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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 향기 가득한 가평의 가을에 빠지다
[여행 이야기] 가을여행, 경춘선 추억여행 가평은 어떠세요
임두만 | 2017-11-10 12:46:2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경춘선하면 언제나 ‘청춘’이 떠오른다. ‘청춘’에는 ‘연애와 사랑’ 노래가 있다. 청량리에서 출발했던 춘천행 완행열차는 토요일이면 언제나 만원이었다. 그런데 그 열차가 다시 성북역에 서면 거기서도 또 많은 ‘청춘’들을 태우고 느릿느릿 먼 길을 떠났다.
   
느릿느릿 달리지만, 어느 새 열차 차창 밖으로 시원한 북한강의 물줄기가 나타난다. 이후 나타나는 역들은 대성리와 청평… 이름으로도 ‘청춘’이 그리워지는 역들이다. 이뿐인가. 가평 경강 신남역이 있고 그 이름들 안에서 ‘청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남이섬도 떠오른다. 이어지는 생각들은 더 있다. 공지천, 소양호, 막국수, 닭갈비… 소주와 막걸리와 기타와 장발과 팝송과 저항가요…
   
그런데 그 경춘선 완행열차가 지금은 없다. 대신 서울-춘천을 잇는 경춘선 전철이 있으며, ‘청춘’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itx청춘열차’가 있다.
 

2017년 가을, 나도 그 ‘itx청춘열차’에 탑승했다. 잣 향기 가득한 가평의 가을에 빠지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내가 ‘itx청춘열차’를 탑승한 날이 금요일, 시간 또한 오후… 열차 안에는 내 20대를 떠올리게 하는 ‘청춘’들이 좌석마다 쌍으로 채우고 있었다.
 
경춘선은 지금도 청춘이었다. 그 ‘청춘’의 추억을 안고 청평역에서 내려 숙소인 켄싱턴리조트르 가는 택시 안에서 본 가평의 단풍은 비록 스치며 지나가는 ‘주마간산’격임에도 화려한 듯 친근하고 수수한 듯 깜직하다. 바라볼수록 아름다움이 녹아나 붉은 바다에 빠지고 싶은 충동이 인다.

▲ 잣나무 숲과 어울러진 가평의 가을산 단풍… 초록의 조화가 더 환상적이다. © 임두만

아마도 온통 단풍산이 아니라서였을 것이다. 가평 하면 생각나는 ‘잣’처럼, 가평의 산들은 멀거나 가깝거나 오색 단풍들 사이에 초록 잣나무들이 우거져 있다. 따라서 초록이 섞인 단풍산이므로 화려한 듯 친근하고 수수한 듯 깜직해 보이는 것이다.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으로 먹은 닭도리탕은 별미였다. 인도한 지인의 “한국에서 가장 맛있는 닭도리탕”이란 설명이 아니라도 별미였다. 잘 익은 감자와 감칠맛 나는 토종닭이 내는 맛… 곁들인 잣막걸리의 알싸한 맛은 여행지의 들뜬 기분이 아니라 진짜로 별미였다.

닭도리탕과 잣막걸리…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 임두만

여기서 사족 하나.
 
이 음식 이름은 닭도리탕이 맞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닭도리탕’ 어원에 대해 ‘닭’+ ‘니와도리(にわとり, 鷄)’+ ‘탕(湯)’이라고 밝히고 있다.
 
‘니와도리(니와토리)’는 ‘닭’을 뜻하는 일본어다. 이에 국립국어원은 이를 직역하면 ‘닭닭탕’이 되므로 맞지 않아서 ‘닭볶음탕’으로 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닭볶음탕의 닭은 볶지 않는다. 닭을 볶아서 탕을 만들지 않고 생닭으로 탕을 만든다.
 
이에 한국식품연구원 권대영 박사는 “닭을 도리쳐서 만든 게 닭도리탕으로서 닭도리탕은 순우리말”이라고 주장한다. 즉 생닭을 먹기 좋게 잘라내는 것을 도리친다고 하는데 그렇게 도리쳐서 탕을 끓였으므로 닭도리탕이 맞다는 것이다. 이에 나도 닭도리탕으로 적는다. 오해없길 바란다.
   
호명산(虎鳴山,632.4m)과 호명호수, 커피로 그린 그림이 있는 카페
   
호명산에 백두산 천지를 방불케 하는 호수가 있단다. 최근 가평의 여행명소란다. 그곳을 가기로 했다. 마침 호명산과 호명호수는 숙소에서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산 입구에서 승용차 집입을 막아 일반 등산객은 도보로 올라야 한다. 하지만 도보가 힘든 등산객을 위해 군내버스가 셔틀역할을 했다. 기록상으로는 해발 632.4m라고 하는데 통상 해발 700m로 부른다. 그 산 정상에 수력발전을 위해 조성한 인공호수가 있다. 박정희 정권 당시 양수발전을 위해 조성한 인공호수로 청평댐의 물을 끌어 올려 높은 낙차를 이용, 발전을 하는 발전용 호수다.

▲ 해발 700m 산 정상에 조성된 인공호수인 호명호수 © 임두만

힘들게 오른 산 정상에 정말 장관인 호수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장관에 취하기 전에 금새 이 아름다운 호수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 호수는 1975년 착공, 1980년 완공되었다.
 
호수 소개 입간판은 국내 최초, 동양에선 두 번째의 양수발전소인 청평 양수발전소의 저수지로 15만㎡ 면적에 267만 톤의 물을 담도록 조성된 인공호수라고 적혀 있다.
 
이곳 양수발전소에서는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심야에 남아도는 전기를 이용해 지하수를 산꼭대기로 끌어올린 후 전기수요가 피크일 때 물을 떨어뜨려 전기를 얻는다고 한다. 그런데 입간판에 보니 80년에 완공된 이 호수 조성 예산이 무려 1천억 원에 가까웠다.
 
이 호수 공사가 시작된 1975년 우리나라 1년 총예산은 건국 이래 최초로 1조 원을 넘긴 1조 2천억 원 정도였다. 앞선 해인 74년은 약 8천억 원, 따라서 이 호수 공사비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1년 예산의 무려 5%가 넘는 대형 공사였다. 결국, 개발독재 시기가 아니면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지금 이 호명호수는 백두산 천지에 비교되며 이제 관광명소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많은 이들이 찾는다. 그래서 가평군은 호명정이란 팔각정도 만들고 한전은 전시관도 만들어서 양수발전소 건설 경위와 친환경발전 등을 소개하고 있다.
   
또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빠질 수 없는 커피는 이곳에서도 인기다. 특히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 자리 잡은 ‘커피로 그린 그림’ 카페에서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바라 본 청평호수의 파란 물은 오색 단풍 아래로 펼쳐진 때문에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었다.

▲ 호명호수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한 깜직한 카페 © 임두만

▲ 이 그림들은 모두 이 카페의 주인인 최길수 화백이 커피로 그린 것이다. © 임두만

호명산을 내려와 청평호로 달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호수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보트유람도 즐겼다. 안내자의 “제주도에 가면 잠수함 관광까지 하는데 청평에서 보트관광을 빼놓을 수 있느냐?”는 설명과 함께여서인지 청평호 보트관광은 또 하나의 짙은 추억을 남겼다.

▲ 청평호의 수려한 경관 © 임두만

하지만 한 가지… 경관이 좋아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조성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한 종교단체의 수련원인지 하는 건물은 눈앞에 보이는 수려한 산세를 파괴할 만큼 산을 파헤쳐 벌건 속살을 드러내놓고 있었다. 만약 지금이 여름철 우기라면 크게 산사태라도 날 것만 같아서 속이 쓰렸다.

산을 파헤친 한 종교단체의 수련원 조성지 © 임두만

아침고요수목원…
   
청평호수의 시원한 보트관광 이후 수려한 산세와 파란 물길에 취했다가 파헤쳐진 산등성에 가슴이 아팠는데, 점심으로 먹은 닭갈비와 막국수의 환상적인 궁합은 쓰린 가슴의 치유약이었다. 구어진 닭갈비를 녹인 치즈에 찍어 막국수와 함께 먹는 맛… 식당 간판이 ‘칠오닭갈비’였는데 식당 종업원은 착실하게 그 식당 사장이 1975년생이라서 그리 지었다고 설명한다.

▲ 치즈에 찍어 먹는 닭갈비의 맛이 환상적이다 © 임두만

그렇게 배를 채우고 찾은 아침고요수목원… 축령산의 빼어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하여 한국의 미를 듬뿍 담은 정원들을 원예학적으로 조화시켜 설계한 원예수목원이다.
 
가평의 명소로 자리 잡은 아침고요수목원은 개인이 조성한 수목원인데 지금은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이 찾을 정도로 가평관광에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되었다.
   
설계자이자 주인은 한상경씨(삼육대학교 원예학 교수), 그는 이 수목원의 이름을 아침고요수목원으로 짓고 1996년 5월에 개원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수목원은 개인이 조성한 수목원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넓고 다양한 수목들을 갖추고 있다. 또 여러가지 특색있는 정원을 갖추고 있으며 울창한 잣나무숲 아래에서 삼림욕을 즐길 수도 있다.

▲ 아침고요수목원 조성자인 한상경 교수 부부 © 임두만

20개의 주제를 가진 정원은 아름답게 가꾸어진 잔디밭과 화단, 자연스러운 산책로로 연결되어 있다. 특히,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금수강산을 실제 한반도지형 모양으로 조성하여 최고 절정의 꽃으로 표현한 하경정원(Sunken Garden)은 관광객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끄는 곳이다. 또한, 이곳에는 백두산 식물 300여 종을 포함한 5,000여 종의 식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내가 방문한 당시는 국화전시회 기간이었다. 그래서 산책로와 탐방로 곳곳에 국화로 장식되어 있었으며 형형색색의 단풍은 물론 정성이 듬뿍 들어간 분재정원까지 어느 한 곳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래선지 이곳은 영화 ‘편지’를 시작으로, ‘조선명탐정’, ‘중독’,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웃어라동해야’, ‘미남이시네요’, ‘이죽일놈의사랑’, 예능 ‘무한도전’ 등의 촬영장소가 되기도 했다.

▲ 아침고요수목원 입구 현판 © 임두만

▲ 국화향 가득했던 아침고요수목원 © 임두만

▲ 수목원의 단풍도 빼놓을 수 없는 정경 © 임두만

▲ 분재 정원의 잊을 수 없는 분재 한그루 © 임두만

이렇듯 행복했던 1박2일의 가평여행… 돌아오는 길에 손에 들려진 잣 한 박스… 이 잣 박스를 받아 든 아내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박스 덮개를 열자 쏟아진 잣 향기가 온 집안에 퍼졌기 때문이다. 그 1박2일은 잣 향기 가득한 가평의 가을에 빠진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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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서울마포 성유  2017년11월11일 03시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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