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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습지도 않은 농담
강기석 | 2020-09-22 11:12:5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내가 아주 어린 기자였을 때 동료들끼리 나누었던 자조 섞인 농담 하나가 떠오른다.

지문) 기자 경찰 세무공무원 셋이서 밥(술)을 먹었다.
질문) 돈은 누가 냈게?
답) 식당 주인

군사독재권력이 시퍼렇게 날을 세웠던 때다. 조금이라도 더 센 놈이 덜 센 놈을 등쳐먹던 시절이었다. 경찰이나 세무공무원은 그 권력의 말단 상징이었다. 기자(언론)까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권력의 부스러기를 탐한다면 죽어나는 건 식당주인 같은 빽없는 서민들이라는 뼉다구가 그 웃기지도 않는 농담 속에 숨겨져 있었을 터였다.

내가 40년도 더 된 옛날 농담을 들춰낸 건 40년도 더 지난 지금 국회에서 기자의 밥값을 둘러싼 웃기지도 않는 농담 같은 시비가 벌어지고 있어서다. ‘기자’ 출신 비례의원 포함한 야당 의원들이 아주 오래 전 추미애 장관이 ‘기자들’과 만나 함께 차나 밥을 먹고 지불한 밥값을 문제 삼고, 이를 몇몇 신문사 ‘기자들’이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다.

그 ‘기자’ 출신 국회의원은 수십 억 재력가여서 그중 10억 정도는 깜빡 잊어먹기도 하는 모양인데 설마 1회(1인이 아니고!)당 10만 원이 조금 넘는 식사비용을 문제 삼는 것은 아닐 것이다. 혹시 그의 수십 억 재산이 그가 기자일 때 밥값 안 내고 꼬박꼬박 모아 만든 것인가? 그래서 추 장관이 고작 그 밥값을 “딸 호주머니에 넣어주기 위해” 기자들을 딸네 식당에 모셨다고 진심으로 주장하는 것일까?

또, 국회의원이 출입기자 만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정치행위의 하나이고 그런 정치행위 열심히 잘 하라고 후원자들이 돈을 마련해 주는 것인데 추 장관이 기자들 만나 밥 먹은 비용을 그 후원금으로 처리했다는 것을 시비 거는 것도 우습다.  

아마도 기자간담회를 딸네 식당에서 가졌다는 사실 자체를 문제 삼는 모양인데 글쎄다, 내가 만일 다시 젊어져 기자간담회 초대를 받았는데 그 장소가 취재원의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이라면 더욱 친근하고 편안한 마음이 들 것만 같다.

글쎄, 그것도 사람마다 다 다른 모양이다. 추 장관 후배 국회의원들은 추 장관이 의원 시절 기자들 만나 밥 먹은 것 시비 걸지 말고 모쪼록 자신들도 열심히 기자들을 만나고, (김영란법 한도 내에서) 차도 마시고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면서 자기를 깊이 이해시키고 자기의 활동을 널리 알리려고 애썼으면 좋겠다. 

다만 기자보고 계산하라고 하지 말고 꼭 자기가 계산하되 자기 개인카드로 하지는 말고 후원금으로 계산하기를 권한다. 또 나같이 가족같은 분위기 좋아하는 기자가 더러 있을지도 모르니 누구 친인척 가까운 사람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찻집에 초대하는 것도 망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단, 친인척이 경영하는 식당이니 돈을 안 내도 된다거나 개인카드로 지불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그건 결국 식당 주인이 돈을 냈다는 아주 옛날 웃기지도 않는 블랙코미디와 다를 바 없을 터이니…

사족: ‘개그콘서트’도 막을 내릴 즈음에는 소재도 빈곤했고, 개그맨들의 말빨도 떨어졌고, 그래서 별로 웃기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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