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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유망한 직업을 알려 드릴까요?
인간은 본질적으로 아날로그의 구성체이고 다양한 욕망의 집합체
김홍열 | 2015-09-29 19:00:2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마음이 가벼워진다. 책임을 안 져도 되기 때문이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들은 형체가 없기 때문에 누구라도 그 모양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일종의 상상력 영역이기도 하다. 우주인의 모습을 어떻게 묘사하든 틀렸다고 말할 사람은 없다. 적절한 이유만 갖다 붙이면 된다. 최소한의 합리적 근거만 있으면 동의할 수 있다.

1899년 미국의 한 언론사에서 당시 유명한 지식인들에게 미래의 주요 교통 수단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대답은 마차였다. 당시 자동차가 운행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차를 선택한 사람이 더 많았다. 마차라고 대답한 그들을 무식하다고 말할 수 없다. 나름 논리적 근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동차 성능, 가격, 도로 사정, 주유 시스템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 자동차가 대중화될 가능성이 요원하거나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미래 예측은 기본적으로 현실 기반 위에서 출발하고 현실은 늘 가변적이라 단지 합리적 추측만 가능하지 그 이상이 되기 힘들다. 그런 전제 하에 시작해 보자

구글이 선정한 최고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라는 분이 미래의 유망한 직종과 관련하여 ‘사물 인터넷, 증강현실, 3D 프린터, 드론’을 관심 있게 지켜보라고 했다. 이 기술들이 보편화되면 많은 직업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정도면 예측이 아니라 분석에 가깝다.

드론을 예로 들어 보자. 드론이 보편화되면 택배, 배달, 해충구제 서비스, 지질학자, 환경 엔지니어 등의 직업이 소멸될 가능성이 높다. 예측 가능한 일이다. 물건 배달은 기본이고 사람이 가기 힘든 오지 어디라도 촬영할 수 있으니 지질학자나 환경 엔지니어의 중요성도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드론같이 특정 기술이 아니라 인공 지능과 같은 범용적 기술이 미치는 영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컴퓨터, 네트워크,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은 결국 하나로 통합되면서 인간 고유의 창조적 작업을 제외한 모든 일을 대신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사유하고 창조하는 능력 이외에는 전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미래의 유망한 직업에 관한 예측은 자연스럽게 미래에 소멸될 직업과 연결된다. 소멸될 직업에 대한 언급은 유망한 직업에 대한 예측보다 훨씬 용이하다. 이미 충분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 ~ 30년 전만 해도 아주 흔한 직업이었던 타자수나 전화교환원 식자공 버스 안내원 등은 이미 기억하는 사람조차 드물다. 전부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없어진 직업들이다. 신기술의 도입으로 업무 처리가 간편화, 자동화되면서 인력 투입이 극소화되고 더 높은 생산성이 가능해졌다.

이런 맥락에서 미래에 사라질 직업에 대하여 분석하는 전문가나 미래학자들이 많다. 이들의 공통적 분석은 비교적 단순하다. 단순 반복적인 일, 데이터 분석, 저 난이도의 노동 등은 10년 이내에 사라진다고 예측한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 오락실의 안내, 카지노의 딜러, 호텔 접수계 등은 단순 반복적인 일들이고 보험 심사 담당자, 은행의 투자 상담사, 금융기관의 신용 분석가, 부동산 브로커 등은 빅 데이터에 의해 대체될 직업들이다. 시계 수리공, 도배 기술자, 양복점 재봉사 등은 로봇에 의해 대체 가능하다고 예측한다. 이런 일련의 분석들은 분명 시사점이 있다. 현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러나 모든 것이 예측대로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 불행하게도 미래는 우리의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더 섬세하다. 좀 더 치밀한 분석만이 오류를 줄일 수 있을 뿐이다.

위에서 언급한 미래의 유망한 직업과 소멸될 직업에 대한 예측•분석의 기초는 기술의 발달에서 출발한다. 신기술이 발달하면 그에 부합하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결과적으로 사람의 의식과 행동에 변화를 주어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게 된다는 프레임이 전제되어 있다. 즉 일종의 기술 결정론적 시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기술 결정론적 시각은 특히 현대와 같이 인터넷 네트워크가 모바일과 사물인터넷을 통해 고도로 발달하는 사회에서는 그 영향력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래는 기술에 의해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술 이외에 두 가지 주요 사회 운영 체계 (Social operating system)에 대한 인식이 전제되어야 예측다운 예측이 가능해진다. 하나는 국가체제이고 다른 하나는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미래에도 국가 권력은 여전히 독점적 지위를 누릴 가능성이 높다. 행정 공무원과 사법시스템, 세금 부과 및 징수 관련 업무, 국방 관련 업무 및 의회와 연관된 직업들은 여전히 미래에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교육공무원도 마찬 가지다. 글로벌리즘의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국가 중심의 세계 질서는 오래 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에 대한 이해 역시 중요하다. 신기술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사장된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자본주의에 포섭된 인간 욕망에 대한 냉정한 이해다.

ⓒ 진실의길

예를 들어 요리사는 미래에도 중요한 직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레시피를 몰라서가 아니라 레시피로 채워지지 않는 인간의 욕망이 더 맛있는 것을 원하고 이런 욕망들이 사회적으로 환영받는다.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많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아날로그의 구성체이고 다양한 욕망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기술과 국가 시장이 만나는 곳에서 생각을 시작해야 된다. 첨단 기술을 공부했다고 해서 다 소용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가 요구하거나 시장이 요구해야 된다. 둘의 요구 사항은 분명 다르다. 국가는 배타적 권력 행사가 가능한 독점 시스템이고 자본주의는 인간 욕망의 내면을 상징한다. 기술은 그 다음이다. 기술이 좋다고 해서 막대한 투자를 하면 안 된다. 그런 실패 사례는 수 없이 많다. 

김홍열 (성공회대 겸임교수. 정보사회학)


[진실의길. 기고 글&기사제보 dolce4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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