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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家 형제들의 탐욕을 이겨낸 시민의 힘
신격호, 반세기 동안 동생들과 분쟁-반목 ‘목불인견’
육근성 | 2015-09-24 11:59:4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롯데 창업주 신격호에게 남동생이 여럿이다. 두 살 아래인 신철호(작고), 10살 터울인 신춘호(농심 회장), 11살 밑인 신선호(일본 산사스 사장), 그리고 19살 차이가 나는 신준호(푸르밀 회장), 이렇게 넷이다. 여느 재벌가와 마찬가지로 분쟁과 갈등이 잦았지만, 그 성격은 달랐다.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업권을 놓고 다퉜다.


반세기 전 시작된 ‘형제 간 분쟁’

신격호는 어떤 사람일까? 롯데가(家) 형제들의 분쟁을 들춰보면, 그가 어떤 성정의 인물인지 확연히 드러난다. 분쟁의 시작은 반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에서 껌 사업으로 큰돈을 벌게 된 신격호는 한국 시장 진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한일국교정상화 이전이라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국내에 있던 두 동생 신철호와 신춘호를 앞세워 (주)롯데를 설립해 껌과 사탕, 빵, 비스켓 등을 제조해 팔도록 했다.

사업은 잘 됐다. 그러자 바로 아래 동생 신춘호가 자신이 직접 회사를 차려 국내 제과시장을 독점할 계략을 꾸민다. 회삿돈 4억 2천만 원을 빼돌려 롯데화학공업을 설립했다. 당시로서는 거금이었다. 신격호는 분노했다. 횡령한 돈으로 회사를 설립해 ‘롯데 과자’를 만들어 팔려 했던 동생을 향한 분노는 고소로 이어졌다.

서울지검은 신철호를 구속했다. 형에 의해 동생이 철창신세가 된 것이다. 신격호의 두 번째 동생 신춘호는 이런 큰형에게 크게 반발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신격호는 바로 아래 동생뿐 아니라, 둘째 동생과도 거리를 두게 된다. 신철호는 ‘메론제과’를 설립해서 나갔고, 신춘호는 ‘롯데공업’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라면시장에 뛰어들었다.


‘라면전쟁’을 들여다보면 신격호가 보인다

신춘호의 라면 사업은 승승장구였다. 롯데라면에 이어 출시한 ‘자장라면’도 반응이 매우 좋았다. 1973년에는 ‘농심라면’으로 대박을 쳤다. 하지만 신격호는 동생의 성공이 달갑지 않았던 모양이다. 동생에게 몽니를 부렸다. ‘롯데’라는 브랜드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동생은 결국 무릎을 꿇었다. 결국 회사명을 ‘농심’으로 바꿔야 했다.

신격호는 롯데 브랜드를 떼고도 승승장구하는 신준호를 향해 정면승부를 걸었다. 직접 라면시장에 뛰어들었다. 2010년 출시된 ‘롯데라면’은 신격호의 진두지휘 아래 판매와 홍보에 들어갔다. 롯데의 막강한 유통 채널(백화점, 마트, 편의점, 홈쇼핑 등등)이 총동원됐다. 하지만 롯데라면에 MSG가 첨가된 사실이 알려지며 직격탄을 맞았다. ‘라면전쟁’의 승자는 동생이었다.

신춘호와 벌인 ‘라면전쟁’을 보면 신격호의 성정이 어떤지 잘 드러난다. 아무리 형제라도 자신에게 맞서면 어떻게든 보복하고 응징하고야마는 기질의 소유자다. 19살 터울의 막내  동생 신준호와도 충돌했다. 신준호와는 ‘소주전쟁’을 벌였다. 그 발단과 내막은 이렇다.


19살 터울 막내 신준호와 벌인 ‘소주전쟁’

둘의 관계가 틀어진 건 땅 문제 때문이었다. 1996년 부동산실명제가 실시되자 신격호는 신준호 명의로 신탁해 두었던 땅 37만 평에 대한 소유자 변경에 착수했다. 그러나 신준호는 자신의 땅이라며 돌려줄 수 없다고 맞섰다. 또 소송이 벌어졌다.

신격호는 1심에서 승소하자마자 신준호를 해임했다. 롯데그룹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던 신준호가 형에 의해 방출된 것이다. 해임 당시 직책은 롯데그룹 부회장이었다. 신준호는 땅을 돌려주는 대가로 받은 롯데햄우유 지분 45%를 받았다. 이것으로 독립을 시도했다. 하지만 형은 집요했다. 동생에게 롯데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이런 연유로 ‘롯데우유’가 ‘푸르밀’로 바뀐 것이다. 2007년 일이었다.

홀로 설 방도를 찾던 신준호는 2004년 부산으로 내려간다. 소주회사를 인수하기 위해서다. 부산의 대표적 향토기업으로 지역 소주시장을 틀어쥐고 있던 대선주조(시원소주/당시 시장점유율 90%)는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부도를 내는 등 경영이 어려운 상태였다. 또 무학(좋은데이)의 적대적 기업합병 공세에 시달리고 있었다. 대선주조의 오너 최병석은 신준호와 사돈관계다.


부산 기업 자처하던 롯데, 부산향토기업을 말아 먹다

롯데가(家) 형제 중 하나가 무학을 따돌리고 대선주조를 인수하자, 부산 시민의 반응은 좋았다. 당시만 해도 롯데를 부산의 향토기업으로 알고 있는 시민이 많았기 때문이다. 신준호가 대선주조 인수대금으로 쓴 돈은 640억이었다.

신준호의 ‘시원소주’는 잘 팔렸다. 기장 곰장어, 남포동 돼지국밥, 가야 밀면과 함께 부산명물로 꼽힐 정도였다. 하지만 이 ‘부산명물’을 바라보는 신준호의 시선은 달랐다. 단지 돈으로만 봤던 모양이다. 2007년 대선주조가 매각된다. 신준호가 3,600억 원을 받고 ‘시원네트워트’에게 팔아치운 것이다. 이러면서 3,000억 원이라는 거액의 시세 차익을 챙겼다.

인수자가 문제였다. ‘시원네트워크’는 사모펀드인 ‘코너스톤 에쿼티파트너스’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이었다. 경제적 가치 이상의 상징성을 갖는 향토기업을 돈만 노리는 외지기업, 그것도 사모펀드에게 팔았다. 형편이 어려워진 사돈에게 ‘사업확장’을 약속하며 헐값에 사들인 뒤, 이를 되팔아 5배의 이문을 남긴 것이다.

소비자와 시민단체들이 나섰다. 신준호의 ‘비인간적인 먹튀 행각’을 비판하며 ‘시원소주’ 불매 운동을 벌였다. 이때부터 ‘시원소주’는 부산시민으로부터 멀어져 갔다. 90%에 육박하던 시장점유율이 28%(2014년)로 곤두박질쳤고, 그 자리를 무학의 ‘좋은데이’가 치고 들어왔다. ‘좋은데이’의 시장점유율은 10%대에서 65%(2014년)로 껑충 뛰었다.


위대한 시민의 힘

부산시민은 위대했다. ‘사모펀드 소주’를 버리고, 이웃 경남지역 소주인 ‘좋은데이’를 택했다. 사모펀드를 응징하기 위해 입맛까지 바꾼 것이다. 사모펀드(코너스톤)는 영업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대선주조에서 손을 뗐다. 그리곤 파산하고 말았다.

▲<사진출처: 부산여성소비자연합>

신준호가 대선주조를 손에 넣자, 신격호는 진로소주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동생에 대한 분노가 풀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대자본을 앞세운 형이 작심하고 덤벼들었으니 신준호가 얼마나 긴장했을까? 물론 대선주조를 팔아치운 가장 큰 이유는 돈 때문이지만, 부차적인 이유가 있다면 이런 형을 의식해서 그랬을 수 있다. 진로소주를 놓친 신격호는 두산주류의 ‘처음처럼’을 인수했다.

신격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싸늘해진 부산 민심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대선주조까지 손에 넣으려고 했다. 롯데칠성음료를 내세워 채권단 손에 들어간 대선주조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동생 신준호의 ‘먹튀행각’을 기억하는 부산시민들은 롯데가 인수전에 뛰어드는 것 자체를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결국 지역여론에 밀려 인수전에 실패하고 만다. 현재 ‘시원소주’는 부산향토기업인 비엔그룹의 소유다.


[진실의길. 기고 글&기사제보 dolce4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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