비의 사용내역이 궁금했습니다. 기성회비로 충당되는 총장의 업무추진비가 어떻게 사용되는지도 알고 싶었습니다.

정보공개를 청구하자 비공개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총장실로 사용 내역을 문의하자 까만색으로 지우고 보내줬습니다. 문준영 학생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대학총장의 업무추진비 4,300만 원 중 식대가 2,700만 원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제주라는 지역 사회에서 아무리 언론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도 선뜻하기 어려운 일을 해낸 것입니다.

‘코딩과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학과, 교수가 죽일 놈이 되는 학과’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는 다른 대학 언론홍보학과와 다르게 1학년부터 ‘코딩’과 ‘프로그래밍’ 등을 가르칩니다. 아니 기자가 될 사람이 왜 이런 과목을 배울까요?

‘모든 지식은 궁극적으로 역사다. 추상적으로는 수학이다. 이성적 판단은 질적이든 양적이든 통계적 방법에 근거한다.’ -래드학 라오의 ‘진리와 기회와 성공’
 
심재철 한국언론학회 회장은 제주언론학회 세미나에서 래드학 라오의 ‘진리와 기회와 성공’이라는 책의 서문을 인용한 말을 했습니다.

제주대학교 안도현 교수는 ‘앞으로 기자는 글을 쓰는 방법 이외에 통계와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데이터와 자료를 중심으로 글을 쓰는 아이엠피터는 ‘학교로 가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순한 기자가 되거나 취업률을 높이는 학교가 아닌 미래의 기자가 생존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모습이었습니다.

▲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고영철, 이서현의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캠페인 관련 지역일간지 뉴스 프레임 연구 논문과 이에 제주대학교 고영철 교수를 비난하는 트윗 ⓒDBpia.트위터 캡처

2013년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고영철 교수와 언론학 박사과정의 이서현은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캠페인 관련 지역일간지의 뉴스프레임 연구’라는 논문을 통해 제주 지역 언론의 56.8%가 세계7대 자연경관을 지지하는 보도를 했고, 부정적인 보도는 5.4%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5

당연히 제주에서 고영철 교수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제주를 나쁘게 만드는 일이 아닌, 오히려 아픔이 있지만, 더 튼튼하게 만들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제주국제자유도시 건설목표 및 방향 그리고 방식, 제주 국제학교 이익잉여금 배당(과실송금) 허용 논란, 중국 부동산개발업체인 녹지그룹이 서귀포시 헬스케어단지 내에 설치하려는 영리병원 허용 논란, 최근 예래 휴양형 주거단지 사업에 대한 대법원 판결로 사면초가에 빠진 도내 유원지 개발 사업들의 진로, 5단계 제도개선 과제를 담은 제주특별법 개정안 국회통과 지연 문제, 제주 카지노 관리·감독 강화 방안 미흡, 제주 물산업과 제주 지하수 보존 문제, 기후변화와 육상 난개발 등으로 인한 제주바다 생태계 파괴 문제, 늘어나는 해양쓰레기와 해양오염 대책, 해안환경 보존 대책, 부동산 투자 이민제도 개선 문제, 중국자본 투자로 이뤄지고 있는 대규모 개발 사업과 관련된 문제들, 한라산중산간 난개발과 곶자왈 보존 문제, 제주 전 지역으로 확산되는 지하수 오염과 보존 문제, ‘먹튀’ 논란이 일고 있는 투자진흥지구 개선 방안, 제주시 구도심 활성화 문제, 예산개혁 방안, 기초자치단체 부활 문제,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지역 보호 및 활용 방안, 구호만 남은 제주 세계평화의 섬 조성 방안, 강정해군기지 건설 문제, 드림타워 건설과 관련된 문제들, 제주도의 미래 산업과 FTA 대책, 정체성 없는 신화역사공원 조성사업과 특혜의혹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고영철 교수가 주장하는 제주의 문제점들

제주 지역의 언론이 위기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 위기의 시작은 환경의 변화보다 그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는 언론사와 기자가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주에는 무려 83개의 언론사가 있습니다.6 수십 개의 언론사가 현재 제주가 처한 문제점을 제대로 탐사보도하거나 기획취재를 하면서 대안을 만들 수 있기 위한 옳고 그름을 밝혀낸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아질 수 있습니다.

제주의 언론사가 제대로 성장한다면, 아마 제주에서 언론을 공부하는 학생들도 더 나은 환경에서 취재하는 기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언론을 제대로 가르치는 학교가 많아지고, 그 학생들이 제대로 된 기자가 되어, 침묵하지 않고, 몸을 사리지 않을 때, 우리 사회는 더욱 투명해지고, 건강해질 수 있다고 봅니다.

1. <제주도민일보>가 1면에 ‘백지광고’를 낸 사연. 보림재. 2011년 6월 18일.
http://blog.ohmynews.com/jeongwh59/tag/%EC%A0%9C%EC%A3%BC%EB%8F%84%EB%AF%BC%EC%9D%BC%EB%B3%B4%20%EB%B0%B1%EC%A7%80%EA%B4%91%EA%B3%A0%EC%82%AC%ED%83%9C
2.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캠페인 관련 지역일간지 뉴스 프레임 연구'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이서현,고영철
3. ‘괸당’은 ‘권당(眷黨)’에서 비롯된 말로, 친인척을 뜻하는 제주도 사투리다. 혈연과 지연으로 똘똘 뭉친 섬 지역 특유의 정서를 일컫는다.. 시사인 2015년 1월 9일.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2179
4. 뉴스타파. '어느 대학생의 총장님 업무 추진비 추적기' 2015년 3월 27일
http://newstapa.org/24377
5. "세계7대경관 선정 문제점, 제주언론들은 외면" 제주의소리. 2013년 12월 12일
http://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138036
6. 제주언론학회 '지역언론의 미래는 있는가?:지역언론의 현황과 과제' 송원일 제주MBC경영기술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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