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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일의 트라우마
강기석 | 2017-01-10 09:11:54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 중학 1년 때인가 2년 때인가 친구들 하고 뚝섬유원지에 놀러 갔다.
50년 전에 뚝섬은 시외버스를 타고 가야 할 정도의 시골이었다. 영동다리도 없었을 때다. 전혀 헤엄을 칠 줄 몰랐지만 그래도 모처럼 물가에 나온 기분으로 친구들 따라 물 속에 들어가 물놀이를 즐겼다. 어쩌다 혼자 떨어져 가슴 깊이의 물까지 들어갔다. 덜컥 겁이 나서 돌아 나오려는데 갑자기 발 밑이 푹 꺼지는 거다. 허우적거리면 거릴수록 점점 더 깊이 빠진다. 한참 물을 먹고 숨을 쉴 수가 없어 몽롱해진 상태로 퍼뜩 “아! 이게 죽는 거구나!”는 생각이 들 때, 다행히 주변에 있던 대학생 형님 두 분이 와서 양쪽 팔짱을 끼고 헤엄쳐 건져 주었다. “야 임마! 헤엄도 못 치는 놈이 왜 이렇게 깊은 데까지 들어 왔어!” 핀잔을 받았다. 어떻게 고마움을 표시해야 할지도 모를 만큼 어렸을 때 기억이다. 물에 빠져 숨을 못 쉰다는 것이 참으로 고통스럽고 아득하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 대학 때 절에 가서 공부한 적이 있다.
어느 날 쥐덫에 쥐가 한 마리 잡혔다. 이 놈이 처음에는 사람이 다가가면 좁은 쥐덫 안에서나마 반대쪽으로 달아나더니 나중에는 오히려 눈이 벌게지고 이빨을 드러내며 광포하게 사람을 공격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거나 말거나 불목하니는 쥐덫을 통째로 들고 작은 연못으로 가더니 그대로 물에 담근다. 그렇게 날뛰던 쥐새끼가 물 속에 들어가더니 정말 끽소리도 못하고 버둥대다 죽었다. 비록 쥐 한 마리의 죽음이었지만 그 고통이 그대로 전해져 며칠 입맛을 잃을 정도로 심란했다. 아직도 40여 년 전 일을 생생히 기억할 정도로 그 때 트라우마까지 생겼던 모양이다.

# 어른이 돼 서산 해미읍성을 구경갔다가 그 일대에서 끔찍한 천주교도 학살이 자행됐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상투를 묶어 나무에 매달아 죽이기도 하고, 인두로 지지기도 하고, 화살로 쏘아 죽이기도 하고, 물론 칼로 목을 쳐 죽이기도 했겠지만, 여자와 아이들을 꽁꽁 묶은 채 물 속에 빠트리고 못 기어나오게 장대로 밀어서 죽이기도 했다는 대목이 가장 몸서리쳐 졌다.

# 해방 후 좌익을 탄압할 때 보도연맹 가입자들을 철사로 묶은 채 배에 태워 먼 바다로 나간 후 물 속으로 던져 넣었다고도 한다.

내가 지난 토요일(7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공기 주입 퍼포먼스 자리가 몹시 괴로웠던 이유들이다.
오늘(9일)은 세월호참사 1,000일째다.
다시 걷잡을 수 없이 가슴이 저민다.
명동성당 앞에서 오지숙 씨가 개최한 추모 합창 겸 피케팅 집회에서 김창완의 노래를 목이 터져라 부르고 나서야 속이 좀 풀린다.

안녕 귀여운 내 친구야
멀리 배고동이 울리면
네가 울어주렴 아무도 모르게
모두가 잠든 밤에 혼자서

안녕 내 작은 사랑아
멀리 별들이 빛나면
네가 얘기해 주렴 아무도 모르게
울면서 멀리 멀리 갔다고…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table=gs_kang&uid=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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