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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 먹은 소년을 위한 변명
강기석 | 2020-10-08 08:29:1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곧 나이 칠십이 되는 한 노인의 꿈을 응원한다. 아직은 육십대라고 버티지 말자. 육십 여덟이든 아홉이든 칠십 하나든 둘이든 그저 나이 칠십이라고 뭉뚱그려도 좋을 늙은이들이다. 마음은 아직 청춘이라고 우기지도 말자. 마음은 죽을 때까지 청춘일지 모르지만, 하루하루 몸이 쇠락해가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

20대, 30대, 40대까지도 인생을 10년 이상 단위로 설계할 수 있다. 그러나 50대 넘어 60대, 그것도 60대 후반에 이르면 어림도 없는 소리다. 10년 단위는커녕 1년 단위, 심하게는 여름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겨울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50대 때까지는 턱걸이 10번은 너끈히 했던 사람이 어느날 펄쩍 뛰어 철봉에 매달리는 것마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슬퍼지는 것이 60대다. (내가 겪어봐서 안다)

코로나 팬데믹이 해소되어 해외여행이 예전처럼 활발해지는 것은 최소 2022년이라고 한다. 어쩌면 그것도 단지 희망사항일 뿐 2023년이 될지, 2025년이 될지, 2030년이 될지, 영영 그 시절이 돌아오지 못할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모험을 계획하는 칠십 노인이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무작정 기다리기 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싶지 않을까?

그것이 국가(외교부)의 명령을 거부한 반역행위라도 되는가. 국가가 해외여행 ‘주의령’이 아니라 ‘금지령’을 내리고 공항과 항만을 봉쇄했는데 몰래 빠져나갔다면 그건 국가의 명령을 거부한 행위가 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국가는 국민 개인의 안위를 걱정해 단지 ‘주의령’을 내렸을 뿐이다.

나는 ‘주의’라는 것을 ‘의무’가 아니라 자기 책임 아래 지켜도 되고 안 지켜도 되는 ‘권고’로 받아들인다. 여기에 문제가 있나? 코로나 방역을 방해한 행위인가. 그가 외국에서 국내로 들어왔는데 자가격리규정을 어기고 탈출했다면 당연히 방역 방해 행위로 비난을 사고 합당한 처벌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마스크를 쓴 채 건강한 몸으로 외국으로 나갔고 외국에 도착한 이후에는 그 나라 방역 지침에 따르면 될 일이다. 우리나라의 방역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여기에 문제가 있나?

국민감정을 건드릴 만큼 호화여행인가. 혹자는 그가 구입하고자 하는 요트값이 2억 원에 달하는 고가라고 비난한다. 혹자는 그가 국내에 배 한 척이 이미 있는데 또 한 척을 산다고 비난한다.

내 생각에 그가 국내에 보유한 요트는 연근해를 항해할 수는 있지만 카리브해나 태평양을 건널 수는 없는 아주 소형일 것이다. 그리고 그는 무사히 태평양을 건넌 후 그 배를 1억 몇 천만 원에 되팔 생각이었을 것이다. (혹은 자식에게 물려 줄 수도)

누가 아는가. 태평양을 건넌 배이어서 오히려 프리미엄이 붙을 수도 있겠다. 진짜 부자들은 취미생활을 하면서 수천 만 원짜리 골프채로 골프도 치고 수십억 짜리 말도 탄다. 나는 그들을 부러워할망정 비난하지 않는다. 그 말이 불법적으로 부정하게 사고 판 말이 아니라면.

그런데 이 늙은 소년은 요트를 부정부패한 돈으로 사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의 여행계획이 고위 공직자 가족의 처신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다. 여기에 문제가 있나?

나는 그의 여행계획이 젊었을 때 소중하게 간직했던 평생의 꿈을 죽기 전에 실천에 옮기고 싶은 ‘버킷 리스트’ 라고 생각한다.

그중 하나가 노후에 한껏 사치를 누리려는 호화여행이 아니라 우리가 초등학교, 혹은 중학교 때 배우고 동경했던 아문젠이나 에드먼드 힐러리의 모험 같은 것이었던 모양이다.

젊은이들의 꿈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만큼 늙은이들의 꿈도 존중받고 응원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싶다. 철부지라고 놀릴 수는 있어도 비난하거나 욕하지는 말자.

나 역시 비록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널 꿈은 못 꾸었지만 개마고원 쪽으로 백두산을 걸어오르는 ‘버킷 리스트’는 있다. 요즘엔 무릎이 아파 동네 아차산도 잘 못 오르지만 백두산에 오를 수만 있다면 무릎에 진통제를 맞으면서도 오를 것이다. 그러나 내 건강사정을 헤아려 보니 그것도 앞으로 2~3년 안이 아니면 불가능할 것 같다.

아, 참!
마눌님이 “당신, 곰이나 호랑이 만나 죽을 지도 모른다”고 말리면 어떡하냐고?

아니, 이 나이에 내가 버킷 리스트를 하나 해보겠다는데 누가 날 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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