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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우리가 알던 조선은 조작된 것이었다
조선통사 『민음 한국사』, 놀라운 책을 만나다
김갑수 | 2015-06-11 13:39:5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조선통사 『민음 한국사』, 놀라운 책을 만나다
- 역시 우리가 알던 조선은 조작된 것이었다


놀라운 책을 만났다. 놀랍다기보다는 경이롭다고 해야 적합할 것 같다. 민음사 한국사 4권(부록 포함 8권)의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근래에 체험해 보지 못한 책읽기의 즐거움을 느꼈다. 아니, 책읽기의 쾌락을 만끽했다고 해야 적합할 것 같다.

2014년 첫 선을 보인 이 4권의 저작물은 각각 15세기, 16세기, 17세기, 18세기의 조선역사를 담고 있다. 1권 ‘조선의 때 이른 절정’, 2권 ‘성리학 유토피아’, 3권 ‘대동의 길’, 4권 ‘왕의 귀환’을 제목으로 삼고 있는 이 저작물은 통사로서의 자격을 충분히 구비하고 있다.

사계의 전공학자 10여 명이 공동 집필한 이 저작물은 조선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균형적으로 안배하면서도 조선사회를 이끌어간 핵심의 역사를 대단히 실증, 논리적으로 기술해 놓았다.

나는 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발견의 기쁨’과 함께 기왕의 내 조선관이 과히 틀리지 않았다는 ‘확인의 기쁨’을 동시에 향유했다. 역시 사람은 새로운 것을 만날 때보다 예상 또는 상상했던 것을 만나게 될 때 더 큰 놀라움을 가지게 된다.

1권-15세기, ‘때 이른 절정’ 편에서는 조선은 고려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사회적 지배층에 편입되었고, 이것이 조선사회의 활력을 이전보다 훨씬 더 키워놓았다고 말한다. 중국의 명은 자신을 천하의 중심으로 생각했고 조선은 그 천하의 모범국가로 자부했다. 조선은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문명국가를 지향했으며, 대항해와 르네상스를 통해 근대로 나아가던 서양과 방향은 달랐으나 결코 뒤처지거나 선로를 이탈한 것은 아니었음을 입증한다.

2권-16세기, ‘성리학 유토피아’ 편에서는 ‘광란의 위기’를 맞은 조선으로 하여금 왕조의 수명을 이어가게 한 동력은 성리학이라고 말한다. 성리학으로 무장한 사대부들은 왕조의 철폐 대신 반정을 통해 임금을 바꿔버리는 선택을 감행했다. 중국에서조차 주자학에 대한 반발로 양명학이 대두되던 시점에 이런 조선의 모습은 매우 독특한 것이었지만 오히려 조선은 성리학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그 효용성의 한계까지 밀어붙임으로써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3권-17세기, ‘대동의 길’ 편에서는 오늘의 미-중 교체를 연상시키는 명-청 교체는 물론 동서문명의 만남이라는 역동적인 국제적 전환기에서 조선이 취한 방향과 태도가 무엇이었는지를 대단히 객관적으로 말한다. 그렇기에 17세기야말로 오늘의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이며 또한 그렇기 때문에 연구와 사색의 대상으로서 17세기는 ‘가장 각광 받는 시대’가 되었다. 두 번에 걸친 외환을 겪는 동안 조선은 위태롭게 휘청거렸지만 그래도 선조들은 한 세기를 다 바쳐 대동법이라는 조선 최대의 개혁과 역사청산을 이룩했다.

4권-18세기, ‘왕의 귀환’ 편에서는 이 세기에 조선은 확연히 다른 존재감을 가지고 역사의 정중앙에 복귀했다고 말한다. 영조와 정조 왕조는 ‘위풍당당’했으며 임박한 파국 앞에서도 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배층이 기득권을 내려놓으면서 대동법에 이어 균역법이라는 대개혁에 합의하고 이를 실천함으로써 조선은 15세기에 이어 ‘또 한 번의 절정’을 이끌 수 있었다.

특히 4권에서는 정조의 즉위년도인 1776년이 미국 독립선언의 시점이었음을 상기한다.

“당시 미 독립을 선언한 미국 13개 주의 형편은 400년 전통에 빛나던 조선왕조와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4권, P.194)

또한 4권에서는 1776년 당시 조선의 수도 한성과 프랑스의 수도 파리를 비교한다. 이 시기의 조선은 미국이나 프랑스에 비해 단연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100년이 지난 뒤 사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프랑스가 조선을 침탈한 것은 1866년, 미국이 조선을 침탈한 것은 1871년이며 이 두 나라가 침탈한 강화도에서 1876년의 조선은 일본에 의해 파국을 맞게 된다. 왜 그랬던 것일까? 곧 출간 예정인 제5권 19세기 편이 기다려진다.

이 책에서는 ‘실학’이라는 용어가 단 한 번밖에 나오지 않는다. 역시 실학이라는 학문은 식민사관에 의해 조작된 것이다. 또한 이 책에서는 붕당이라는 말은 수없이 등장하지만 당파싸움이라는 말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최근 나는 조선을 공부해 오면서 40여 권 이상의 책을 읽었다. 하지만 이 책 4권을 제외한 나머지 책들의 가치는 이 책 4권에 비해 보잘것없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조선은 왜 봉건국가가 아니었나, 조선 왕들의 애민과 소통이 얼마나 지극했나, 조공이란 무엇이었나, 성리학의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가, 붕당이란 무엇이었나, 조선의 언론자유가 어느 정도였나, 조선의 사대부들이 얼마나 우수했나 등을 제대로 알 수 있게 된다.

식민사관과 서구우대에 젖은 기성학자들은 이 책에서 ‘후생가외(後生可畏)’를 느낄 법하다. 아울러 ‘오래 전의 것’에 머물고 있는 진보주의자들 역시 이 책을 통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을 반추해 주었으면 한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table=c_booking&uid=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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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신석재  2015년6월11일 15시00분    
역사지리 내용이 빠졌군요.
조작의 백미는 역사지리인데.
(110) (-79)
 [2/2]   모비드엔젤  2015년6월11일 15시09분    
저희집 옆에 시립도서관이 있는데, 거기에 이 책들이 있을까?... 읽고 싶네요
(103)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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