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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은 미래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장기적으로는 콘텐츠에 따라 매체를 달리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김홍열 | 2016-01-18 15:44:1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종이책을 좋아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전자책이 썩 맘에 들지 않는다. 책을 ‘만지는’ 느낌이 없다. 흔히 질감이라고 하는 그 느낌 말이다. 책은 읽기 전에 우선 느껴진다. 책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 손안에서 느껴지는 그 느낌이 좋고, 왼손으로 책을 잡고 오른손 손가락으로 페이지를 넘길 때 풍기는 종이와 잉크 냄새가 좋다. 카페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전자 기기를 들고 있는 사람보다 더 섹시해 보인다. 책을 읽다 가슴 설레는 문장이 나오면 밑줄을 긋고 잠시 창 밖을 내다보면서 그 여운을 즐긴다. 이런 순간들이 너무 사랑스럽다. 전자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종이책의 미학이다. 개인적으로 종이책을 버리고 전자책을 사서 볼 일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종이책과 전자책의 싸움에서는 이미 승부가 난 것 같다. 몇 가지 전제가 있지만, 매출 경쟁에서 전자책이 종이책을 추월한 지 오래다.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시적으로 종이책의 매출이 늘어나기도 한다. 또 전자책의 매출이 감소하기도 한다. 아래와 같은 기사는 앞으로도 간헐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아마존의 ‘킨들’ 등 전자책의 등장으로 종이책의 미래가 어두웠던 미국에서 최근 전자책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출판사들이 다시 종이책 출판사업을 확대하면서 대대적인 시설 투자에 나서고 있다. 30일 기즈모도는 미국 출판 협회인 AAP의 조사 자료를 인용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미국의 전자책 매출이 10%가량 감소했다고 밝혔다.美, 전자책 판매 ‘뚝’…”종이책 다시 살아나나?” 2015.09.30.

이런 기사는 앞으로도 간간이 나오겠지만 전반적인 추세로 볼 때 종이책의 미래가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반대로 전자책의 미래가 기대된다는 것은 아니다. 종이책의 판매 부진이 바로 전자책의 매출 증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는 종이책과 전자책이 한 패키지로 묶여 언급이 되고 있기도 하지만 점차 이 둘은 분리되어 별도의 상품/개념으로 분석되거나 설명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이 둘을 동일한 맥락 위에 놓고 취급하는 이유는 ‘책’이라는 단어가 공통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책에 담겨 있는 콘텐츠를 하나의 완성된 형태의 상품으로 놓고 그 콘텐츠를 담는 포장이 종이인가 또는 디지털 디바이스인가 하는 논쟁으로 연결된 측면이 강하다. 콘텐츠가 동일하다면 포장용기는 단순한 선택의 문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종이책과 전자책은 대체재의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굳이 둘 다 구입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분석은 전자책의 등장 초기에나 가능하다. 종이책이 갖고 있는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전자책의 장점이 부각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종이책의 부피로 인해 대형 도서관이 필요하고 지속적으로 보관하기 위해 여러 공조 시스템이 필요하다. 종이의 생산을 위해 계속 벌목을 해야 된다. 유통을 위한 물리적 네트워크 역시 추가 비용을 발생시킨다. 이런 일련의 생산, 보관, 유통 과정을 생각하면 당연히 종이책은 비효율적 포장용기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종이책에 비하면 전자책은 지극히 스마트해 보인다. 위에 언급된 문제들이 전자책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당연히 경쟁의 승자는 전자책으로 귀결되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으로 동의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미래에도 지속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논쟁은 카메라의 발명과 사진의 등장으로 회화가 겪었던 의기의식을 연상시킨다. 현상을 생생하게 재생해 내는 카메라의 등장으로 인해 회화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거라는 비판적 예측이 19세기 초 여러 예술가들에 의해 나타났다. 프랑스의 낭만주의 화가 들라로쉬 (1797~ 1859)가 대표적이다. 그는 사진이 등장하면서 회화의 역사는 막을 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생각하는 회화의 본질은 현상에 대한 충실한 재현에 있었고 사진은 그 어떤 회화보다 더 회화의 본질에 가까이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회화는 사진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았고 사진 역시 새로운 예술 장르로 우리 앞에 남아 있다. 같은 내용을 담고 있더라도 사진과 회화는 다른 미디어로 생존해 왔다. 

사진과 회화의 논쟁에서 유효한 캐나다 미디어학자 마샬 맥루한의 이론, 즉 같은 콘텐츠라 하더라도 전달하는 매체가 다르면 다른 메시지가 된다는 ‘미디어가 메시지다’라는 주장이 종이책과 전자책의 논쟁에도 적용될 수 있다. 같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전달하는 방식이 다르면 그 메시지도 달라질 수 있다. 하나는 아날로그 질감이 물씬 풍기는 전통적 매체이고 다른 하나는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만든 최첨단 시스템에 의해 구동된다. 종이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포맷이지만 전자책은 하이퍼텍스트다. 모든 디지털 콘텐츠가 그 배후에 준비되어 있어 사람들을 개방된 네트워크 세계로 안내한다. 사람들의 수용태도가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종이책은 사색을 통한 성찰적 독서를 가능하게 하고 전자책은 효율적 정보 제공을 위한 편리한 도구다.

현재까지는 종이책의 내용이 그대로 전자책으로 옮겨진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콘텐츠에 따라 매체를 달리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종이책에 어울리는 콘텐츠와 전자책에 맞는 콘텐츠로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분리되면 – 물론 어느 정도는 이미 진행이 되고 있다 – 둘은 서로 다른 매체가 되어 자연스럽게 공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과 회화의 역사에서 봤듯이 내용과 형식의 분리를 통해 서로 다른 미디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종이책은 이제 이전처럼 정보 습득과 학문을 위한 유일하면서 독보적인 도구는 못 되겠지만, 자신의 장점을 살려 그 명맥을 유지할 것이고 전자책은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네트워크의 확장으로 책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할 것으로 보인다.

김홍열 (성공회대 겸임교수. 정보사회학)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table=hy_kim&uid=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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