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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행역명 특혜, 유착이 낳은 비리 불감증
단체장과 지역기업 투명하지 않으면 유착비리 고리되기 십상
육근성 | 2015-02-04 11:45:3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부산교통공사가 지하철 역명에 사기업명을 넣어 특혜 논란이 불거진 상태다. 병행표기 방식(주역명 뒤에 부역명을 괄호로 표기)이 아니다. 기존 역명인 ‘문전역’을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역’으로 통째로 바꾼 것이다. 부산지하철 101개 역명 중 사기업명이 주역명으로 표기된 건 ‘부산은행’ 뿐이다. 게다가 국제금융센터에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많은 기관이 입주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특혜가 분명하다.


수익 포기… 특혜가 분명

얼핏 들으면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지방정부가 그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에게 ‘작은 배려’를 한 것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사안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지자체와 지역기업의 관행적 유착의 흔적이 곳곳에서 관찰되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가 문전역 부근에 건설되자 주변 주민들은 ‘문현금융단지역’으로 역명을 바꿔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부산교통공사는 의견 수렴과정에서 등장하지도 않았던 ‘부산은행’을 역명에 포함시켰다. ‘국제금융센터역(부산은행)’으로 표기할 경우 부산교통공사가 ‘병행표기 역명 유상판매’ 규정에 의해 연간 4000~5000만원에 달하는 사용료를 받을 수 있는데도 주역명으로 결정하면서 이 수익을 포기한 것이다.

부산시는 역명 심의과정에 적극 개입하면서 역명에 부산은행이 들어가야 하는 이유를 심의의원들에게 적극 피력했다. 애당초 부산은행역명을 들고 나온 것도 부산시였다. 심의위원 2/3가 부산교통공사 소속이거나 부산시장과 공사 사장이 추천한 인물들이다. 부산시의 뜻대로 관철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현 부산교통공사 박종흠 사장은 지난해 10월 서 시장에 의해 임명된 사람이다.

유착이 낳은 ‘특혜 불감증’?

이로써 부산은행은 연간 수천 만 원 비용 지불 없이 공짜로 역명을 사용하게 됐다. ‘부산은행역’이라는 역명이 수십 년간 유지될 경우 부산은행은 수십 억 원의 특혜를 보게 된다. 사정이 나아졌다고 하나 여전히 만성적 적자에 허덕이는 부산교통공사다. 한 푼이 아쉬울 텐데 왜 수십 억 원의 수익을 포기한 걸까.

서병수 부산시장과 성세환 BS금융 회장(부산은행장)의 ‘밀월관계’는 지난해 지방선거 직후부터 시작된다. 2014년 6월 17일 서병수 시장 당선자는 일자리 공약을 이행하겠다며 ‘좋은기업유치단 준비위원회’를 구성한다. 당선자로서 첫 행보였다. 당선자를 포함해 6명으로 구성된 준비위에 맨 처음 이름을 올린 이가 바로 BS금융 성세환 회장이다.

서 당선자가 시장에 취임하자마자 BS금융은 부산시에 ‘선물보따리’를 푼다. 7월 초 성 회장은 서 시장에게 ‘사회취약계층 여름나기’에 써달라며 선풍기 5300대를 기증했다. 그러자 서 시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BS그룹에 무한 감사를 드린다”는 내용의 글과 사진을 올렸고, 성 회장은 이에 화답하듯 7월 15일자 국제신문에 “신임시장과 함께 우리 모두의 역량을 결집해 나가야 한다”는 칼럼을 써 화답한다. 처음부터 손발이 척척 맞았다.

<출처: 서병수 시장 트위터>

당선자 때부터 잦은 접촉

BS금융의 ‘선행’은 계속된다. 추석명절을 앞두고 성 회장은 취약계층을 위해 써달라며 재래시장 상품권 3억 원 어치를 서 시장에게 건넸다. BS금융의 ‘선행’에 주목하던 그때 부산시가 ‘신임 시장 첫 해외순방’ 계획을 발표한다. 소규모 사절단을 꾸려 동남아 3개국을 돌아보는 일정이었다. 이 ‘소규모 사절단’에 성 회장 이름이 일찌감치 올랐다.

두 사람의 접촉은 빈번했다. 시장 취임 후 동남아 순방까지 두 달 남짓 기간 동안 가진 공식적 접촉만 5~7회 이상. 비공식 접촉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동남아 비행기를 타기 삼일 전에도 두 사람은 또 만났다. 명분은 ‘기업유치 협력지원 협약’이었다.

9월 25일부터 30일까지 이어진 동남아 순방의 일정을 들여다보면 이상한 게 눈에 들어온다. 성 회장의 일정에 서 시장이 끼어들고, 서 시장의 일정에 성 회장이 참석했다. 함께 여행을 가기 위해 각기 다른 두 사람의 일정을 무리해서 하나로 합쳐 놓은 건 아닐까.

억지로 꿰맞춘 듯한 동남아 일정

첫 행선지인 미얀마 양곤에서는 BS캐피탈 미얀마 법인 개소식이 열렸다. 성 회장의 일정이다. 서 시장이 구태여 참석할 필요는 없다. 성 회장의 무대에 서 시장이 출연하는 게 어색했는지 그날 저녁 일정에 부산시립무용단이 출연하는 전통문화 공연을 만들어 넣었다.

두 번째 행선지인 태국 방콕. 부산 지역 주요관광지와 축제를 홍보하고 한류문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과 의료관광 설명회를 가졌다. 이번엔 서 시장의 일정이다. BS금융 회장이 참석해서는 안 된다는 법은 없지만, 어쨌든 서 시장의 일정에 성 회장이 끼어든 게 분명하다.

세 번째 행선지는 캄보디아 프놈펜. 부산시가 지원하는 보건소 개소식이 거행됐고, 캄보디아 해군을 방문해 소방장비 2대를 기증하는 행사를 가졌다. 캄보디아 정부는 감사의 뜻으로 서 시장에게 왕실 훈장을 수여했다. 이건 서 시장의 일정이다. BS 회장은 들러리였다.

각기 다른 일정을 꿰어 맞춰 하나로 만든 흔적이 역력하다. 어색한 일정을 감수하면서까지 함께 하려 했던 이유가 뭘까. 두 사람의 동남아 여행 결과물 중 하나가 ‘부산은행역’이라는 특혜일 수 있다고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귀국 후에도 성 회장의 ‘선물공세’는 계속 이어졌다. 10월에는 7개 시·군에 푸드뱅크 차량 가 1대씩을 기증하고 서 시장과 나란히 사진을 찍었다. 11월 4일에도 만났다. 국제금융센터 옆 부산은행 신사옥에서 가진 준공식에서다. 준공식을 가진 다음 날 부산교통공사는 ‘문전역’을 ‘부산은행역’으로 바꾸는 개명안을 통과시킨다.


‘눈속임 선행’ 사실이라면 ‘작은 특혜’뿐만 아닐 터

시를 배경화면으로 삼아 각종 ‘선행’을 무대에 올리면 지역기업으로서 이미지 제고 효과는 확실할 테고 지역은행으로서 입지는 더욱 견고해질 수 있다. ‘선행’으로 박수갈채를 받으면서 뒤로는 특혜를 받아 선행 비용을 충당하는 식이라면 BS금융은 꿩 먹고 알 먹고다.

<부산은행 앞 기념식수 표석. ‘서병수-성세환’ 딱 두 사람 이름만 새겨져 있어 묘한 여운을 남긴다.>

내 인기, 내 지지표만 챙길 수 있다면 어떤 눈속임도 상관없다는 선출직 단체장의 그릇된 판단이 각종 비리를 양산하고 지방자치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지방정부와 지역기업이 뜻을 같이하고 협력하는 건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떳떳해야 한다. 어떠한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얘기다.

BS금융의 ‘선행’에 진정성이 담보되려면 시와의 관계가 투명해야 한다. ‘부산은행’ 역명은 누가 봐도 특혜가 분명하다. ‘눈속임 선행’으로 얻은 특혜라는 비난을 받거나, 또 다른 특혜가 있을 거라는 의혹을 사기 십상이다.

(부산지하철노조와 부산참여연대의 취재 지원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table=c_aujourdhui&uid=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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