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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故 안병하 평전 22, 3부 군인에서 경찰로
녹조근정훈장 등 4차례 표창, “지휘관은 현장에서 지휘하라”
안호재 | 2021-07-30 12:34:4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녹조근정훈장 등 4차례 표창

안병하는 이 작전을 앞두고 제주도로 출발할 때 치안국 간부나 가족들에게는 평소처럼 ‘출장 다녀오겠다’면서 출장목적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작전이 끝날 때까지 상당 기간이 걸렸다. 상황이 종료되고 제주도 특산품과 전복을 한 상자 들고 환한 모습으로 집에 돌아왔다. 위험한 작전이었지만 큰 인명피해 없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동행했던 정부 고위층 인사가 귀경길에 선물로 사준 토산품이었다. 가족들은 이때까지도 무엇 때문에 제주도에 다녀 온지 몰랐다. 직무에 관해서는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했다. 치안국 상급자 가운데 일부는 안병하 작전계장이 큰 간첩작전을 자신들도 모르게 철저한 보안 속에 극비리에 진행한 것에 대하여 서운한 감정을 가졌다. 이 때문에 그런 생각을 가진 상급자들로부터 미운털이 박혀 한동안 애를 먹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묵묵히 소임을 다했다.

안병하는 이 전투의 공로로 1968년 9월 9일에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그 후에도 그는 내무부장관 표창(1970년), 국무총리 표창(1971년), 대통령이 수여하는 녹조근정훈장(19765년) 등 경찰 재직 중 4차례나 각종 표창과 훈장을 받았을 만큼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다. 업무 성과가 좋다보니 승진도 빨랐다. 1962년 총경 4호봉에서 시작해, 1964년 3호봉, 1966년 2호봉, 1971년에는 마침내 경찰의 꽃이라는 경무관까지 승진했다. 경무관이 돼서도 1972년 경무관 1호봉, 73년 2호봉, 74년 3호봉, 75년 4호봉 등으로 매년 승급됐다.

“지휘관은 현장에서 지휘하라”

1970년 7월 20일 서대문경찰서장으로 발령이 났다. 박정희 대통령이 장기집권을 위해 ‘3선개헌’을 추진하던 때였다. 3선개헌 반대 투쟁으로 시국상황이 시끄러웠다. *246 서대문경찰서가 위치한 신촌 지역에는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이 자리 잡고 있어서 ‘학생시위 1번지’로 꼽혔다. 이때 시위를 해산시키기 위해 안병하 서장이 어떤 전략을 구사하는지를 살펴보면 10년 뒤 광주에서 5·18이 발생했을 때 그가 보여준 행동의 진면목을 미리 엿볼 수 있다.

그의 신조는 “지휘관은 현장에서 지휘하라”였다. 시위를 진압할 때 지휘관은 항상 “맨 앞줄에 서라”는 것이다. 시위 현장의 상황은 수시로 변한다. 격렬한 시위대와 몸으로 부닥치다보면 경찰도 이성을 잃고 흥분하여 격하게 반응하기 쉬운데 이럴 때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지휘관이 현장에서 직접 상황을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급할 때일수록 지휘관이 현장에 있어야 상황에 신속하게 대비할 수 있다. 또한 그는 시위대와 정면으로 충돌하기보다는 분산시켜서 가급적 폭력상황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시위관리’ 전략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특히 경찰의 피해를 줄이고 시위를 해산시킬 수 있는데 집중했다. 이를 위해 사전에 지형지물을 철저하게 분석하여 가장 적절한 곳에다 경찰력과 장비를 배치하고, 시위 동향 정보를 빠르게 수집하면서 선제적으로 대처했다. 6·25 때 실전 상황에서 체득한 지혜였다.

그 결과 1년 남짓 서대문경찰서장으로 근무하는 동안 이 지역에서는 이렇다 할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런 속사정을 깊이 알지 못했던 다른 사람들은 이 기간 동안 신촌지역에서 시위로 인한 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 신기하다는 반응들이었다. 당시 많은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학생 시위를 ‘반사회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안병하의 의식 속에서 시위는 학생들의 정치적 의사표현 방법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다. 4·19 때처럼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치적 의사표현으로 집단시위가 발생하더라도 가급적 질서를 지켜 사회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것이 경찰의 임무라고 보았다. 이와 같은 그의 사고방식이 5·18 상황에도 투영된 것이다.

*246 1969년 7월에 신민당과 재야인사들이 규합하여 3선개헌 반대 범국민투쟁위원회등이 결성되면서 학생들의 시위가 반발했다.

*저자 이재의
전남대 경제학과 졸업, 조선대 경영학 박사, 《광주일보》 ‘월간 예향’ 기자, 《광남일보》 논설위원.
1980년 5월 항쟁 당시 시민군으로 전남도청 상황실에서 활동, 그해 10월 체포, 1981년 5.18특사로 석방.
1985년 5?18 광주항쟁 최초 기록물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황석영 기록) 초고 작성, 2017년 전면개정판 공동 집필.
2000년 내외신 기자들의 5?18 취재기 The Gwangju Uprising(M.E, Sharpe)을 《뉴욕타임스》 특파원 헨리 스콧 스톡스(Henry Scott Stokes)와 함께 편집하여 미국에서 출판.
현재 5?18기념재단 비상임연구위원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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