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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카메라의 가장 완벽한 사용법
김홍열 | 2015-09-21 09:25:3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결론부터 말하는 것이 좋겠다. 콜럼버스의 계란처럼 너무 단순하다. 디지털 카메라의 가장 완벽한 사용법은 단 하나다. 사진 찍을 때 “하나, 둘. 셋” 하지 말고 그냥 찍으면 된다. 그냥 자연스럽게 찍으면 된다. 굳이 카메라 렌즈를 보라고 하지 않아도 된다. 시선이 카메라를 향할 필요가 전혀 없다. 하나 둘 셋. 하면서 긴장된 표현을 강요할 필요가 없다. 하나 둘 셋, 소리치면서 카메라 렌즈를 응시하라는 오랜 습성은 디지털 카메라와 전혀 상관이 없다. 시골 할머니 집 대청마루나 안방에 걸릴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면 이제 더 이상 하나 둘 셋, 하지 말자.

카메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이 받은 충격은 대단히 컸다. 완벽한 복제는 불가능하고 만약 가능하다면 그것은 신의 영역이라 믿어 왔기 때문에 이 초유의 사건과 그 사건 이면에 내재되어 있는 미학적, 철학적 의미에 대해 누구도 명징한 분석을 할 수 없었다. 처음 논쟁은 미술가들 사이에서 시작됐다. 이제 초상화는 끝났다. 더는 초상화를 그릴 이유가 없어졌다. 초상화는 대상 묘사의 정밀성에 있어서 사진을 능가할 수 없다. 이런 주장의 일단은 회화의 미래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졌다. 궁극적으로 회화 역시 소멸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철없는 말싸움으로 보일 수 있지만, 당시에는 심각한 논쟁 주제였다.

이런 일련의 논쟁에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카메라의 결과물인 사진을 그림과 직접 비교했다는 사실이다. 사진 역시 하나의 작품이라는 인식이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대상에 대한 묘사’ 란 개념이 사진과 회화에 똑같이 적용됐다. 화가는 붓으로 그리고 사진작가는 카메라로 표현하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회화는 하나의 작품에서 폐쇄적 완결성을 확보하지만, 사진은 복제의 가능성 때문에 개방적 완결성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독일의 철학자 벤야민의 아우라 개념이 여기에서 나온다. 벤야민의 아우라는 가까이 있으면서 가까이 다가설 수 없는 어떤 느낌, 작품을 대하는 주체와 그 작품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어떤 거리였다. 특정 장소에 진열되어 있는 원본 그림은 특별한 아우라가 있다. 루브르 박물관에 가서 모나리자를 본다는 행위는 모나리자가 보여주는 혹은 갖고 있는 아우라에 포섭된다는 의미다. 그 장소 그 그림 그곳에 간다는 행위 등이 결합되어 하나의 아우라를 형성한다. 이런 아우라가 기술복제시대에 파괴되기 시작한다. 또는 재해석되기 시작한다.

사진의 시대로 진입하면서 아우라는 현재화된다. 권위로부터 독립되기 시작한다. 루브르에 가지 않아도 모나리자를 볼 수 있다. 아무 때나 볼 수 있다. 없어지면 또 구할 수 있다. 이런 아우라의 전환이 사회 변혁의 한 가능성으로 작용한다. 원본을 가까이 두고 싶다는 욕망과 그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복제된 원본 사이에서 전통적 아우라는 근대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원본과 복제의 변증법이다.

사진의 탄생은 이렇게 원본에 대한 또 다른 원본으로 출생 신고를 한 다음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러나 원본과 복제의 어머니는 결코 둘이 아니다. 하나의 뿌리에서 출발했다. 둘 다 기본적으로 작품이라는 인식이 그것이다. 이런 의식이 내면화되면서 사람들은 회화와 사진을 서로 다른 장르로 이해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수용되고 있다. 작품은 원본이든 복제품이든 우리 앞에 구체적 형태로 존재하게 된다. 이것이 중요한 사실이다.

사진을 찍고 나서 현상하고 인화하는 사이에 시간과 공간은 변화를 겪는다. 처음 촬영할 때 그 풍경은 이미 흘러갔고 사진 속 그 사람들의 유쾌한 모습을 더는 담을 수 없다. 마치 초상화처럼 또는 풍경화처럼 완성된 사진만 남게 된다. 복제라 하더라도 그 자체는 완성된 형태로 존재한다. 그래서 처음에 잘 찍어야 된다. 작품이기 때문이다. 시간과 공간에 구속 받을 수밖에 없는 어떤 형상, 풍경, 인물들은 결코 리바이벌 되지 않는다. 우리가 사진을 대하는 근원적 심리 상태는 이런 맥락에 기초하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는 아날로그 카메라와 다른 어머니를 두고 있다. 당연히 회화의 어머니와도 다르다. 전통적 의미에서 작품은 시공간의 구속을 전제로 존재한다. 디지털 카메라가 만들어 내는 세상은 이런 구속에서 자유롭다. 우리는 현장에서 바로 사진을 볼 수 있다. 시간은 최소한도로 흐르고 공간 역시 최소한도로 흐르거나 또는 흐르지 않는다. 찰나의 미학이 존재한다. 특정 시공간이 담겨져 있고 자기 완결성을 주장하는 작품이 아니라 일련의 흐름의 과정으로 사진이 존재한다. 작품이 아니라 흐름이다. 흐름에서 중요한 것은 자연스러운 호흡이다. 긴장하지 말아야 한다. 단체사진을 위해 눈 크게 뜨고 차려 자세를 해야 하는 것은 시공간의 구속에서 벗어나기 힘든 아날로그 카메라의 정언명령이다.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발전했다. 아주 자연스러운 어떤 순간이 있다. 긴장하면 안 나오고 하나 둘 셋 하면 절대로 안 나오는 편안하고 아름다운 순간이 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이다. 모든 생명체의 보편적 속성이다. 쉽게 바뀌지 않는다. 디지털 카메라의 장점을 알면서도 대부분 하나 둘 셋을 외친다. 사진에 대한 오랜 생각이 아직도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그 생각과 이별해야 한다. 사진 잘 찍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디지털 카메라의 가장 완벽한 사용법은 단 하나다. 사진 찍을 때 “하나, 둘. 셋” 하지 말고 찍는 것이다. 그냥 자연스럽게 찍으면 된다.

김홍열 (성공회대 겸임교수. 정보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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